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결혼할 때는 아무도 관심이 없더니.
늘 스스로 알아서, 사고치거나 속상하게 하는 일 없이 절약하고 계획하고 믿을 수 있는 딸이라고.
알아서 하는 것도 네 탓이고, 요구하지 않는 것도 네 탓이라고 엄마가 말했었다. 모든 게 네 탓......
그래도 난 가족이 있는데, 무관심 속에 결혼식이라.
웨딩 촬영할 때도 나와 남편 단 둘이.
부모님께서도 아무 말씀이 없으시고(결혼이란, 부부란, 돈에 관해, 미래에 관해, 인생이란...... 할 말이 별로 없으셨을까),
결혼한다고 했을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 말, 모두 동시에 본인 입을 옷이 없다며 '입을 옷이 없는데'......
백화점에서 아빠는 양복을 고르느라 집중, 엄마는 청담동 한복 가게에서 한복에 빠져 신나고,
동생들은 옷 고르느라 명동에서 정신없었고.
밉거나 원망은 없다. 그럴 수 있다.
막내 남동생 결혼을 보니 참 묘하다.
이런 저런 허례허식을 차리고 이래라 저래라 요구사항이 많다.
상대방 부모에게 뭘 그렇게 보내고 서로 주고 받는 지.
우리 시부모님이 그렇게 고기며 이것저것 줘도 받기만 하고 시부모님께 돌아 오는 것은 없었는데.
부모님이 살던 집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한다.
그런데 고마운 걸 모른다. 당연하다는 듯.
주는 사람은 마음이 더 넓어지고 받는 사람은 시골에 도랑보다 마음이 좁아지나.
아무도 용돈이 없어도 막내는 매달 용돈이 있었다.
집만 받지 말고 평생 부모 용돈을 챙기고 큰 일이 있을 때 네가 감당해라, 한 마디 했더니 집을 받지 않겠다고 성질이었다.
부모보다 무서운 막내 동생, 누가 그렇게 키웠을까.
낮에 영업, 밤에 대리운전을 하는 둘째 여동생 남편, 그리고 여동생.
나보다 먼저 결혼했지만 늘 가난하다. 마음이 아프다.
어제 삼겹살 10인분, 김치, 양파, 감자를 챙겨서 들렀다.
김치도 없고 쌀에 내가 준 멸치 반찬만 덩그라니.
아들을 낳기 위해 태어난 세 딸.
우린 왜 태어났을까.
사랑하는 둘째, 셋째야.
왜 태어난 것인지 나도 답을 아직 찾지 못했어.
그래도 어떻게 살 지 우리가 정할 수 있잖아.
내가 남자였다면 너희 둘은 없었겠지.
기왕 태어난 것, 잘 살자.
있는 힘껏, 각자 능력을 살리고, 신나게, 즐겁게, 최선을 다해.
불행하게 사는 게 목표일 수 없잖아.
여동생들을 만나고 오면 제대로 잠을 못 잔다.
어떻게 도와야 할 지, 돕지 말아야 할 지.
내가 너희들을 진정 위하려면 어떤 게 최선일까.
남편과 밤막걸리 한 잔씩 하고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눈다.
여동생 아이들과 노느라 피곤했는 지 침대에서 쓰러져 잔다.
나도 오늘 여동생 딸과 쎄쎄쎄를 만 천 구백 번도 넘게 해서 손이 아프다.
그 아이들은 잘 자랄까.
재미없어도 끝없이 쎄세쎄를 같이 할 것이다. 어긋나기 전에 신경쓰는 게 훨씬 쉬우니까.
우리 가족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행복했으면.
돈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가깝다고 함부로 말하거나 쉽게 대하지 않았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