내 속을 깊이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경비 아저씨가 더워서 오르락 내리락 하기 싫으니
지금 바로 본인이 보는 앞에서 이번에 바뀌는 관리 규약을 읽고 서명하란다.
침묵 속에 몇 분을 서서 그 인쇄물을 읽었다. 그리고 서명했다.
그 분은 왜 일하는 걸까. 결코 나를 화나게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신을 모르기 때문.
하고 있는 것, 하고 싶은 것, 어떻게 살고 있고, 살아야 하는지.
경비라는 직업을 언제부터 무시했지? 누가?
경비일을 하는 자신이 스스로를 무시하는 것은 아닐까?
오래간만에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갔었다.
십 분도 넘게 광고만.
가만히 보니 모두 돈이 없으면 할 수 없는, 돈을 쓰라는 내용들.
신용카드 광고, 자동차 광고, 휴대폰 사라는 등등등.
사람들은 자신이 하루종일 접하는 내용이 뭘 말하는 지 생각할까.
돈을 많이 벌라고 부추기는 것은 누구일까?
내가 내 뜻대로 사는 걸까, 다른 사람들의 조정을 받고 사는 걸까. 선택의 문제. 누구 탓할 수 없는.
교양, 생각. 그런 게 많았으면 좋겠다.
말하는 것, 행동하는 것, 약속을 잡고, 돈을 쓰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사람이 보인다.
나도 다른 사람 눈에 훤히 보이겠지?
눈치를 전혀 보지 않을 만큼 충분히 교양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지.
내게는 아끼고 남에게는 아끼지 말기. 말과 행동을 한결같이.
무념무상은 정말 무념무상이 아니다. 유념유상에 총합이 무념무상이겠지.
날 나만큼 아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난 날 알아주는 사람을 찾지 않는다.
알아 주길 바라는 사람들을 알아 줘야지. 당신은 당신이 가장 잘 안다는 사실을 말해 줘야지.
성장을 위한 욕심. 내 발전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보며 채우고, 비우고, 배우고, 버리고.
진짜, 제대로인 '내 앞가림은 내가 하는' 이기심은 결국 타인을 무척 배려하는 일이기도 하다.
화, 불안, 걱정 대신 이해와 여유가 조금씩 늘어나고 시야도 넓어져 다른 사람들이 점점 눈에 들어온다.
의도가 있든 없든 주위 사람들을 덜 힘들게 하고, 상처 주는 일이 저절로 많이 줄어든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살았으면. 날 위하는 게 곧 널 위하는 것. 자신을 잘 모르는 것은 일종의 범죄?
아는 사람은 모르는 게 많다는 것을 알아서 더 알려고 하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게 많다는 것을 몰라서 알려고 하지 않으니. 예나 지금이나.
날씨가 더운 걸까, 사람이 더운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