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일까?

내가 만든 나? 정말 나?

질문 속에 답이 있지요. 질문 = 답.

(저는 '나'와 무척 가깝게 지냅니다. 늘 부족하지요. 그래도 점점 더 온전해지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이 맛에 살아요!)

인생이 뭘까요? 오늘까지의 제 잠정 결론은 내 부모와 나를 매일 극복하는 것.

지난 설 연휴, 차분하게 보냈지요.

겨울마다 베란다 공사를 한답니다. 이 곳에 이사 온 이후로 생긴 특별한 연례행사죠. 우후후~.

5~6일 동안 베란다와 작은 방 창문을 교체했고, 여기저기 철거 후 단열 공사를 했어요.

전 주인이 집을 묘하게 꾸며서 뜯는 데도 한참.

속을 보니 가관이더군요. 본드에 본드에 타카, 타카, 밀착이라곤 없는 텅 빈 벽.

계약금 입금하면서 설날 용돈으로 쓰시라고 5만원을 더 넣었어요.

남편이 일을 위해 모아 둔 모자를 무척 탐내시기에 몰래 드리기도,

술을 좋아하신다기에 중국인 사장에게서 받은 비싸다는 수 십 만원짜리 가짜 아닌 진짜 진짜 술도 두 병이나.

하루를 제외한 나머지 점심도 제가 계산하고(이미 밥 값 포함해서 견적했으면서).

수시로 청소도 돕고 5층에서 1층까지 도보로 무거운 짐도 같이 나르고......

(미운 사람 떡 하나 더 주기. 효과 좋습니다. 왜 저러지? 싶을 때마다 뭔가를 하나씩 더 드립니다.)

좋은 사람을 만났어요.

하나를 줘야만 하나를 일하는.

힘들다고 삐쭉이다가 살짝 겁주면 다시 조용해지고.

난이도가 높은 편이죠 이런 부류는.(건방지게 말하면 맞춰 줄 순 있으나 귀찮은, 성가신, 친구하고 싶진 않은)

보통은 처음 만날 때 잘 보이면 쭈~욱 가거든요.

일희일비의 최대 피해자는 결국 자신인데 말이죠.

남편에게 자신과 상대방을 동시에 위하는, 사람 다루는 법을 공사 현장에서 생생하게 많이 가르쳤죠.

('눈치를 하도 줘서 눈치 보여서 못 살겠네~~~' 지나가는 말로 크게 했더니 입이 들어가고,

첫 날을 제외하고는 점심 먹겠다는, 먹자는 말없이 계속 일을 하더라고요.

넘어갈까 하다가 하루는 점심을 12시가 아닌 12시 30분에, 모르는 척 드셔야죠? 물었죠. 다음 날은 2시에 묻고.

누군가를 불편하게 해서 밥 값 아끼려고 애쓰지 말라고, 가하기만 할 때는 모르는, 당하는 기분을 느껴 보시라고.)

오늘은 직장을 그만 둔 처자를 만나러 갑니다.

일종의 진로 상담을 위한?

점심을 맛있게 해 준다는 것을 보니 다시 아끼는 분위기로 돌아온 듯.

집으로 가서 한 판 수다(상대방의 빠른 심리안정과 새로운 일을 찾기 위한 자극, 전략은 미리 대강 준비 *^^*)를.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라는 말을 사람들은 많이 합니다.

정말 모를까요? 판단을 미루는 것 뿐입니다.

다투면서 헤어지지 않는 부부가 있어요.

며칠 전에도 저녁 7시에 전화가 와서 바로 와 줄 수 있겠냐며.

저녁 먹다 말고 뛰어갔죠. 그 사이 무슨 큰 일 날까 싶어.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전에 했던 말, 봤던 모습을 재방송하고 있더라고요.

이번에는 위로하지 않았어요.

다음부터 주변 사람들을 찾지 말고 스스로 해결하라고. 같은 문제로 연락하지 말라고.

끄덕여 주는 사람들의 속을 아느냐.

그 이상 말해 줘도 못 알아 들을 테니 고개만 끄덕이다 가야겠구나, 하는 것이라고.

창피한 줄도 모른 채 사람 앉혀 놓고 각자 한참 떠들더니 갑자기 침묵.

그러면서 묻더군요.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아직 급하지 않은 거죠.

밤 12시까지 있다 왔더니 잠도 안 오더라고요.

이 둘은 심각할까요? 아니요, 이대로도 잘 지낼 거에요.

급하지 않을 때 급해야 하는데.

그래야 급할 때 차분할 수 있는데.

남산 아래 공기는 좋습니다.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깨끗하고 맑은 공기만큼 중요한 뭔가를 찾으셨을까요? 찾으실까요?

우리에겐 무엇이 중요한 걸까요?

나에겐?

11시에 나가면 충분한데 마음이 벌써부터 울렁울렁 바쁩니다.

오늘 만날 사람, 곧 만날 사람. 미우나 고우나 사람.

나중은 미우나 고우나 로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