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잔금일.
매수자와 매도자, 세입자, 부동산 중개사무소 사장님, 이렇게 넷이 앉았다.
오전 11시 30분.
사장님은 박카스와 비타민C를 키 작은 냉장고에서 꺼내셨다.
우선 매수자가 매도자에게 선수금을 준다.
그런데 잔돈에 잔돈을 보태주시는 게 아닌가.
그리고 매도자와 세입자의 장기수선충당금 정리.
이번에는 매도자가 잔돈이 없어서 천 원을 드리려고 했더니 세입자 분이 안 받겠다고.
그랬더니 부동산 사장님이 자기가 대신 세입자에게 잔 돈을 드리겠다며.
마지막.
사장님이 매도자에게 중개수수료를 5만원 다시 돌려주며 식사하시라고.
그러면서 현금영수증 처리는 5만원 제하고 하겠다고.
그 자리에서 희열을 느꼈다.
열심히 나를 갈고 닦은 게 헛 짓이 아니었구나.
이럴 수도 있구나.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들을 동시에 한 자리에서 3명을 만나다니.
서로 잔돈에 잔돈을 보태주려고. 서로 내려고 하는 이 풍경.
잊지 못할 것이다. 현금영수증 하는 사장님도 처음 본다.
처음 의뢰한 사무실이라 고심 끝에 천연 발효 산딸기 롤케잌을 들고 첫 방문.
매수자와 첫 만남에서도 제 기운을 받아 부자하실 거라고. 팍팍 빌어드렸고.
세입자와도 매도 의뢰하기 전에 보고를 드리며 드립커피 마시며 긴 시간 대화를 했었다.
무엇을 바라고 그러느냐고? 없다.
내가 웃으며 살 듯이 그들도 그렇기를 바랄 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짧은 시간에 표현할 줄 알면 여러가지로 좋다.
상대방이 금방 편하게 믿을 수 있으니 반신반의하며 버릴 시간을 없앨 수 있고.
나는 그 분에게, 그 분은 나에게 서로 잘하는 것을 알려 주고 모르는 것은 배울 수 있으니 좋고.
일단 웃게 하는 게 좋다. 먼저 활짝 웃으면 왜 웃는지 이유는 모르는 얼굴이지만 같이 웃는다.
거래를 마치고 늦은 점심을 위해 2시쯤 백화점 지하 식품코너를 향했다.
기분좋은 기념으로 김밥과 떡볶이와 오징어 튀김과 김말이 튀김.
떡볶이를 계속 데우고 있으니 불 앞에서 더우신지 콧잔등에 땀이 송글송글.
아! 어쩐지 땀이 나시더라 했더니 불 앞에서 더우시죠~?
라고 딱 한 마디 했다.
그랬더니 튀김을 가장 큰 것으로 주시려고 쟁반을 뒤지시는 게 아닌가.
어디에서든 환영받는 비법?
소비를 하더라도 대접받고 싶은 생각이 없고 영업, 판매사원 분들의 이야기, 하소연을 오히려 붙잡혀서 듣고 온다.
대접받는 동안 얻을 수 있는 건 별로 없지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배울 수 있는 게 많다.
중개수수료 받는데 굳이 빵이나 선물을 왜 들고 가느냐?
그 분이 내 친구라면, 가족이라면, 친한 사람이라면, 아는 사람이라면 주는 게 아까울까?
아는 사람이나 모르는 사람이나 나같은 그냥 사람이다. 받아야 할 사람이 따로 있나.
누가 내게 선물하면 좋아하면서 주는 것은 똑같은 강도로 나가지 못한다면 아직 하수.
아, 감동이다. 두고두고 기쁠 것이다.
사장님은 안아드리고 매수자 분과 프랑스식 인사를 하는 시늉을 하며 악수를 하고 그 날은 그렇게 헤어졌다.
매수자, 세입자 분이 연락하겠다고.
우린 다시 만나기로 했다.
(사장님의 손을 우연히 봤다. 엄지손가락 한 쪽의 첫 마디가. 그래서 악수 대신 자연스럽게 안아드렸다.
그런 행동을 생각을 거치지 않고 했다는 게 신기했다. 내가, 나는 내가 이제 신기하다.
다음에는 악수를 하자고 할까? 그럴 수 있으면 더 좋겠다.)
살만한 세상은 내가 만드는 것이다. 걱정만 말고 우리, 함께 해요.
주식? 그 어떤 한 가지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여길수록 수익률이 올라갈 수도 있다.
중요하게 대하는 것과 메이는 것을 분리할 수 있다면 이래도 저래도 상관없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