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얻는 것. 아니 주는 것. 잘.

모든 것은 영업이다? 모든 영업은 하나?

수업을 듣는 도중, 옆에 앉은 사람이 무척 산만하게 행동하고 있었다.

휴대폰을 진동으로 하긴 했으나 수시로 들여다보며 답하고

방해하기에 모자라지 않은 작고 또렷한 목소리로 통화도 자주 하고

교실 끝에서, 나갔다 들어왔다를 반복하며.

점심 시간.

일행이 있나요? 같이 식사할래요? 라고 물었다.

밥을 먹고 나서.

나 : 무척 바쁜가 봐요. 마음 편히 수업도 못 듣고. 힘들겠어요.

상대방 : 네. 회사 일 때문에.

나 : 마음이 많이 분주하겠어요. 일에, 집안 일에.

상대방 : 어떻게 아셨어요?

나 : 편하게 있지 못하는 듯 싶어서

상대방 : 아, 회사 끝나고 집에 가도 쉬지 못해요. 남편이 애를 보는 것도 아니고 집안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나 : 표정만 새초롬하지 착해서 큰일이죠?

상대방 : (또 어떻게 알았지? 하는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남편을 어쩌죠?

나 : (웃으면서)너무 늦었죠. 새로운 습관을 익히게 하기에, 이제 와서 바꾸기에.

만일 내가 왜 그렇게 산만하게 듣냐, 방해할 거면 오지 말든지, 정신사납네...... 등의 눈빛과 행동과 말을 했더라면

우린 식사 후 커피를 마시며 대화할 수 있었을까.

똑같이 산만해도 표현만 달리하면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

내 사정이 있으면 당연해서 자주 잊는, 네 사정도 있는 법.

그리고 또 다른 수업에서.(아침부터 저녁까지 듣는 수업이라 점심 시간이 있음.)

나 : 혼자 오셨어요? 식사하러 가시죠!

상대방 : 네. 그러죠.

나 : (휴대폰에 PING 사진을 보고 계시길래) 골프 치시나 봐요.

상대방 : 네.

나 : (점심을 다 먹고 일어나면서) 밥을 원래 더 빨리 드시죠?

상대방 :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나 : 저도 선생님 따라가느라 평소보다 엄청나게 서둘러 먹었는데, 원래 저 속도보다 더 빠르지 않을까 짐작을.

5분?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인데 이렇게 빨리 밥을 먹기는 처음이다.

앞에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하던대로 생각없이 저렇게 후루룩 마시듯 드실까,

내 위주로 생각하고 판단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렇게 자신의 보려고 하지 않으면 볼 수 없는, 무뚝뚝하지만 아름다운 그 소리없는 배려를 콕 찝어 말로 표현하니

수업이 끝나고, 잘 가라면서 그새 익숙해진 무뚝뚝하지만 살가운 인사를 먼저 건네신다.

인사없이 모이고 헤어지는 사람들. 교류하면 얼마나 좋은데.

그렇게 마음을 알아주면 신뢰를 얻는다. 물론 신뢰를 얻는 게 목적은 아니다.

일단 사람을 믿으면 굉장히 쉽게 의지한다.

그 찰나에 상대방의 순수함이 그대로 넘어오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어디 가서 고생할까 걱정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면 자신의 배우자, 집안 이야기, 집, 주식에 대한 경험과 고민, 문의 등

만난 지 몇 시간 지나지도 않아 '이 사람은 뭐지?'하던 눈빛은 온데간데 없고, 많은 이야기를 묻지 않아도 말한다.

성실하고 정직하고 한결같이 노력하고 끝없이 배려하고 있으며

얼마나 많은 것을 꾸준히 공부하며 사는 지 말하지 않으면 누가 알까?

짧은 시간에 나를 잘 파는 것이 영업. 남을 잘 알아주는 것이 또 영업.

'나'를 소개하기 위해 매번 누군가를 붙잡고 몇 년씩 기다려 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

'너'를 알아차리는데 너무 긴 시간이 걸리면 재미와 놀라움과 감동이 없다.

인생은 영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