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 30분부터 5시까지 커피 마시며 형사재판에 관한 책 읽음.
미리 검색해 본, 커피숍 맞은 편 태국 식당에서 똠양꿍 외 2가지 식사를 사 왔음.
한의사가 남다른 사람인 것 같아.
한약 먹을 때 한 두 가지 정도만 먹지 말라고 하더라.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 하면 스트레스 받는다고.
비싼 침 맞으세요, 한약을 지으시죠, 뭔가 소비하라는 신호를 전혀 보내지 않아서 직원들이 더 걱정하더라고.
그래서인지 환자가 점점 더 많이 오던데. 일산에서도 은평에서도.
영수증에 찍힌 숫자를 보니 내가 오늘 첫 손님이더라.
후암동에 커피집이 많이 생겼던데.
책을 읽으러 갈 땐 미안해서 커피에 샌드위치 종류를 되도록 같이 시키는데
대부분의 가게들이 샌드위치가 맛이 없어서......
가게 주인이 한참 앉았다 가던데 직원들 감시하는 느낌을 준 달까, 뭐 근거는 없지만.
똠양꿍 한 입 먹고 깜짝 놀랐잖아.
있잖아, 우리 신혼여행 맛이 나더라고.
먹으면서 기분 좋던데. 음식한테 '야! 너 반갑고 고맙다'고 말해줬지요.
사람과 원활한 대화가 이뤄지는 경험을 조금씩 하다보니 이젠 사물과 대화하는 건 일도 아니야.
어제는 인체, 나무에 관한 두껍고 무거운 백과사전을 샀는데 나무 그림도 어쩜 그리 재밌는지.
저번에 우리 서점 가서 공부방 창 밖으로 보이던 새 이름이 뭔지 열심히 찾았었잖아.
직박구리. 그 직박구리가 앉았던 나무가 회화나무래요.
우연히 들어간 병원, 처음 가 보는 가게, 색다른 음식, 식물과 동물과 인체.
사물과 사람과 우주. 순간의 선택, 나의 탐험은 끝이 없을 것만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