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밤새 공부를 하고 싶어도 피곤해서 못하는데.
낳아 준, 긴 세월 함께 한 가족 중에 나를 30년간 입 다물게 했던 누군가의 모습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서 보면 답답하고 서글프다. 자동으로 온 몸이 걱정으로 꽉 찬다.
내가 나를 모른다는 것은 주위에 직언을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고 그럼 본인의 진짜 모습을 알 수 없고.
가까운 사람들은 몹시 불편할 것이고 그 불편함은 그 사람의 성장을 발목 잡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그 스트레스를 풀고 또 그 사람은 옆 사람에게 풀고.
나이로 누르고 성별로 누르고 아는 것으로 누르고 답을 정해 놓고 누르고 무엇으로 누르는 지 모르고 누르고.
스스로 많이 치유했지만 여전히 눌리는 것을 보면 영향력이 어쩌면 평생 갈 지도.
그래서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지, 저 사람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 지 깊게 파악하려고 애쓰지 않으면
내가 누군가를 입 다물게 할 수도 있다. 그것이 돌고 돌고 돌고.
좋은 뜻도 말도 배려가 필요하다. 한 번 더 듣는 사람으로 변신해 그 사람 마음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생각하는 법, 행동하는 법을 나이가 들었어도 그 흘러가는 길을 이렇게도 바꿔보고 저렇게도 바꿔보고.
아............
말하면서 듣는 사람이 안중에 없거나 들으면서 듣는 것에 집중하지 않고 뭐라고 말할까 준비하면서 듣는.
그것은 대화가 아니다. 각자 떠들 뿐.
오후 3시에 젊은 사장을 만나러 간다. 도움도 주고 받기도 하러. 얼굴도 보고 안부도 물을 겸.
작년 시골에서 부모님이 직접 지은 곡식으로 미숫가루를 만들어서 주셨었다.
나눠 먹으려고 건넸더니 좋아했었는데. 김치냉장고 안에 올해 주신 미숫가루가 있으나 같은 품목이니 그렇고.
선물로 받은 김, 풀무원 김이랑 맛 비교해 보라고 주주총회 이야기도 서두에 하면서 분위기도 풀겸 쥐고 가야겠다.
주자 주자 끝없이.
아! 어제 누가 뒤에서 살짝 차를 받았다고 했다. 한의원에서 한약 들어간 파스 좀 붙이라고 사야겠다.
본인은 '준다'를 이렇게 사용한다. '준다'는 말 속, 앞, 뒤에 어떤 꿍꿍이도 바람도 없이 그냥 '준다'로 끝이다.
하다 보면 ''준다'는 말 속, 앞, 뒤에 어떤 꿍꿍이도 바람도 없이 그냥 '준다'로 끝이다.'도 사라지고
'나'와 '준다', '너'가 남는다.
''나'와 '준다', '너'가 남는다.'도 없어지고 어느 새 주고 있는, 주고 돌아 오고 있는 내가 있다.
이제는 '나 뭐하고 온 거니 하는 나'가 있다.
발걸음도 가볍게 콩콩 통통 튕기면서 콧노래 부르며 룰루랄라 집으로 오는 나.
말하는 사람이, 가르치는 사람이 더 많이 배운다고. 동감한다.
내가 어떤 말을 하고 나서 배운 게 없다면 자랑이었거나 지시였거나 썩 영양가가 없는 후회를 부를 말일 수 있다.
그래 하루는 이렇기도 하고 저렇기도 하다.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런 게 있다.
('뼛 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를 읽고 참고 있던 후유증이 올라온 듯 싶다. 고수는 짧게 하수는 길게.)
씻고 한의원이나 가야지. 뜸이나 뜨면서 눈 감고 쉬어야겠다.
각자 자신이 누구인 지 알고 산다면 내가 정확히 뭘 하고 있는 지 안다면 좋을 텐데.
말 끝에 난 내게 묻는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 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다. 그냥.
똑같은 공간에 살지만 날 알기 전과 후는 엄청나게 다르다.
몸과 마음이 자유롭고 나와 너의 경계가 없어지고 사물과도 대화를 하고......
침 맞으러 뜸뜨러 가자. 밤새 잠 못 잔 티내면 그것도 신경 쓰게 만들 수 있으므로. 갔다 와서 팩도 하고.
사업하느라 무척 고생이 많은 분이니 일 이야기도 하겠지만 잡 생각없이 쉬게도 하고 보내야지.
만나자마자 해맑은 얼굴로 활짝 웃어줘야지.
일어나자, 그만. 컴퓨터야 잠시 안녕, 밤새 쉬지도 못하게 해서 미안. 한의원 갈 동안 너도 쉬고 있으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