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사람이 집을 엉망으로 고쳐서 손 안 대고 살려고 했는데 기어이.
작은 방을 중심으로 이것저것 실습 중. 열심히, 진심으로, 신나게 더 엉망으로 만드는 중.
먼저 프라이머를 붙박이장과 실크 벽지에 바르고 수성 황토 페인트를 칠하고,
어제 오늘 한지 벽지로 붙박이장과 창문, 기존 벽지 위에 덧바르는 중.
휴...... 오른 손이 커졌다. 어색해서 힘들긴 한데 재밌다.
일을 또 만들고 있다. 조용히 살아야 할 텐데.
며칠 안에 친환경 본드로 단열재를 붙이고 다시 그 위에 2합 한지를 붙일 예정.
조금 전에 주문했다. 왠지 12월 안에 계속 이러고 있을 듯.
안방 벽도 방음을 해 봐? 옆집 소음은 몇 년이 지나도 적응 못하고 있으니까?
책 읽어야 하는데 실습도 책만큼 중요하다고 혼자 속삭인다.
킬로그람 단위로 쓸모 있을지 없을지 모를 원목 짜투리를 3,000원에 팔던데 그것으로 뭘 만들 수 있을까 생각 중.
공구함을 사야 하나? 뭐가 있어야 하지.
평생에 있어 인터넷 쇼핑몰 최다 이용 중. 10년 넘은 이불도 옷도 모두 버리고 새로 샀다.
필요한 것만 갖추고 다, 계속해서 버리기. 이사 올 때 1톤 트럭 2개로 들어 왔는데 나갈 때는 1톤?
7시 반부터 일어나서는 도배해야 하는데 이러고 있다.
일하기 전부터 쉬는 것 이제 그만하고 베란다 창문에 도배하러 가야지.
추운 창문아 조금만 기다려. 차근 차근 이렇게 저렇게 내키는 대로 해 볼게.
혼자 풀칠하다 심하게 감격하고 배우는 내 자세에 그래, 그렇지, 흡족해하면서 즐겁게 지내고 있다.
초보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익숙한 것에 대한 익숙한 겸손함 말고 낯선 것에 대한 신선한 겸손함을 선물로 준다.
도배에 도전 정신은 좀 웃길 수도 있지만 망설임을 뛰어 넘어 무작정 뛰어 드는 용기를 실천했다는 자신감도 얻고.
한 가지를 직접 하고 나면 비슷한 분야, 색다른 분야의 또 다른 새로운 것이
눈에 더 많이, 빨리 들어 와서 다양한 경험을 할 계기를 줄줄이 준다. 시야도 넓어지고 행동 반경도 커지고.
직접 하면 안다.
젯소는 냄새가 없는 것처럼 소개하더니 좀 나고 황토 페인트는 흰색도 있다는 것을.
도배 붓은 좋은 것으로 사지 않으면 오른손이 왕손으로 변하고 재료는 넉넉히, 힘들거나 하기 싫으면 쉬었다 하기.
억지로 참고 하면 예쁘지 않게 나오더라. 그 아주 미세한 차이는 남은 모르고 나만 알지만 말이다.
내가 아는 것 빼고 모르는 게 많다라는 것도 다시 한 번 배운다. 배운 것을 또 배우는 것도 새로운 배움이지.
아, 그만하고 가야지. 도배지야 간다 가. 얼릉 하고 같이 점심 먹자.
어제도 1시 반부터 7시까지 했는데 오늘은 언제 끝낼까.
울퉁불퉁, 올록볼록, 뭉치고 덜 마르고. 그래도 좋다. 왜? 내가 해서. *^^*~~~
(마음에 들지 않아도 어째, 이미 했으니 잘했어. 그것으로 끝!)
삼화페인트를 샀다. 하지만 제품은 사지 않았다. 사 주려고 했으나 다른 것보다 더 좋아 보이지 않아서. 다음 기회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