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가 하락을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마음이 답답한 것은 다른이와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다행히 작년 10월부터 꾸준히 주식을 정리해서 부채를 대부분 청산하고
작년 최고치 대비 1/3수준으로 투자 액수를 줄이긴 했으나
주식쟁이가 주식시장을 떠나서 살 수 없는 법. 주식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는 이상 폭락장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2005년 주가가 많이 올랐을 때 대부분의 주식시장 전문가들은
2006년에도 장미빛의 전망을 내 놓았었다. 하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 계속 오르는 자산은 없다. 2006년초 주식시장은 상당한
조정을 거쳤고 결국 2006년 주식시장은 1년 내내 지지부진하다가
마감했다. 2006년 중국시장은 엄청나게 올랐다.
2007년은 어떤가? KOSPI가 30%가 넘는 급등을 했는데 2008년에도
이러한 상승이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상상인 것 같다.
조정은 불가피한 것. 중요한 것은 2008년의 시장하락이 조정일 것이냐
아니면 2000년 닷컴버블 붕괴와 같이
전세계 시장이 함께 붕괴하는 흐름일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다.
1월의 주식시장은 대외변수의 불안함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기관이 시장을 받쳐왔다.
모르긴해도 1700선만 유지하면 펀드환매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으로 기관이 그동안 충전 해놓은 실탄을 많이 부어 시장을 받쳐왔을 것이다.
한편 서브프라임사태로 유동성이 필요한 외국인들은 팔아도 주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고
물량이 소화되는 한국시장에서 꾸준히 팔아서 본국 본사에 필요한 유동성을 확보하는데
노력했고 외국인의 물량 공세에 이제 기관의 능력이 한계에 도달한 것 으로 본다.
1700선이라는 상징력있는 지지선이 붕괴된 이상 기관들도 의미없는 지지선 방어보다는
앞으로 전개될 더 어려운 시기에 대비하여 몸을 사리기 시작한 것 아닌가 생각된다.
최근 몇년간 우리나라 시장의 상승은 거시경제 지표보다는 새로운 매수 주체(개인들의 펀드가입
(적립식 또는 미래에셋열풍), 연기금, 변액보험 등)에 기인한 바 크기 때문에
하락장에서 펀드에 가입했던 주체들이 얼마나 심리적으로 잘 버틸 수 있느냐에 따라
반등 가능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조짐은 그리 좋지않다. 1월동안의 줄기찬 하락에 이미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고, 미국 시장 분위기로 볼 때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에
대한 매도 기조가 바뀔 것 같지 않아보인다. 점점 인내심이 고갈되는 상황에서
외국인이 계속 팔면 주가는 잠시 반등하다가 미끄러질 가능성이 커지고
펀드환매가 진행되고 외국인은 더 팔고 다시 펀드환매가 더 일어나는 악순환이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떤 분들은 주식이 싸져서 매력적으로 바뀌고 있다고도 한다.
그러나 싸다는데 대해 나는 별로 동의할 수 없다.
어짜피 주가변동에 따라 회사의 순익에 대한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므로
현재의 폭락은 시장이 주가를 평가할 때 적용하는 per의 수준이
바뀌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작년에는 per 10이면 적정주가, 7이면 싸다고 했었기 때문에
지금 per 7에 도달한 주가가 싸게 보일지 모르나
per 7이 적당한지 10이 적당한지 결정하는 것은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투자자들의 심리적 기준이지 절대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컨대 주당순익 1000원을 버는 회사가 작년에 per 10을 적용받아 10000원에
거래되고 있다가 지금 per 7수준인 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해서 무작정
저가 메리트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오히려 더 떨어져 per 5수준인 5000원에
거래되는 사태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작년처럼 시장이 흥분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많은 주식에 대해 per 10 정도의 평가가 이루어졌지만
시장분위기 싸늘해지면 per 5이하의 주식들이 널려 있게된다.
불과 2-3년전만해도 per 3 정도되는 주식이 우리시장에 제법 있었다.
이러한 폭락장에서 진정으로 싸다고 할 수 있는 주식은
주식시가 기준 연말 배당이 8%이상 될 수 있는 회사에 한정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8%라면 정기예금 금리이상이기때문에 올해 아무리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주식을 팔지 않는 이상 금리 이상의 수익률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주식은 최장 몇년만 금리이상의 배당을 받으면서 버티면 매수 이삳으로
주가가 한 두번 올라서기 마련이고 어려운 하락장에서도 버틸 수 있는
그야말로 '금리보다 수익률이 높은' 값싼 주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시점에서 보유주식을 매도하고
배당을 노린 아주 방어적인 포트로 재편할 것인가?
아니면 더 버텨볼 것인가?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 다시 자산을 평가해보고 어디까지 버틸 것인가
마지노선을 정해보려고 한다. 주식의 장기보유도 좋지만
2000년과 같은 시장이 다시 온다면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