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란 책을 읽고 있다.

한국에서 떠나올 때 보따리에 넣어온 책인데,
다른 책을 대부분 다 읽고 마지막 남은 몇안되는 따분한
책이다.

세계사 시험준비하면서 문명의 성장은 '도전과 응전'
이라고 말한 사람은 토인비라는 것만 달달 외웠었다.
범우사에서 나온 두꺼운 두권이 다인줄 알았는데,
이책은 토인비가 거의 평생동안 쓴 12권의 책을 2권으로
줄여놓은 것이다.

토인비는 문명의 시작과 성장, 쇠퇴, 해체라는 과정을
고찰하면서 문명의 변화 과정은 자연적, 사회적으로
계속되는 도전에 성공적으로 응전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서 변천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하나의 주제를 수백가지 역사적 사례를 들어 예증하고 있다. 내게 인상깊었던 것은 문명의 시작부분이다. 흔히들 문명은 큰 강 유역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즉, 어머니의 젖줄 같은 강이 생활에 필요한 식수와 농경에 필요한 농업용수를 공급해 주므로 강가에서 문명이 시작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토인비는 이러한 상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나일강이나 황하와
같이 유사한 기후조건을 가지는 하천은 세계에 널려있다. 예컨대, 왜 문명은 중국의 양쯔강이나 독일의 라인강에서 시작되지 않고
나일, 황하, 유프라테스강에서 시작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오히려 기후적으로 더 훌륭한 곳도 많이 있었는데.

토인비는 4대문명의 창시자들이 자연에 순응하고 있었던 다른
인종과는 달리 자연환경 이란 도전에 용감히 맞서 응전을

함으로써 문명을 시작했다고 서술하고 있다.

토인비는 문명의 태동과정을 절벽을 맨손으로 꺼꾸로 기어오르는 인간의 모습에 비유하고 있다. 절벽을 오르면서 일부는 아래로
떨어져 죽기도하고 다치기도 하지만 역사의 진보를 가져오는
이들은 절벽아래서 위만 쳐다보는 사람이 아니라 절벽이라는
자연 환경적 도전에 맞서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토인비는 이집트 문명의 태동과정을 예를 들어 설명한다.
이집트 문명은 이집트가 기후적으로 살기 좋아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 고고학자들에 따르면 인류문명 발생기의 이집트는
빙하기가 끝나면서 건조기가 시작되는 자연적 변화를 겪는
시기였다.

유럽의 빙하기가 끝나면서 대서양의 온대성 저기압이 북쪽으로
옮겨가면서 건조기가 시작되자 초원지역에서 수렵생활을 하던
초기 인류의 생활에 변화가 생겼다. 그들은 세가지 선택을 해야했다.

첫째는 원래살던 대로 수렵의 대상이 되는 짐승들의 이동을 따라
북쪽 또는 남쪽으로 가든지, 둘째는 기후 변화와 상관없이 원래
살던 곳에서 수렵생활을 하면서 가뭄에 살아남은 몇안되는
짐승들이라도 잡으면서 비참하게 살든지, 세째는 건조화라는
도전에 응전하여 새로운 생활양식을 찾든 방법이다. 여기서
거주지도 생활양식도 바꾸지 않은 두번째 사람들은 멸망의
길을 걸어야 했고, 거주지를 이동시킨 첫번째 사람들은 수렵으로
떠돌면서 미개한 상태로 머물렀다.

그러나 세번째 부류, 그들이 살던 초원지대를 버리고, 나일강
기슭의 늪지대로 뛰어들어 새로운 세계를 개척한 이들만이
인류문명을 태동시켰다. 변덕스러운 나일강의 범람을 극복하기
위해서 수로와 제방을 만들고 농경을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팔이부러지고, 다리가 부러지면서 절벽을 거슬러
올라가는 개척자이며 혹독한 자연, 사회환경의 도전에 용감히
응전한 자들이다. 역사는 이렇게 도전에 맞서 응전한 자들의
기록이며 절벽아래의 현실에 안주하여 편안한 삶을 추구한
이들은 금방 잊어졌다.

나를 포함하여 모든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인간관계에서,
직장에서, 또는 국가적으로나 '변화'라는 도전을 받게된다.
변화라는 도전을 피하려하고, 편한 길을 찾게 되면 그 사람,
그사회, 그조직은 결국 도태되게 된다. 역사는 이를
증명하고 있다.

나에게 주어진 도전은 무엇일까?

편안한 국내환경에서 해외로 나왔다는 환경적 도전,
브뤼셀 지사에서의 인간관계에서 오는 도전,
정부로 부터 우리조직이 요청받고 있는 변화의 도전,
세계적인 기술적 변화, 환경적 변화로 부터 맞게 되는 도전이다.

우선 변화의 흐름, 즉 현재 도전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아야 겠다.
그리고 이러한 도전이 일시적 유행인지, 아니면 중요한
트렌드인지 판단을 해야 겠다. 그리고, 변화에 민감하게 응전을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말은 쉽지만 결코 쉽지않다.

항상 깨어있자. 변화에 움추려들지 말고, 과감히 응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