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 듣고 있으라고 해서 말 잘 듣고 있는 것도 착한 게 아니다.
(아파트 1층에 엄마가 말도 잘 못하는 여자 아이에게 '나가! 그럴 거면 나가!' 소리질렀다.
주말이 저 아이에게는 지옥이겠구나.
어느 날 아빠, 저녁에 출근을 하시는 지 문을 열고 나오며 딸에게 '엄마 말 잘 듣고 있어'했다.
아...... 아직도 저렇게 가르치는 구나. 잘 듣고 있어. 집이 군대야?
엄마랑 잘 놀고 있어~, 잘 지내고 있어~ 이렇게 말하면 좋을 텐데. 듣고만 있어야 하는 구나.
말에는 힘이 있다. 한 단어에도 위로 받고 상처받는 힘.
사람들은 자신이 말하는 것은 신경 안 쓰고 남이 나한테 말하는 것에 크게 반응한다.)
자신을 버리고 배려하는 것도 착한 게 아니다.
당하기만 하는 것은 착한 게 아니라 못난 것이다.
강해야 착할 수 있다.(강하려면 능력, 자신감, 당당함, 과감함, 도전, 수많은 요소가 필요하다.)
하고 싶은 말을 부드럽게, 상냥하게, 요령있게, 어느 누구도 상처받지 않게
다양한 종류의 섬세한 배려가 들어 있는 표현으로
상대방을 그 자리가 아닌 한 발 앞으로 나갈 수 있게 할 말을 하는 것이 착한 것이다.
단순히 푸념만 들으며 맞장구나 치는 게 아니라
어루만질 때와 날카롭게 들어갈 때를 아는 게 착한 것이다.
욕 먹을 각오, 오해를 살 각오를 하고 한 마디 하는 것이 착한 것이다.
그러기 싫다면 안 하면 그만. 지칠 때는 쉬기도 해야 한다.
안 하는 것이 못된 것과 동의어는 아니므로. 안 하는 것은 그냥 안 하는 것이다.
몰라서 못 하는 것과 알고 안 하는 것은 또 다르다.
가짜 착한 것에서 벗어나기까지 쉽지 않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라고 해서 살았는데 무식하게 정직하고 성실한 게 아니라 요령이 있어야 했다. 능수능란한.
능수능란하지 않으면 정직하고 성실하게 사는 것을 지키기 어렵고
다른 사람을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도록 하는 것도 어렵다.
침묵하는 사람은 깨달아서 침묵할 수도 있지만 착함에 빠져 조용할 수도 있다.
화를 많이 내는 것도 좋지 않지만 화를 내지 않는 것도 많이 위험하다.
남의 감정이 어떻든 난 모르겠고. 좋다.
만일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참다 참다 폭발. 어떻게 사는 게 나은 지 말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화를 내는 정도가 사람마다 다른데 침묵, 소리 지르기, 무시하기, 던지기, 때리기, 부수기, 싸우기,
과소비, 과식, 눈에 띄게 행동하기, 과장하기, 자랑하기, 사고치기, 찌르기, 죽이기, 폭발, 위협......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잘 산다면 괜찮다.
길 가다 내가 칼에 찔렸다면? 그 때서야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왜? 원인과 결과를 찾으면 칼에 찔리기 전으로 돌아갈까?
이유를 찾으면 이해할 수 있을까? 그 전에도 찾지 못했던, 관심없었던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을까?
불과 몇 년 전 동생이 차를 타고 가다 한참 달리고 있는 차 문을 열고 뛰어 내리겠다고 한 적 있었다.
지금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 나처럼 진지 열매를 종종 먹는다며 농담을 한다.
내 가족이여서 신경 써야 할까?
그냥 나 같은 사람이여서, 나도 잘 살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 저 사람도 그런 똑같은 사람이니까 잘 살기를 바라며.
순해 터진 게 착한 게 아니라 특급 사기꾼처럼 누군가의 마음에 어떤 부분이 비었는 지 긁어 주고 채워 주는 게 착한 것이다.
마냥 끌려 다니는 게 아니라 이 곳, 저 곳 데리고 다니고 먹이고 보여 주며
느리지만 천천히, 끌려 다니는 줄도 모르게 끌고 다니는 것이 착한 것이다.
혼자서도 잘 살며, 아쉬울 때도 남을 찾지 않고 누가 힘들어도 신경쓰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탓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앞뒤가 맞는 것이다.
그런데 잘 풀리고 기분 좋고 내 가족이 무탈하면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 오지 않고 찾지 않다가
무슨 일이 생기고, 힘들고 어렵고, 나쁘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생겼을 때 두리번 거리고 있다면
그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앞뒤만 맞게 살아도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열심히(1단계부터 100단계쯤 있다고 해야 하나. '열심히'는 초급부터 고급까지있다.) 살았는데
나만 왜 이러고 사냐고 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고
나 이외에 무심하게 지냈는데 갑자기 탓을 밖으로 돌리면 앞뒤가 맞지 않고
부자가 가난한 사람이 안중에 없으면, 가난한 사람이 부자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으면
세상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성실하게 산 사람이 보상받는 세상. 국회의원에 출마한 어느 후보의 책자에 실린 글.
성실하게 산 사람이 누굴까? 가난한 사람? 성실하게 살았지만 보상받지 못했으니 챙겨 주겠다?
성실하게 산 부자도 챙겨 주나?
그럼 부자는 불성실한가? 성실하지 않은데 돈을 벌 수 있나? 부자를 하려면 성실하지 않아야 한다?
성실하게 산 사람을 보상해 줄 게 아니라 대충 살라고 하면 만사 해결?
부자는 성실하지 않은 사람만 있나? 가난한 사람은 모든 부자를 일일이 만나 본 걸까?
부자와 가난한 사람은 항상 나눠서 생각해야 하나? 그냥 사람이라고 하나로 묶으면 큰일나나?
모든 국민이 월 30, 40만원을 받아야 한다? 그 돈은 누가 주지? 그 국민에 부자도 들어가나?
단어 하나, 사진 하나, 사람 한 명, 오늘 하루, 사건 하나, 사고의 흐름, 과정, 열린 대화.....
착하다는 것. 관심, 현명, 이해, 요소 요소를 연결하는 능력, 깎는 게 아니라 더하기......
사람들은 정말 자신이 생각하는 것 만큼 착한 것일까?
나는 과연 얼마나 한 단어를 깊이 이해하며 사람이라는 동물답게 살기 위해
원하는 것과 그것을 얻기 위해 무엇을 알고, 해야 하는 지를 분리하지 않고 몇 시간이나 고민하고 실천하며 살고 있는가?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게 뭘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