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3.15

여기 유럽생활은 단조롭다. 8시반에 딸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9시까지 회사에 가면 각종 자료를 가지고 씨름하다보면 아침이

훌쩍 가버린다.

점심때는 주변에 식당에 가거나 집에 와서 집사람과
식사를 한다. 요즘은 점심시간이 하루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기도 한 것 같다. 새로운 음식과 새로운 포도주를
먹는 즐거움도 매우 큰 것 같다.

식사를 끝내고 회사로 돌아와 일하다 보면 어느덧 5-6시가
되고, 벌써 퇴근할 시간이다. 여기는 겨울철에
해가 매우 짧아 5시면 어둡다. 요즘은 겨울철도 거의 다가서
해가 많이 길어지기는 했지만.

7시 전후로 퇴근해서 집으로 오면 딸아이와 집사람이 기다리고
있다. 같이 밥을 먹고, 한국뉴스를 좀 보다가 현지 방송에서
재미있는 영화라도 하면 집사람과 같이 본다.
딸아이 재롱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이다.
이것이 나의 유럽생활이다.
화려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따분하지도 않다.
다만, 친구가 없어 좀 외로울 뿐.

20대중반에는 미래에 대한 많은 희망이 있었다.
유학도 가야하고, 결혼도 해야하고, 이직장을 계속다녀야
할지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 할지 고민도 많이 했다.

좋은 집안의 훌륭한 아가씨와 결혼을 했고,
유학도 갔다왔고, 다시 이직장으로 돌아오기로 결심을 했다.
사양산업이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괜찮다.

유학때 배운 재주로 주식투자도 할 줄 알게되었고,
빚을 많이 지기는 했지만 집도 장만했다.

그러나, 나의 30대가 이렇게 외국에서 가는것이
안타깝다. 새로운 것을 찾아 도전하는 즐거움이
20대에는 있었는데. 집사람, 아이들해서 30대에는
나를 제약하는 것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가장으로서 내가해야할 책임이 있고,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해야할 많은 것들이
새처럼 자유로웠던 20대와의 차이점이다.

자유를 제약당하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나는 지금 생활에 감사하고 있다.
최소한 교회에서 절실히 기도해야할 제목이
아직은 없지 않은가.

사는 것이란 알고 보면 특별히 별난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