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주일간 고민하다가 도저히 기분좋게 들을 수 없을 것 같아 취소.
총 6회, 12시간, 수강료 200,000원. 독서토론.
신청자는 10명. 강사 포함 교실에 12명 착석.
첫 주에 수업 전반에 대해 설명 듣고, 인쇄된 종이를 받았다.
꼼꼼히 읽어 보니 가능하면 글쓰기도 할 수 있으면 해보세요...... 라고 커리큘럼이 말하는 게 분명히 들렸다.
수강생들을 배려해서 다양한 것을 배울 수 있게, 최종 단계인 글쓰기 사전 준비를 위해 많은 것을 담았네 싶었다.
강사가 고맙게 느껴졌다. 발걸음 통통거리며 집으로 신나게 출발!
2주차 본격적인 수업.
지난 일 주일 동안 얼마나 행복했는지. 일 주일이 하루 같았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밥도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집중했다. 저절로.
당일. 햇살도 눈부신 토요일. 놀러 가는 사람들, 차들로 길거리가 붐볐다. 혼자 뿌듯해하며.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숙제를 다시 한 번 마무리하느라 점심도 못 먹고 수업 시간 정각에 교실 도착.
문을 열자마자 순간 뭔가 불편하고 이상한 기분. 난 이상한 사람이었다. 없었다.
지난 주 받은 인쇄물이 대체적으로 깨끗한 채 얌전히 올라 앉아 있는 다른 사람들의 책상 위를 눈으로 접수했다.
별도로 5쪽을 따로 써 온 사람은 없었다.
읽고 와야 할 책은 수업당 한 권. 하지만 읽으면 좋은 책은 그것의 4, 5배가 적혀 있었다.
그것을 모두 주문했고, 읽었고(다음 주 수업 책까지 진도가 나간 상태), 글로 썼다. 글이 되고 싶은 낙서 수준이지만.
내 잘못이었다. 잘못일 수 있다는 것, 지적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상상도 못했다.
왜 그랬지? 당연히 숙제라고 생각했다. 최선을 다하는 게 모든 것에 앞서는 기본 숙제 아닌가?
숙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왜 생각하지 못했지? 수업을 방해할 수도 있었다. 나에게, 남에게도.
시작은 이랬다. 수업 교재를 읽어 보니, 한 권 읽고 토론한다는 것은 막막하고 어려운 일이었다.
한 권 읽고 무슨 말을 하라고. 아는 게 있어야 나누지.
그래서 읽으면 좋은 책도 모두 읽고, 토론을 해 본 적이 없으니 토론을 위한 책도 읽었다.
다 읽고 나니 머리 속에 떠오른 이렇게 많은 것을 처음 만난 사람에게 말로 1, 2분안에 전할 수 있으려면
글로도 내 의견을 정리할 필요가 있고, 할 줄 알아야 하는 게 아닐까 하고.
어느 순간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언제부터 앉아 있었지? 몇 시인지도 모르고 새벽 1, 2, 3시......
그냥 억지로 한 게 아니라, 저절로 그렇게 하다 보니 일이 커졌다.
얼마나 마음이 조급했던지. 토론 수업을 들어 본 적도 없고 글은 더군다나 작가도 아니니 모르고.
그래도 신났다. 도전하는 것. 망신당하더라도 해 가야지. 모르니까 배우러 가는 것 아닌가. 이런 고통을 즐기는 면이.
그런데 끝나고 강사가 평가를 하는데 써 오지 말라고. 그랬다. 해 오지 말라고. 그냥 오라고. 오라는 걸까, 가라는 걸까.
마지막으로 그더러다. 학구열이 높으신가봐요?...... 그 자리에서 화를 냈어야? 변명처럼 의도를 설명했어야 하나?
수업 분위기도 맞지 않았다. 본 교재를 모두 읽고 온 대단한 사람들이었지만 하는 이야기는 비슷했다.
배다른 첫째 아들만 국수집에 데려가지 않고 고구마 사 먹으라고 돈 쥐어 주고 외식하러 간 무정한 아버지가 나오는 부분.
사람마다 다양한 의견, 새로운 무엇을 알게 해 줄 의견, 깜짝 놀랄 의견, 배려가 담긴 의견 등등.
10명이 말하는데 목소리는 하나 같았다. 태어나고 자라며 겪은, 겪고 있는 게 다를 텐데.
우리나라에서 토론다운 토론이 정말 가능한가? 이 곳이, 이 수업이 믿음을 줄까? 호기심이 수강신청의 시작이었다.
나는 내 인생 하나 밖에 살지 못하니 무슨 수를 써도 스토리가 하나지만
여럿이 모이면 각각 하나씩, 전부 합쳐 9개의 스토리를 들을 줄 알았다. 아홉 가지를 더 배울 수 있겠다 싶었는데.
니가 아직 그 사이 침묵을 제대로 듣지 못했거나, 말하는 속에 들어 있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거나,
대단한 수강생들이지만 1, 2분 안에 놀랍고도 엄청나고 대단한 것들을 졸인 한방차처럼 압축해 표현하지 못한 것이리라.
1분 안에 의견을 표현하고 그것으로 누군가를 수긍하게 만드는 방법을 곧 알려 줄 텐데 영원히 놓치게 될까봐.
6주가 지난 후 참지 못하고 박차고 나간 나는 모르는 것들을 그들은 얻겠지? 실수를 부르는 실수가 될까봐.
한 쪽으로 치우쳐 있는가 걱정했는데 내 시야가 그리 좁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수업. 더 공부하고 가야 할 수업.
생각을 공유하고 단순히 나누는 것도 좋지만 배울 게 많은 더 뛰어난 고수를 찾아야겠다. 내가 고수가 되던지.
당분간 하던대로, 열심이 욕먹지 않는, 최선을 다하는 나 혼자 독서. 끝내주는 새로운 방법을 찾을 때까지 계속한다잉~!
(하긴 다음 주 참고서적인 조정래의 '황홀한 글감옥'을 읽다가 앗! 이거다 싶어 그 생각에 정신이 팔려
도저히 토론 수업을 들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왜냐고? 갑자기 해야 할 일이 생겨서. 이유는 모르겠지만 왠지.
세계문학전집 1백 권, 한국문학전집 1백 권, 중,단편 소설집 1백 권, 시집 1백 권, 기타 역사,사회학 서적 1백 권.
각각 2백 권씩 읽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것에 꽂혀서 수업이 마음 속에서 후순위로 밀려 났다.
이 책을 미리 읽는 게 아니었어. 집중하지 못하는 수강생은 혼나도 싸다. 이 수업 방해꾼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