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주 물어 봤잖아. 사는 게 고되지 않냐고, 괴롭지 않았냐고.
하나라도 더 자식들 챙겨 주고 싶은 거라고. 그것이 부모의 도리고 기쁘다고.
그 질문에 대한 대답도 역시 본인에 대한 답은 없었지. 늘 자식.
전화가 왠지 올 것 같다 했더니 휴대폰이 울리데.
목소리가 나 섭섭하네...... 하던데.
8년을 같이 살다가 나 없으니까 심심하지? 많이 미안해.
그렇지 않아도 놀러 가려고 했는데 괜히 가면 한 보따리씩 싸 주려고 난리가 나니.
말려도 소용없잖아 울 어무이는. 쉬는데 번거롭게 할까봐서.
저녁에 집 근처 분식집에서 떡볶이랑 순대를 사 왔거든.
먹으면서 목메더라. 사 먹지 말라고 했는데......
밖에서 파는 건 나쁜 것 많이 들어가서 좋지 않다고 조용히 그랬잖아.
그러면서 직접 만들어 줬지. 이젠 과거가 됬네.
달걀도 삶아서 몇 개씩 통으로 넣고 어묵이랑 쌀떡.
국물도 밥 넣어 먹고 싶을 만큼 심심하고 담백하고 진국, 내게는 일품요리. 해 주는 자체로 벌써 맛있기 시작.
손이 커서 일 인분이 아니라 3, 4명은 먹을 양이어서 며칠을 먹게 되긴 하지만.
그립다.
일 끝나고 부리나케 시장 들려 떡이며, 과일이며 참새 새끼 먹으라고 양손 무겁게 들고 오고.
시장이라도 따라가려고 하면 다 알아서 싸게 사고, 나보다 힘 세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긴 걸음도 빠르고 기운도 세긴 해. 10kg짜리 짐을 세 개나 한꺼번에 드니까.
난 포도 한 박스만 들어도 땀이 줄줄. 만날 봐도 설여사가 대단해보였어.
그래도 이젠 곧 칠십인데 아직도 걱정하지 말라고 할 거야?
착하디 착해서 아빠한테 염려 섞인 구박받는 사모님,
남편이 어버이날 전에 들어오면 같이 가고, 아니면 혼자라도 갈께.
뭘 사가야 반품이 안 되려나. 무조건 받지 않는 똥고집을 꺾을 물건이 뭐가 있을지.
얼굴만 봐도 좋다고? 하긴 우리가 그런 사이긴 해.
남들이 말하는 시어머니, 시엄마.
엄마같은 사람이 있는 줄 모르고 살았어.
부모가 이럴 수도 있구나 처음 알았지.
샤워하고 있으면 갑자기 문 열고 수건 있냐고 묻고,
있다고 하면 엉덩이 톡톡 때리고 가고,
피자, 치킨을 사 들고 들어 오는 걸 말없이 눈여겨 봤다가
수시로 용돈이라고 주며 피자 사 먹어라, 치킨 시켜 먹어라 했잖아.
치킨도 길에서 파는 싼 것 먹으면 안 된다면서......
내 인생 최초의, 아마 앞으로 다시 없을 인연일 거야.
시어머니 돌아가시면 우는 며느리가 있긴 하겠지만
내는 견디지 못할 만큼 울 것 같아 벌써부터 좀 그렇네.
어떻게 해도 갚지 못할 사랑을 받았으니. 도저히 상환할 수 없는.
엄마야, 막내딸 보고 싶지? 아빠도 보고 싶긴 한데 사실 엄마가 좀 더 많이 좋다.
마음이 무거워 잠이 오질 않네. 매번 고맙다고 하면 그건 당연한 거라고 했잖아.
한밤 중에 비가 오네. 엄마 내 꿈 꿔. 아니다. 그럼 또 꿈에서도 들려 보내려고 정신없겠다. 꿈꾸지 말고 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