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MBC뉴스에서 삼성전자의 순익이 100억달러가 넘었다는 보도와

유수한 일본 전자회사들의 순익을 다 합친 것보다 순익이 2배가 넘는다는

보도를 접했습니다.

 

그보다 저를 더욱 놀라게 했던 것은 작년 순익이 2003년보다 81% 늘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매출액 100-200억이 되는 제조업체만 되어도 순익을 한해에 10%-20% 늘리기가 어려운데 매출액 40조가 넘는 회사의 순익이 한해에 80%가 늘었다는 것은 혁명적인 사실이 아닐까요?

 

평소에 삼성전자를 종합주가지수를 가늠하는 기준주식으로서 참고로만

살펴보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 삼성전자에 대해 별로 자세히 살펴보지는 않았었습니다. 증권사 HTS를 열어 최근 몇년간 순이익, ROE 등을 살펴보니

2001년에서 2002년사이에 영업이익은 3배, 순이익은 2배가 늘었고,

2002년 ROE는 30%대. 현재 PER는 2004년 순익을 기준으로 약 7이군요.

 

ROE가 연 20~30%대 이고, 세계적인 5위권 내의 반도체, 휴대폰, LCD TV회사가

PER가 7이라. 코스닥기업도 아니고 논리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수치입니다.

 

물론 삼성전자는 2001년 부터 논리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PER를 유지해

왔습니다. 북핵문제, 남북대치상황, 이머징마켓으로 한국의 country risk 등이

삼성전자의 주가 할인의 원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외신보도등은 더이상 이러한 Korea Discount가 삼성전자에 적용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갖게 했습니다.

 

몇달전에 만난 외국인이 한국에 2번 갔다온 적이 있다고 하길래. 한국에 가서

인상깊었던 거나 놀란것이 뭐가 있냐고 물어본적이 있었습니다. 질문하면서도

아마 '남북대치 상황' '북한핵문제에 대한 우리 국민의 무덤덤함' '한국의 IT발전' 등의 대답을 기대했었습니다. 그런데 그친구의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그가 가장 놀란 것은 삼성이 한국기업이라는 사실었다고 합니다. 외국인 눈에는 더이상 삼성이 한국기업이 아닙니다. IBM, Sony, Toyota와 같은 반열의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에 반열에 올라서 있습니다.

 

 

사실 저는 삼성전자에 개인적으로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삼성전자가

저를 처음 주식투자에 입문시켜준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1998년 1월초 저는

대학교때 아르바이트하고 직장생활 1-2년해서 모은 돈 1000만원을 들고

증권사를 처음 찾아갔습니다. 그때 종합주가 지수가 400대 초반이었던 것

같습니다. 1997년 겨울 경제위기가 난 직후라 증권사 객장에는 거의 아무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카운터 창구에 가서 어떤 분에게 물었습니다.

 

 나: "저기 주식투자 하려면 어떻게 하나요"

 증권사직원: '여기 이름쓰시고, 비밀번호를 정하셔서 제출하시면 됩니다'

 나: "왜 카드만 주고 통장은 안줘요?"

 증권사직원: "주식거래 하실때는 통장이 필요없습니다"

 

한심하다는 듯한 증권사 직원의 표정에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참으면서

몇가지 더물어 봤었습니다.

 

 나: "어떤회사 주식사면되는지 하나만 골라주세요"

 증권사직원: "처음 주식하시면 왠만하면 이바닥에 발을 들여놓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 투신에 돈을 맡겨도 이자가 20%가 넘는데"

 나: "그냥 주식에 대해서 배우고 싶어서 그래요. 아직 젊으니 이돈 날려도

       수업료 치른셈 치죠 뭐"

 증권사직원: "고객님 모든 돈은 소중한 겁니다. 월급장이는 아마도 2-3년은

                   모아야 천만원을 만들수 있을텐데. 다시 한번 잘생각해 보세요"

 

 그 직원이 저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고맙기는 했습니다만, 주식투자에

 대해 배우고 싶은 열망이 컸기 때문에 그 아저씨를 졸라서 현대건설과

 삼성전자를 추천받았습니다. 그때 현대건설이 1만원 내외였던 것 같고,

 삼성전자가 3만 8000천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때는 순이익, 부채율,  

 PER, ROE 등은 전혀 몰랐고, 삼성전자는 반도체회사, 현대건설은 건설회사

 라는 것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천만원어치 물건을 사기전에 옛날 값은 어떠했는지 궁금해서 옆에

 모니터에서 한 아줌마가 그래프보는 것을 보고, 옛날 가격동향을 보니

 삼성전자는 90년대 중반에 10만원도 간적도 있고 그때도 우리나라 대표주식

 이었기에 사두면 오르겠지 하면서 다음날 사기로 하고 기다렸습니다.

 

 다음날 10시경에 시세판을 보니 아침부터 계속 상한가였습니다. 이래서는

 못사겠다는 생각이 든 저는 그 다음날 아예 상한가에 1000만원을 몰빵했습니다.

 4만원 초반에 200여주를 살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날 부터 놀라운 일이

 벌어지더군요.

 

일주일 내내 계속 주가가 오르더니 10일도 못되어 8만원대가 되었습니다.

 그때는 사무실에 있으면서 주가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었습니다. 괜히 웃음만 나오고 '야 이렇게 돈벌기 쉬운 것을

 왜 진작 몰랐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아마 상한가를 2-3번 맞아본 분들은

 이런 날아가는 듯한 기분을 이해하실 겁니다.

 

 1000만원이 2000만원이 되는 1월말경 주식을 다 처분했습니다. 천만다행으로

 그해 여름 유학을 가야했던 저는 돈이 필요했고 공짜로 생긴 1천만원을 유학

 자금으로 잘 썼습니다. 그때는 언제 주가가 떨어질지 모르니 참 잘

 팔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200주를 가지고 있었다면?

 200주 x 47만원 = 94백만원, 10배쯤 되었겠군요.

 현재 PER가 7인 삼성전자 주식이 5년뒤면 얼마나 될까요?

 

 보통 가치투자하면 저 PER, 저 PBR 주식을 보유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요즘은 삼성전자, 삼성SDI, 현대모비스 등 아직 PER가 10이 않되는

 우리나라 대표주가 진정한 가치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올해 IT주가 뭔가 일을 낼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