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회사원도 사업가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어디든 머물 수 있고 아무 곳에도 머물지 않을 수 있는 자유가 있는.

'나'라는 능력을 갈고 닦는, '나' 그 자체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며, 내가 곧 상품이며 회사인.

추석 선물을 보냈다. 가장 먼저 받으라고 8월 말일에 택배를 보내서 9월 1일 도착하는 걸로.

서울에서 팔지 않는 고흥에서 키운 쌀과 멸치, 다시마, 미역 등이 들어 있는.

엄마가 직접 더 좋은 것으로 넉넉히 담아 포장한.

받자 마자 전화가 온다. 하지만 일 주 일이 넘어 전화한 사람도 한 명 있었다.

도착하지 않았나 전화할 수도 없고 해서 기다렸다.

그 중에 한 명은 선물을 택배로 보냈단다. 마음에 들지 걱정이라면서.

줄 줄 아는 사람도 받을 줄 아는 사람도 적다.

받고 나서 일 주일 뒤에 전화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사업을 하는 젊은 남자인데 많이 신경 써 주고 싶지만 더 고생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우선 통화할 때 말하는 모습.

나 : 바쁘시죠? 얼마나 애를 쓰고 있을까요.

젊은 사장님 : 아니에요. 하는 것도 없이 바쁘고, 결과도 없이.

나: 왜요? 열심히 하는 자체가 좋은 것이지 겸손하시기는.

젊은 사장님 : 6개월 안에 성과가 있겠지 싶으면 1년. 1년 안에 해결할 수 있겠지 하면 2년.... 생각보다 오래 걸리더라고요.

나 : 오늘은 퇴근이세요, 아니면 더 일하십니까.

젊은 사장님 : 소개 받아 누구를 만나는데 실속도 없이 만나기만 하네요.

나 : 만나 봐야 알죠. 만나다 보면 좋은 사람을 만나죠. 어떻게 풀릴 지 있는 지 당장 알 수 있나요.

......

몇 번 남편과 같이 만난 적 있는데 매번 제가 뭐 그렇죠, 열심이긴요, 아니에요 등의 표현을 한다.

칭찬을 기분 좋게 받지도 않고 스스로 깎아 내리는 말투.

지난 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통화하면서 지나가다, 생각나면 들리겠다는 말을 한다.

이것은 약속인가 아닌가?

1. 전화 통화를 하는 방식. 사람들이 나와 계속 통화하고 싶어하는지 끊고 싶어하는지.

2. 사람을 만나서 처음 하는 말이 순수하고 신나고 상대방을 편하게 하는 지.

3. 약속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잘 알고 있는 지.

4. 가까운 가족, 친구에게도 인정 받으며 살고 있는 지.

5. 남에게 주는 것을 아까워하거나 돌아 올 것을 계산하며 주는 지.

6. 받을 때도 당당하게, 기쁜 마음을 속이 아닌 겉으로 표현하는 데 익숙한 지.

......

내가 만일 적당한 사람, 공장을 알고 있다면 그 총각에게 가장 먼저 알려 줄까?

지금의 모습을 봐서는 아니다.

매끄럽지 못한 전화 통화 방식, 선물을 받고 일 주 일 뒤 쭈뼛쭈뼛 미안해하며 당당하지 못하게 전화하고,

자신을 잘 모르고 그래서 믿지도 못하고, 사람을 만나기 전에 어떤 준비를 얼만큼 해야 하는 지도 모른다.

약속을 잡겠다는 것인지 말겠다는 것인지. 만나러 오지 않겠군.

받긴 했을 텐데 당연히 전화가 늦게 오거나 안 올 줄 미리 짐작하고 있었다.

남편에게 책 10권을 추천했다. 한 권 읽더니 얼굴이 검게 변했다. 나머지 다 읽고 나면 충격에 빠질 것이다.

나도 그렇게 성장했다. 이것도 몰랐다니, 여태 뭐 했지, 언제 따라잡지 등등.

그런데 이제 안다. 마음이 쿵 무너져 내릴 때마다 그 다음은 성장한 나를 만난다는 것.

그래서 무슨 일이 생기면 오히려 신난다. 자랄 수 있는 기회가 또 왔구나 신난다.

남편도 사업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기다리자. 지켜 보며 기다리자. 아니 보지 말자. 휴......

사장은 아니고 사장처럼 열심히 알아서 일하는 직원 정도. 그 한 끗 차이는 엄청나다. 쉽게 보면 고생을 많이 할 텐데.

자신의 수준을 직시하고 확인할 때마다 우울할 것이다. 평생 모른 척 사는 것보다 훨씬 좋은 것인데.

남편을 위해, 나를 위해, 누군가를 위해 풀자 풀어. 돈이든 마음이든 제대로, 엄청나게, 오랫동안, 기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