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점심, 저녁.

해가 뜨고 비둘기, 까치, 까마귀, 새가 날고.

바람이 불었다 멈췄다, 하얀 구름이 지나가고 까만 구름이 지나가고.

수많은 단어 중에 내가 사용하는 단어는 고작 몇 개.

내가 아는 것 빼고 다 모르는 것.

마주치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거리를 걷고, 생각을 하고 대화를 하고, 울었다 웃었다가.

이 노래도 듣고 저 공연도 보고.

얼마나 이해하면서 살고 있는가.

어제는 생일이었다.

남편이 월차를 내고 갑자기 기차타고 떠난 1박 2일.

조용한 새마을호, 아메리카노 커피에 파리바게뜨 샌드위치.

그 전에 맛있는 커피와 빵을 사기 위해 삼각지에서 프랜차이즈가 아닌 가게에 들렀지만 문은 잠겨 있고.

안에 있던 직원이 9시에 연다며 손가락을 펼친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손바닥을 배로 향한 채 큰 원을 반복해서 그렸다.

그랬더니 웃으며 미안한 듯 9를 표시한다.

우리는 그렇게 닫힌 문을 사이에 두고 아침부터 수화를.

언제 갔었는지 기억도 정확하지 않은, 비빔밥을 심하게 맛있게 먹었던 곳을 다시 찾아 갔다.

그러나.

한 입 먹던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던, 이제 반찬도 전혀 먹지 않고 밥도 반만 먹을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맛없어서 휘둥그레.

유명해지고 돈을 많이 벌었지만 애초에 부를 감당할 수 없는 사장이었을까.

A급 식당과 커피를 먹을 줄 알았지만 B급 식당에, 서울보다 많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눈에 띄던 커피가게도 그저.

그래도 좋았다.

'성,춘향'이 있어서.

좌석 수도 적은데 출연자보다 적은 관객.

금요일 저녁 5시.

걱정하며 가슴 아파하며 관람을 시작.

다행히도 연기자들이 우울한 표정이 아니어서 안심.

온 몸으로 호응하고 싶었지만 자제하고, 눈빛으로 한 명 한 명 열심히 마주치고 응원하면서 봤다.

전주 시내를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공연장. 들어가길 잘했다.

황애리 배우가 마음을 읽었을까. 펑펑 울던데. 나도 꺼이꺼이 울었다.

왠지 모를 슬픔이 처음부터 끝까지 가득했던.

배우들이 자신들의 요즘 생활에, 이 상황, 경제력, 연기력, 직업, 관객,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을까.

또 가고 싶다. 왠지 또 갈 듯. 전주한옥마을에서 좋은 선물을 한가득 들고 갈까. 편지를 써서 갈까.

심하게 신경이 쓰인다. 뒷골이. 먹먹함은 착각이기를. 괜히 행복한데, 잘 지내고 있는데 오지랖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