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그것도 못하니?'보다 '너는 무엇을 잘하니?'

'뭐가 그렇게 불만이냐?'보다 '뭐가 불편한데?'

'당연하지, 왜 그렇게 말이 많아!'보다 '이건 이래서 이런 듯 싶은데 어떻게 생각해?'

'돈 내는데 고맙긴 뭘 고마워'보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지불했는데도 어쩜 그리 잘 해주시나요?'

'이렇게 하지 마세요!'보다 '이게 이렇게 해야 사고가 나지 않거든요. 다치실까 봐 그래요.'

'나이 들어서 욕심만 많아 가지고'보다 '꿈이 많으신 가 봐요. 의욕이 넘치시니 좋겠어요.'

나에게 당연한 것, 그것이 상대방에게도 당연했으면.

하루는 지나가면 그만이다.

그 하루를 당연하다, 아니다로 다투면서 보낼 게 아니라

내게도 곁에 있는 사람에게도 그 말과 행동이 지극히 당연한, 그런 사람들과 어울려 늙고 싶다.

남편도 밥을 준비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늘 보고 자라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생색을 낼 것이고, 생색에 대한 칭찬이나 보답을 바랄 것이고

그것은 속으로 딴 생각, 계산을 하게 만들며 결국 상대방을 불편하게 할 것이다.

지금 우리는 너와 나의 경계가 없는 편이라

남편이 밥도 하고 반찬도 하고 설거지도 하며 청소도 한다.(물론 내가 오랜 시간 길들인 영향이 크지만)

나는 빨래를 돌리고 환기를 하고 음식 주문을 하며 돈을 번다.

이 일이 네 일이냐 아니냐는 대화 중에 단 한 마디도 없다.

그저 소리없이 한 사람이 무언가를 하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이 곁에서 다른 일을 하나 한다.

그것 뿐이다.

싸우기 위해 살지 않고 서로를 위하기 위해 살며 웃기 위해 산다.

점심은 남편이 아침부터 소리없이 불렸다가 지은 잡곡밥, 멸치 다듬어 국물 우려내고 참치캔 2개 투하한 김치찌개에 잔멸치 볶음.

편히 얻어 먹은 고마운 보답으로다가 무형문화재 7대손이 만든 50만원짜리 대추나무 빗으로 머리를 100번도 넘게 빗어줬다.

얼음 들어간 차가운 커피는 내가 잘 타서 식사 후 베트남 커피믹스에 얼음 10개 넣고 두 잔 탔다.

그냥 그런 것이다. 내가 하면 어떻고 니가 하면 어떻나.

영양가 있는 대화, 그것이 몸에도 좋고.

남편은 커피를 받고서 마시지도 않고 그새 낮잠에 돌입.

얼음 다 녹으면 맛없을 텐데. 깨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

숨도 살살 쉬면서 조용히 키보드 입력 중...... 

다음 단계의 '당연함'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