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사에서 전세금의 상당액을 대신 지불해준다.
올해는 꼭 햇빛이 들고 곰팡이가 없는 곳으로 이사 가고 싶다고 한다.
그런데 그 준비가 나?
농담 반 진담 반 빌라를 하나 사라고.
그리고 시세의 반에 전세를 놓으라고. 그 집에서 십 년만 살자고.
돈이 없는 사람을 무시하는 것은 나쁜 것이겠지?
돈이 있는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괜찮은 걸까?
가난한 사람은 어렵게 벌고 부자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을 줍는 걸까.
돈이 있기 전에도 나는 나였고, 돈이 있고 나서도 나는 나다.
없을 때도 돈으로 사람을 판단하거나 부러워하지 않았고
있다고 해서 돈으로 사람을 판단하거나 무시하지 않았다.
돈은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니까.
내가 망하면 그 전처럼 또 모른 척, 없는 사람인 듯 대할까?
이전에 내게 별 관심도 없더니 뜬금없는 요구사항을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돈 맡겨 놨나.
하지만 아무 말도, 내색도 할 수 없었다.
어떤 말을 해도 결국 내가 미움을 살 테니까.
아니지. 이미 미움을 사고 있다. 아무 대답이 없으니 밉겠지.
그냥 우리는 사람이다. 서로 존중해야 할.
위로만 받으려고 하면 발전 속도가 느릴 수 밖에.
당분간 침묵. 침묵이 최선의 답인 게 싫은데.
이해하고 배려하는 게 조금 지칠 때는 쉬자. 조용히......
그래도 그 사람이 걱정이다. 고생은 자신이 가장 많이 할 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