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File.1 : 邓丽君-月亮代表我的心102111_deardoll.mp3
눈을 감고 있어도 잠이 와야 말이지.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이불과 뒹굴뒹굴.
국악 라디오 채널 듣다, 클래식 채널 듣다(클래식을 듣고도 잠이 안 오다니),
휴대폰으로 뉴토익 단어 맞추고 별 짓 다하다가 결국 어제도 그제처럼 새벽 6시에 잤다.
10년.
서로 맛난 거 먹으라고 부르짖으며 메뉴 고르느라 한참이 걸리는 식사를 하고,
커피숍에선 온 나라를 들먹이고 별의별 이야기를 하며 소곤소곤, 쑥덕쑥덕.
저녁엔 살며시 웃으며 우리 강아지 산책 시켜줘야지 한다.
걷는 것을 좋아하는 날 위해 한강을 따라 한 두 시간 거닐고.
주말엔 '우리는 패션을 읽으러 가는 거야' 하며 명동에서 옷 구경도 하고 신발 구경도 하고.
다 사라고 빵빵 큰 소리 친다. 원하는 게 뭐야? 다 사! 사버려~! 참 나. 원빈인 줄 아나봐.
영어 작문을 하고 있으면 '그래, 소질이 있어' 한다. 밤새 영영사전을 뒤진다.
중국어를 따라하고 있으면 '그래, 소질이 있어' 한다. 중얼 중얼 더 따라한다.
일본어를 해석하고 있으면 '그래, 소질이 있어' 한다. 단어 공부를 더욱 열심히 한다.
커피도 요리도 주식도 그것이 무엇이든 시작만 했다 하면 소질이 있단다. 원.
이러니 하다가 도저히 멈출 수가 없다. 그 비싼 칭찬을, 믿도 끝도 없는 신뢰를 받았으니.
출장 가기 전에는 늘 마트를 가자고 한다.
잠이 안 올 때 마시라며 맥주를 종류별로 한 개씩 골라 담는다.
빵이며 과자도 사 두라고 한다. 혼자 있으면 마트를 가지 않을 테니까.
출장비도 대부분 주고 간다. 맛난 거, 비싸고 좋은 거 사 먹으라고.(바로 저금했다. 알면서 저러는 거 아냐?)
가기 전 날, 사진 하나를 프린트 해 왔다. 한 쪽 벽에 테이프로 얌전히 붙이더니 동경이란다.
진도개와 비슷한 데 꼬리가 짧은 경주 출신, 일본에 의해 영원히 사라져 버릴 뻔한 '동경이'라는 강아지란다.
놀자고 하는 통통한 강아지는 나고 졸려 하품하는 날씬한 강아지는 본인이라고.
외로워 하지 말고, 웃으며 지내라고. 마음에 남을 단어 하나가 추가 되었다. 동경이......
우리는 서로에게 부모이고, 동료이며, 형제이고, 애인이며, 친구이고, 스승이며 제자이다.
나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상대방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상대방을 위하는 것이 나를 위하는 것이고, 나를 아끼는 것도 상대방을 위한 것이다.
처음 보는 사람처럼 상냥하게 대하고,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최대한 아끼고,
해줄 수 있는 건, 해주고 싶은 건 미루지 않으며,
온 구석을 비틀어 칭찬할 구실을 찾는 신나는 여행을 매일같이 하고.
좋았다가 나빴다가 힘들었다가 짜증났다가 왔다리 갔다리하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감정의 변화를 읽어 주고 알아 주기 위해 레이다를 곧추 세우고 있다가
돌아오면 송수신 한 번 세게 해줘야겠구만. 토요일은 일요일을 기다리느라 잠 못 이룰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