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바지 속도를 올리고 있어. 손가락 사이, 손바닥에도.
처음엔 골반 근처로 양쪽이 엄청 올라오더니 점점 퍼진다.
그러면서 낫는다는데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어떤 날은 아예 못 자기도 하고 그저께, 어저께는 저절로 2시간마다 깼어.
'긁는 꿈을 다 꾸네'생각하며 비몽사몽 눈을 뜨니 열심히 긁고 있는 나. 잠이 든 건지 깨어 있는 건지.
사람이 웃겨. 잘난 척, 똑똑한 척, 점잖은 척, 무슨 척을 해도 이렇게 사소하게 아프면 관리는 커녕 정신을 놓고 단순해지니.
긁적이는 나만 남고 다른 난 어디로 모두 도망갔나 봐. 이걸 합일의 상태라고 해야 하나.
머리로 이해하고 있던 환자의 마음을 몸이 한 번씩 불편할 때마다 마음으로도 동감할 수 있어 고맙긴 한데.
참느냐 긁느냐. 약을 발라도 시간이 좀 지나면 또 근질근질.
몰입도는 끝내줘. 무념무상 긁게 되더라고.
한 번 이러면 재발할 가능성이 많다는데. 왜 이러나 몰라.
그 놈의 면역력 저하는 희한해.
나처럼 편하게 사는 사람도 드물 텐데 그래도 있을 스트레스 때문일까?
서울 엄마 말대로 밥을 한 대접씩 먹지 않아서일까.
더 자주 웃어야 할까.
걷지 말고 뛰어 다녀야 하나.
남편의 출장이 잦아서?
오늘은 긁지 않으......리라. 지킬 자신은 없다.
아! 한동안 외출도 제대로 못했는데 내일은 활동.
추신 : 몸아,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아니지, 니가 알면 이럴 수 없다.
앞으로 더 아낄께. 맘도 편히, 먹는 것도 좋은 걸로, 꾸준히 움직이고, 많이 웃을께. 더 뭘 해야 하니?
바라는 게 있으면 제발 말로 해. 내가 눈치를 채야겠지? 어렵다 어려워.
(껍질째 먹는 무농약 사과에, 무농약 제주도 귤, 친환경 농사로 지은 현미, 흑현미, 약콩, 찰옥수수, 찹쌀, 율무.
나 요새 종일 배불러. 이 정도면 되겠니? 더 이상 못 먹는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