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하지도 않는 베란다 외벽 수도로 인해 계속 돈이 들어 간다.
수도를 시멘트로 묻어 버려서 공사하는 사람들이 건드리지도 않고. 드러난 부분은 두 번째 터져서 또 고치고.
요즘은 다른 사람에게 돈을 지불할 때 더 일을 잘 해 달라거나 깎아 달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일을 못 해도 잘 해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그냥 저 사람도 사람이지 한다.
잘하라는 한 마디에 일하던 방식을 순간 바꿀 것도 아니고. 내가 뭐라고 특별한 대접을 받아야 하는가.
나한테만 잘하는 게 좋은 사람은 아니니까.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면 충분하겠지.
좋은 일로 좋은 곳에서 또 인연있으면 보자고 인사하면서
중국 바이어에게 선물 받은 고이 모셔 두었던 마오타이를 들려 보냈다.
미운 사람(경우, 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떡 하나 더 주기가 그 사람을 조금씩,
그 사람의 주변을 조금씩 바꾸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사는 동네 분위기가 나 때문에 조금 좋아진 착각을 하며 좋아한다. 착각.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전보다 성질을 덜 내고 좀 더 자주 웃는 사람들이
자신이 인격 수양을 열심히 해서라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생각하고 아꼈는지 아예 모르고 지내면 아주 잘 지내고 있는 것이니까.
둘째 동생도 상황은 크게 달라진 게 없으나 생각, 마음가짐을 달리 먹더니 연락이 없다. 잘 지내고 있다.)
인사하고 나가는 그들이 내려 가는 중에 나는 곧바로 노트북에 앉아 잔금을 이체했다. 나갈 돈은 빨리.
일이 완벽하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내 마음에 들려면 내가 해야 하니까.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것은 별로 소용없다.
경리단길이 난리더니 이제 슬슬 가게가 빈다. 임대가 많이 붙었다.
이 집도 이사 온 지 4년차. 다행히 50% 가까이 올랐다. 팔고 삼각지로 한 번 더 이동해?
아파트 정문에서 가까운, 낡은 단독주택을 빌려서 개조한 커피가게가 있다.
10번 도장 찍고 또 2번 찍었다. 초심을 잃을 기회를 주고 싶은 혼자만의 생각으로 열심히 간다.
맛있기도 하고 다른 곳보다 저렴하기도 하다. 사지도 않은 집을 싹 다 고치고 직원 월급 주고 본인도 가져가려면?
걱정이다. 내 앞가림도 똑바로 못하면서 하는 이 걱정도 걱정이다.
착한 척일까, 그냥 본능일까, 쓸데없는 배려, 호기심? 아니면 순수한 마음? 그 모든 것의 합? 돈 자랑?
난 내 편이니까 순수하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 사람이 나한테 공짜로 주는 것도 아니고.
잘 풀리는 경험도 꼬이는 경험도 골고루 해야 덜 힘들지 싶어서.
차렸는데 연속 망하기만 하면 많이 힘드니까.
미워하지 않는 훈련은 많이 하고 있는데
배려하지 않는 훈련도 좀 해야 하나 고민.
나를 얼마나 위하고 미워해야 하며, 남을 어느 정도 위하고 미워하는 것이 적당할 지.
좀 더 다른 방향, 깊이 있는, 세세한 느낌. 침묵 속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전과 다른 생각의 흐름을 느낀다.
나만이 알 수 있는. 조금 뿌듯하기도 하다. 이 정도까지 어떻게 왔나 싶은. 설명할 수 없는 기분.
앞으로도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하는 딸로 남겠지만 더 쓸데없고 싶다. 그러면 그 끝은 어디에나 쓸모 있는.
에잇. 이건 너무 갔다. ^^;
남편 만나러 가야지.
진지하지만 장난도 엄청 치는 나의 다양한 모습을 잘 아는, 모든 게 예쁘고 귀엽다고 말하는(^^')
사랑하는 우리 예쁜 남편과 점점 양이 줄고 가격은 올리는, 그래도 아쉬워서 가는, 남산김치찌개 먹으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