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점심을 집에서 먹는데 국은 꺼내지 말라고.
그냥 반찬에 밥 먹자고.
'들'이라는 표현이 적당한 때는 드물겠지만
남자들은 왜 국물과 김치를 찾는 것일까?
스스로 만들지도 않고 사 오지도 않는다면
여자가 준비해야 한다고 온 몸으로 강요하는 걸까?
서울 아빠(시)와 엄마는 두 분 모두 하루 12시간 이상 일을 하신다.
그런데 반찬이 없다며 투덜대는 것은 아빠.
똑같이 고생하고 늦은 시간 같이 밥 먹는데 왜 엄마만 타박을 들어야 하는 지.
엄마도 반찬 없이 먹기는 마찬가지. 엄마는 누가 챙기지?
아빠가 놀 때 엄마는 여전히 일할 때도 많다. 그럼 어쩌지?
남자들에게는 전해 내려오는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우선권, 권력이 있나 보다.
엄마는 일도 하고 요리도 하고, 아빠는 엄마보다 덜 힘들게 일하고 요리도 하지 않고.
이런 말을 하면 별 것도 아닌 것 같고 그런다고 하겠지. 그 별 것의 기준은 누구의 기준일까.
개인 간, 사회 속에 미묘하게 존재하는 다양한 곳에서의 기득권에 관심도 없고 이해도 못하고 해결할 의지도 없고.
옆에 있는 가족, 친구,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들 중에서 불공평함을 표내지 않고 참고 사는 사람은 없는 지 살펴야.
서울 엄마, 아빠. 둘 사이에서도 기우는 것이 보인다.
모른다는 것은 변명이 될 수 없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야 한다. 가족이라면.
아내가 남편보다 유리한 건 뭘까? 당연히 누리고 있어서 모르는 게 있을까?
남편에게 강요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가진 힘으로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게 있으려나?
정치, 경제, 나라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반찬에 대해서, 매일 반복되는 식사에 대해 먼저 생각하기를.
여자들이 먼저 밥 걱정을 끊고 열심히 중차대한 역사와 세계를 논하면 남자들이 사소한 밥에 신경쓸까.
엄마, 혼자 모든 것을 하지 않는 버릇도 필요해요. 여자가 여자에게 전하는 불편함은 없애야죠.
우리가 산 반찬도 맛있죠? 편하게 사세요. 그동안 고생 많이 했으니까. 아빠한테도 시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