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2.13

나는 서울의 지하철 역중에 옥수역을 가장 좋아한다.
옥수역은 한강과 바로 접해있어 플랫폼에서 바라보면 마치
강위에 떠 있는 느낌을 준다. 저녁때 옥수역에서 바라보는
한강의 아름다움은 이루말 할 수가 없이 좋다.

그래서, 나는 강남에서 용산의 집으로 갈때는 일부러
옥수역에서전철을 갈아타고, 용산역으로 가서 다시
남영역으로 가곤했다.

옥수역의 매력은 4호선(맞나?)인 동시에 국철역이라는
점에도 있다. 옛날의 기차역을 지하철역으로 바꾸었으니
시골역같은 플랫폼이 아직도 있어 정겹고, 한강을 타고
청량리까지 가는 구간을 국철을 타고 가면서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바라보면 내가 인구 1000만의 도시에 살고 있는지,
강촌의 기차를 타고 있는지 혼란스럽기 까지 하다.

사실 나는 옥수역의 아름다움을 알지 못했었다.
부산 촌놈으로서 서울에는 대학시험치러 처음 올라왔었고,
서울대와 봉천동, 신림동이 서울의 대부분인 줄 알고 대학교를
졸업했으니 강남에 놀러가거나, 4호선 탈일이 없었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친구를 주로 거기서 만나서 자주
놀러다니게되면서 나는 옥수역의 아름다움에 눈을 떴다.
아마 그사람은 네게 그런 눈을 뜨게 한 사실조차 모를 것이다.

옥수역-청량리역-대성리-강촌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철도길과
그옆을 유유히 흐르던 한강, 그리고 20대의 젊은 5월의 추억은
잊지 못할 것이다. 오늘은 저녁은 김현철의 '춘천가는 기차'를
듣고 싶어진다.



조금은 지쳐있었나봐 쫓기는 듯한 내 생활
아무 계획도 없이 무작정 몸을 부대어보며
힘들게 올라탄 기차는 어딘고 하니 춘천행
지난일이 생각나 차라리 혼자도 좋겠네

춘천가는 기차는 나를 데리고 가네
오월의 내 사랑이 숨쉬는 곳
지금은 눈이 내린 끝없는 철길위에
초라한 내 모습만 이 길을 따라가네
그리운 사람

차창가득 뽀얗게 서린 입김을 닦아내 보니
흘러가는 한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고
그곳에 도착하게 되면 술한잔 마시고 싶어
저녁때 돌아오는 내 취한 모습도 좋겠네
그리운 사람 그리운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