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즈음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만 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 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 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 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내가 해외로 나온지 거의 5년째 접어들고 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던 것 같다.

그러나 오늘 새벽 자리에서 일어나
여기 글을 올리는 것을 보면

서울생활보다 여유가 있는 것 같다.

 

어느 한 지점에 서서 생활을 뒤돌아보고

방향을 잡을 수 있는 정신적 여유가 있지 않은가?

서울에서 정신없이 하루 하루 일에 몰두하다 보면

언제가 여름이고 겨울이 지나갔는지도

모르고 살게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일하면서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열받아

잠못자는 일도 생겨난다.

여기에서는 그런일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다 부질없는 일이다.

 

고등학교 3학년때, 또는

철조망 쳐진 부산 한샘학원 옥상에서

부산 시내의 야경을 바라보면서

대학에 들어가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그리고, 철모르던 대학 1-2학년 시절

마음에 들지 않는 과를 다니면서

정신적으로 많은 방황을 했고

군복무를 마치면 빨리 정신적으로

성장해서 어른이 되는 줄 알고 2학년 1학기에

부산으로 낙향했다.

 

짧은 군복무를 생활을 마치고 나니

뭔가 해야한다는 강렬한 느낌은 가졌으나

아직도 어른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현역이 아니라 방위복무를 해서 그런가?

 

그럼 직장에 들어가면 내가 경제적으로 독립하면

어른이 될 줄 알고 지금 직장에 들어갔으나

그만둬야하나 계속 다녀야 하나 2년동안 또다시 방황했다.

그리고 양가집 규수와 결혼..

 

상투를 올렸으니 그야말로 어른이 된 것이다. 내 나이 28세.

그러나, 미국에서 생활은 거의 10년만에 다시 찾아온 대학

생활의 반복이었다. 집사람이 잠들고 새벽녁 되었을 때

찾아오는 새로운 공허감. 아직 어른이 아니었다.

 

그럼 부모가 되면 어른이 되리라하고

2002년 월드컵으로 한국이 떠들썩할때

딸 아이가 태어났다. 결혼도 하고 부모가 되었으니

이젠 정말 어른이다. 2005년 둘째도 태어나서

하나도 아닌 애둘이 딸린 가장이 된 것이다.

 

그럼 왜 다시 새벽에 일어나

이글을 쓰고 있는 것일까?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들으면서.

 

오늘은 양희은의 '내 나이 마흔 살에는...'이라는 노래가

내 입가에서 맴돌았다. 그 가사에서처럼 나는 서른 이라는

나이를 그토록 기다렸었다.
20대 초에 대학에 들어가서부터 그런 생각을 했던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언제 지나가 버렸는지 모르게

그 나이가 지나가버려있다.

스스로 자신감과 안정감, 그리고 세상을 보는 지혜가
서른이라는 나이에는 갖춰져서 삶을 고민보다는

즐기리라 여겼던 모양이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삶은 쉽지않다.
그때의 고민과는 또다른 무게가 다가오므로...

아마도 마흔이 되었을때에도
지금 생각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분명 있을것이다.

나이에 집착하며 살고 싶지는 않다.
하루에도 서른이 될 수도 마흔이 될 수도 20대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느끼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