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소통을 원한다면 끝까지 내려간 내 속마음과 표현, 겉모습 사이에 거리가 적어야 한다.
나와 나 사이의 거리. 그 다음이 나와 남의 거리다.
안다. 인정하는 지 아닌지. 얼만큼 생각하고 고민하고 애쓰는 지 아닌 지.
나는 이런 사람이다를 버리고 저런 사람이기도 했다가 요런 사람이기도 했다가
버렸다 채웠다를 반복할수록 변신에 능해진다. 그렇다고 내가 어디 안 간다.
그것의 최종 목적은 상대방을 위해서. 그것이 또 나를 위한다. 돌고 돌아 뭐가 뭔지 모르는 상황까지.
좋은 말만 주고 받으면 재미없다. 이상한 말 이런 말 저런 말 그래야 맷집이 생긴다.
진정한 연애는 평소에 많은 사람과 하는 것이다.
밀고 당기고 들었다 놨다. 사는 것은 연애다. 결혼 후 진짜 연애를 해야 한다. 가족과도 그렇다.
1. 어느 날, 한의원에서 직원들이 에이스 과자를 출출할 저녁 5시쯤 간식으로 드시고 계셨다.
침 맞으며 누워 있는 나에게도 하나 주시는 게 아닌가.
그래서 다음 날, 한의원 옆 건물에 있는 1층 가게에 들러 에이스 한 상자를 샀다.
"에잇! 다음부터 주지 마세요~. 과자 하나 얻어 먹고 한 상자 사고. 손해야 손해. 그냥 올 수 있어야지.
환자에게 이렇게 상냥하게 직원들끼리 먹는 과자를 주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예뻐서 안 사올 수 없잖아요!"
2. 세입자님께서 계약 기간 만료 한 달이 넘도록 아직 입금을 하지 못한 상태.
쾌활하게 말했다.
"일 하느라 고생 많으시죠~. 중간 중간 전화라도 주셔서 감사해요.
나중에 저도 신세 한 번 져야겠어요~"
3. 부동산중개사무소를 들어 갔다. 커피 두 잔을 들고.
한 잔 먼저 고르시라고 드렸더니 희한한 눈으로 나를 보며 인사도 하지 않고 앉은 채 묻는다. 무슨 일로 왔냐고.
기분 좋게 미소 지으며 눈치 빠르게 한 마디 했다.
"왜요~? 잡상인일까 봐요? 부동산에 왜 왔겠어요. 내 놓으려고 왔지."
4. 좋은 재료로 인공첨가물 없이 빵을 만든다는 광고 입간판이 보였다. 얼른 버스에서 내렸다.
빵값을 결제하면서 혼자 일하고 관리하는 사장님에게 많이 팔리냐고 물었다.
"서울우유 버터를 사용하는데 작년보다 40% 올렸어요. 좋은 버터 사용한다고 해 놓고 안 쓸 수도 없고.
서민은 살기 힘들고 부자만...... 이렇고 저렇고......"
"누군가가 사장님을 보면 서민이라고 할까요, 부자라고 할까요. 사장님이 서울우유 사장 자리에 가면
가격만 올려도 돈을 벌 수 있는데 올리지 않으시겠어요? 다른 사람들도 그 자리에 갔을 때 안 올릴까요?"
그 사장님의 머리에서 보이지 않지만 볼 수 있는, 다량의 폭죽이 탁타닥, 팡펑펑 소리와 함께 터졌다.
"그런데 뭐하는 분이세요?"
"책 읽어요. 그래서 돈도 벌고. 가격 올리는 것에 대해서 말한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고 막을 수도 없고.
서민과 부자를 구분하지 말고 다른 방식으로 고민해 보는 건 어떨까요?"
그 분이 잠 못 자기를 바라며 잠 못 이룬다.
우리는 역사를 만든다. 내가 보이는 반응, 대처하는 방식이 다른 사람의 감정에 영향을 준다. 거창하게 말하면 인생에.
화 낼 일이 없기를 바랄 게 아니라 화를 낼 지 말 지 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반응하는 것이다.
똑같은 교육을 받고 똑같은 책을 읽는 것을 넘어서서.
똑같은 깨우침이 목표가 아니라 나만의 깨우침을 위해.
모든 것은 자신 안에 있다. 꺼내야 한다.
욱한다. 조급함에 서투름에 모자람에 욕심에, 그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에.
잘 키운 남편에게 얘기해야지 내 의도는 이랬다고. 다시 힘내자.
오늘을 어떻게 채울까,로 하루를 시작한다.
누군가의 머리에서 폭죽 터지는 소리를 들으면 그렇게 기쁠 수 없다.
내 눈 앞에서 그 사람이 즉시 바뀌어야 할 이유는 없다.
살다가 사고가 자유로워지고 사는 게 크게 달라진 게 없으나 마음이 편하고.
그렇게 그 사람이 타인에게 영향 받았는 지 스스로 달라졌는 지 알든 모르든 잘 살면 좋다.
(누군가 날 위해서 그랬구나를 알고 그 사람도 또 헤매는 누군가를 위해 받은 것을 준다면 더 좋겠지만.
그런 이도 있고 아닌 이도 있다. 모든 문장에 이런 식으로 또 토를 달면 길어지고......
쓴 글에 쓰지 않은 글까지 담을 방법이 뭘까.)
나와 너는 분명 다르지만 일치하는 무아지경의 순간이 종종 있다.
눈빛을 교환하거나 대화를 하는 중, 행동을 하는 도중.
다른 사람의 마음에 내 말이 고스란히 들어갈 때 그 느낌이란.
마음과 마음이 서로 오고 가며 교차하는.
일상 생활을 끄적끄적 낙서로 표현하는 데 간극이 크다.
그래서 서툴지만 나아지고 싶어서 쓰기도 한다.
'생각하고 말고, 글쓰고 말고'가 아니라 생각하고 시도해 본다.
그래서 행동한 것을 글쓰기로 다시 끌고 내려오기가 힘들다.
겪지 않은 것을 믿고, 보지 못한 것을 믿으면 겪을 수 있고 볼 수 있는데.
낯선 이에게, 힘들어하는 이에게 말을 걸 것이다. 원래 알고 지내던 사람처럼.
세탁소 아저씨에게 가서 묻지 말아야지.
왜 드라이클리닝 맡긴 옷에 전에 달려 있던 큐빅 박힌 슬라이더 대신 어울리지 않는 크고 엉뚱한 녹슨 것을 달았는지.
A: 어쩌고 저쩌고...... 궁시렁 궁시렁......
B: 아, 당신은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시군요.(1. 정보나 사실의 제공이 아닌 이해를 먼저 해 주기. 끄덕 끄덕)
그런 생각도 좋고 방법도 훌륭하네요. 제가 해 봤던 방법 중에 이런 것도 있는데 그것도 효과가 좋더라고요.
(2. A보다 나은, A와는 다르지만 색다른 배울 만한 연륜이 묻어나는 전략과 전술)
충분히 잘하고 계세요. 대단해요.(3. 칭찬)
동의로 시작해 그 사람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은 놔 두고 그 외에 것을 전해 주기 위해
상대방의 의도, 수준, 경험, 지금 상태를 빨리 훑고
조심 조심 마음을 여는 대화로 시작해 용기를 북돋고 칭찬으로 마무리 하는. 비폭력대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