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2, 3달을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자는 기분이었는데 어느 새 나무가 이리로 휘청, 저리로 휘청, 뜨듯한 기운을 몰아내는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붑니다. 매미 소리도 많이 사라지고 귀뚜라미가 같이 우네요. 커피 만들랴 숙박 신경 쓰랴 인테리어까지 정신 없이 바쁜 가을을 열심히 보내고 계시나요.            

사는 게 뭘까요? 한 번 태어나면 한 번 죽는 게 모든 생물에 똑같은데 왜 우리는 나중은 없는 것처럼 지금만 보고 살까요. 인생은 주는 걸까요, 받는 걸까요?

나 이외에 다른 사람과 깊이 통한다는 것은 세상을 얻는 것과 같지요. 얻고 싶은 것을 얻지 못해도 얻은 기분으로 살 수 있고, 그렇게 흡족해하면서 과정에 충실하면 뜻 밖의 많은 것을 얻고. 선택의 문제죠. 싸우는 추억을 남길 지 아끼는 추억을 남길 지.

주는 것은 모든 사람을 상대로 내 선택으로 결정할 수 있지만 받는 것은 상대방에 달렸잖아요. 그러니 받으려고 애쓰지 않고 어떻게 하면 각각에 맞게 적당한 마음과 말과 선물을 때에 맞춰 줄 수 있을까, 그래서 누군가가 조금이라도 행복하면 그 행복한 기운이 돌고 돌아 주위를 포근하게 만들고. 그럼 결국 내 행동반경 안에 마주치는 이들이 자신의 삶에 만족하면 나를 무의식으로라도 괴롭힐 사람은 없겠지? 저를 위해서. 나를 위하는 것이 곧 남을 위하는 것이고 남을 위하는 것이 곧 나를 위하는 것이기를.

돈, 중요하죠. 저도 돈이 없을 때는 친구도 없었고 가족도 저를 무시하고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었죠. 하지만 이제 어느 정도 사는 것처럼 보이니 가족도 어려워하고 친구들도 점잖게 대하는 사람이 많아요. 다시 돈을 잃는다면 어떨까요? 나이가 들어 요양원에 들어간다면 몇 명이나 올까요. 학력, 성별, 나이, 건강, 재산, 외모, 다 무관하게 진정한 친구를 한 명이라도 더 만드는 게 지금 가장 큰 목표에요.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부모가 자식에게 현명하고 무한한 사랑을 주었다면 다투는 사람이 없을 텐데 사실은 사랑을 못 받은 부모가 자식에게 또 방향이 맞지 않은 사랑을 주고, 그것의 반복이 현실입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주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주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마음에 힘이 있어야겠죠. 그 힘이 애초에 없었다 해도 외부에 수많은 사람, 세상을 관찰하며 무엇이 중요한 지, 왜? 저것은 왜 그럴까, 저 사람은 왜 저럴까, 끊임없이 궁금해하면서 살다 보면 더 나은 답이 꼭 있더라고요. 보는 것을 의심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것. 할 수 없는 것을 하고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고.

곧 추석이네요. 명절. 가족 간에도 싫은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불편할 수 있죠. 남편의 부모님 댁을 방문하면 남편이 아내를 챙기고 아내의 부모님을 뵈러 가면 아내가 남편을 챙기면 그걸로 끝인데 그게 어려울까요? 나이가 들어 기운이 없어 성질이 죽어 사이 좋게 지내는 것보다 젊을 때 서로 위하는 기간을 일찍부터 차곡차곡 만들면 만족감이라는 하얀 구름 위에서 둥둥 떠다니는 기분을 느낄 거에요.

우리는 모두 남입니다. 부부도 가족도. 가까운 사이라고 함부로 대하면 그것이 심리에 영향을 미쳐 길게 봤을 때 마음의, 몸에 병을 만듭니다. 눈빛, 말, 행동, 분위기. 내가 하는 말을 내가 듣는다면 기분이 좋을까? 내가 하는 행동이 무슨 뜻인지 알고 하는 것인가. 나를 아는 것이 먼저. 그리고 너를 아는 것.

가을 빛이 좋습니다. 실내에서 많이 머무시는 두 분. 비타민 D가 부족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건강할 때 건강에 신경 쓰면 나이 들어서 덜 힘들 거에요. 몸이 건강해야 지혜롭게 마음을 쓸 수 있고, 마음이 건강해야 몸 건강도 생각할 여력이 있죠.

모범을 보이는 사람이 주위에 있으면 사는 게 훨씬 편하겠죠? 그런데 그런 사람을 찾기란 무척 어려워요.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기다리는 대신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을 하면 어떨까요?

한 번의 만남으로 감히 두 분을 아는 척하는 게 옳은 지 고민 많이 했습니다. 이미 충분히 행복하다면 더 행복하기를, 다른 사람에게도 나눠 주시기를. 만일 많이 힘들다면 덜 힘들기를, 자라나는 새싹, 두 사장님부터 신나기를 빕니다.

추신 : 대출 빨리 갚는 법, 두둥! 분야 가리지 말고 책을 사서 제대로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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