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고민.
시어머니와 남편.
이야기에 대부분이 남에 관한 것.
'다른 사람은', '누구는', '남들은', '친구들은', 누구누구는......
여태 한 번도 지적하거나 아니라는 말을 하지 않고 그저 끄덕끄덕, 동의했다.
단단히 마음을 먹고, 한 마디하면 바로 반박했다. 갈등하며 괴로웠지만 강하게 나갔다.
**씨 말 속에 자신에 관한 것이 없다.
'남'을 빼고 말하라고 하면 할 수 있겠냐.
다른 사람의 부모, 시부모, 남편 타령을 한다고 달라지는 게 뭐냐.
5년 전과 지금의 자신이 똑같다면 5년은 무슨 의미가 있냐.
주위 사람들이 다른 의견을 말하지 않고 동의만 한다면 그 이유가 뭘까.
오후 1시에 만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러 가서 저녁 7시 반까지 대화했다.
고맙게도 기분 나빠하지 않고 조용히 듣고 있었다.
맞다고 인정했다. 동의하기 쉽지 않은데 대단한 사람이다.
집에 돌아오는 길, 목이 무척 아팠다. 잘 때도 따끔따끔.
말하고도 마음이 쓰여 잠도 잘 못 자고.
내 마음을 몰라도 좋다.
하지만 행복했으면 좋겠다.
불행도 행복도 내가 결정하고 감당해야지, 불행은 남이 갖고 행복만 탐내면, 그게 가능할까.
푸념은 푸념일 뿐이다.
나는 할 줄 아는 게 없다, 선택권이 없다, 결정할 수 없다......
없다, 아니다, 못 한다, 모르겠다......?
바꿔서 말하면 어떨까.
내가 뭘 하면 좋을까, 할 수 있다, 책임지겠다, 감당하겠다, 찾아 봐야지.
나이 때문에? 능력이 없어서? 이 상황을 바꿀 수 없다?
그럼 **씨보다 나이 많은 나는?
핑계는 별로 쓸모없다.
늘 진지하고 이성으로 살라는 게 아니다.
단순하고 가볍고 유쾌하려면 그 전에 정리할 게 많다.
혼자서, 스스로, 시간을 들여.
나도 아직 자라는 중이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까 말까 망설였다.
하지만 같은 이야기만 하면서 앞으로 또 5년을 낭비하면 동생 주변에 과연 사람이 모일까, 더 외로워지면 어쩌지.
혼자든 아니든 즐겁게 사는 법을 빨리 익히면 좋겠는데.
쓸데없는 관심일까?
날 미워해도 괜찮다. 속상하지 않으니까.
다만 덜 힘들길 바란다.
어떤 스님이 인생은 고통이라고 말했단다.
동생, 스스로 인생에 대한 정의를 내려보면 어때?
그건 스님 생각이니까.
고통을 제대로 겪었다면 인생이 고통이라고 말할까?
우리가 인생을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 만큼 벌써 고통을 다 겪은 걸까.
헤어지고 나면 즐거웠다고 또 보자고 문자를 보내더니 이번에는 조용하네.
내가 마음을 시끄럽게 만들었겠지.
그래도 괜찮아. 나도 당분간 연락하지 않으려고.
긴 시간이 흐른 뒤 보자고. '남'말고 '나'에 관심이 간다면 연락해.
남을 바꾸는 것보다 나를 바꾸는 게 쉽지.
교육, 사회, 나라,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그 구성원이 '나'잖아. 내가 달라지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 아닌가.
'나'는 그대로이면서 세상을 바꾸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서 사회는 아무리 심각하게 떠들고 걱정해도 그대로인 것이지.
다 나 때문에, '너부터 바뀌라고, 잘 모르는 누군가부터 달라지겠지, 언젠가' 라고 말하는 나 때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