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년 전 낙찰 받은 아파트. 생전 처음 피고인이 된 나.

관리소장은 본인을 전 소유자가 미납한 관리비에 대해 채무자로 고소하였다.

고소를 하고도 뭐가 불안한 지 열심히 독촉장을 발부, 매달 한 번씩 경비가 방문하여 전달.

오늘은 하다하다 아침 7시부터 벨을 눌러 깜짝 놀랐다. 기분 나빠하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지난 모든 사람과 일이 떠오른다.

왜 이러고 있지...... 필요없는 생각에 슬프다. 일의 시작은 있고 끝이 없다. 다시 처음부터 곱씹는다.

한자 '측'자의 의미가 어쩜 딱 맞는지. 인정으로 해결하지 못해 법에 호소하는 측은한 사람들이 많은가보다.

소액소송 변론기일을 정하는데 6개월이나 걸리니. 거기에 나까지 한 몫 했지만.

3월 20일. 드디어 서부지법에 간다. 떨린다. 살다 보면 이보다 더한 일도 앞으로 수없이 보고 겪겠지?

많은 것을 배웠다. 또 배워야겠지? 볼 것, 못 볼 것 끝없이 남아 있을 거야. 인생은 길다.

 

각자 사정이 있을 거야. 관리소장, 경비, 입주자대표, 채무자 모두. 그럼 내 사정은 누가 이해하지?

내가 생각하는 마무리와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마무리가 애초 달랐던 건지도 몰라.

타인이 너와 같은 수준의 생각과 기준으로 산다고 착각한 거야.

씁쓸하다. 괜찮은 사람이 더 많은 세상을 만들려면 난 무엇을 해야 할까?

합의하기로 마음 먹고 얼마까지 양보를 해야 하나 고민 중인데, 6개월 더 소요해도 공용부분만 낼까 욱하는 아침......

더 돈을 열심히 벌어 마당이 있는, 관리비 없는 단독으로 이사 가야겠다. 조용히 살아야지. 아파트는 너무 힘들어.

경매 낙찰 받기 전에 40여개가 넘는 물건을 보러 다녔었다. 이제 단독주택 탐방? 넌 혼자 잘하면서 꼭 그러더라.

힘내자, 아무 이유없이 무시한다고 서러워 말고, 성장할 기회를 그 사람에게 주자.
나이만 많다고 어른이 아니니까. 기회를 팍팍!

착한 사람 증후군일까? 먼저 누군가를 괴롭히거나 내 위주로 함부로 대하지 않았는데 고통 받는 게 힘들다.

참다 참다 폭발하면, 얌전한 사람이 갑자기 자살을 하기도 하는 걸까. 그래도 참아야겠지? 수많은 내가 내 안에 있다.
하나 더, 보기 싫은 사람 끊고,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젊을 때보다 선택의 폭이 더 넓다고 할 수도 있어.

나는 모르는데 누군가 나 때문에 상처를 받을 수도 있겠지. 결론은 또 내가 더 조심해야지로 끝나는 건가. 못 말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