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끼리 수다 한 그릇.

한 분은 집을 이번에 5천만원 들여 리모델링 했다.

다른 한 분은 아들이 방송국에서 일하고 딸은 교사라며.

재산이, 자식의 직업이 할머니를 설명할 수 있을까?

그 오묘하고 복잡하고 멋진 인생을 사셨을 할머니를 몇 개의 단어가 다 담아낼 수 있을까?

난 말야, 우리가 아무리 부자가 되어도 가족들이 겉보기에 그럴 듯해 보이는 직장을 다녀도 조용히 있을란다요.

반대로 없이 살고, 백수라도 부끄러워하지 않을 것이고.

나이가 더 들어 수다스러워져서 자제가 어려워진다면 인지하지 못하고 떠들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런 것이 아닌 다른 것들로 표현할라요.

이랬으면 좋겠다.

해금을 십 년 정도 다뤘고요,

아무도 모르지만 몇 권의 책을 써본 적도 있고요,

부부가 껌처럼 달라붙어 여행도 무척 많이 다녔고요,

요런조런 생각도 매일매일 깊어지고 있고요,

도움도 많이 받았고, 이제는 다른 사람도 조금 돕고 있고요,

겉모습으로는 잘 모르시겠지만 여전히 열정적으로 살고요,

'언젠가 늙고 죽는다'가 가훈이고요,

천재인지도 몰라요,(호기심이 머리의 피곤함을 상관 않고 체력도 무시한 채 뇌가 쉬지도 못하게 끝없이 솟아나는 걸 보면요)

어렴풋이 행복에 대해서도 알고 있고요.

저라는 사람이 설명이 됬을까요.

뭐가 중요할까? 하찮은 건 뭘까?

내일은 수업이 있네요. 어떤 새로운 선생님과 수강생들을 만날까요.

우리 진정한 오너는 내일도 출근이죠? 일요일은 푹 쉬길.
p.s : 할머니, 흉 보는 건 아니에요. 우리 다음 번엔 다른 방식으로 자랑질 한 번 해보면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