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증시가 폭락하는 것을 보면서 여름철 소나기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침에 컴퓨터를 켜니 30 point 내외로 빠지길래(저는 회사일로 유럽에 나와있어 여기

아침시간이 한국 오후장입니다), 장종료쯤이면 20 point 내외에서 마무리되겠거니 했었는데

나중에 보니 40 point 이상 빠졌더군요. 2000년 대우사태, 2001년 911 테러이후 이렇게 빠지는

것은 몇년만에 처음 본 것 같습니다.

금번 하락을 보면서 주가 1000을 외치던 때가 불과 2-3주전이었던 것 같은데, 그동안

펀더멘탈이 뭐가 바뀌었길래 이렇게 난리인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지난 하반기

부터 본격화된 외국인들의 일방적인 한국주식 매수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등 IT,

자동차 등 우리 수출의 호조, 핸드폰, 자동차등 한국제품에 대한 해외시장의 인지도 상승, 우리 은행부분 민영화에 따른 금융부분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 증가 등에도 원인이 있지만

단기적으로 달러화 약세라는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고 봅니다.

즉, 미국의 재정적자 및 경상수지 적자폭의 확대와 함께 FRB의 1%대 금리 유지로 인해

달러화는 엔이나 유로화에 비해 20% 이상 절하되어왔고, 달러화 표시 자산(미국 주식, 채권)을 보유한 해외 투자자의 경우 유로화 표시 자산(유로지역 주식, 채권 등)이나 아시아지역 통화

표시 자산에 비해 환율 때문에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외국 펀드들은 성장률, 경상수지 측면에서 환율이 평가절상될 가능성이 높고(특히, 한국, 일본, 중국등은 중앙은행에서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사용하여 인위적으로 자국화폐 가치를 낮게 유지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었음), 향후 경기회복시 가장 빨리 성장할 수 있는 아시아 시장에 관심을 갖고 투자를 늘려왔습니다. 예컨대, 삼성전자를 10억불 샀을 경우 설사 몇개월동안 주가가 제자리를

유지하더라도 원화가 10% 절상된다면 매수가격에 주식을 되팔더라도 10%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최근 해외시장에서 삼성 핸드폰이 시장점유율이 크게 상승하고 있고 반도체 경기도 좋으니 저평가되어 있는 한국 우량주식을 매수할 경우 매수차익 뿐아니라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으므로 외국인 입장에서는 손해볼 가능성이 적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더우기, 주식을 선물등으로 헤지를 한다면 투자 위험성이 더욱 줄어들겠지요.

그런데, 최근 중국의 경기속도 조절논의, 급격한 유가상승과 인플레 압력에 따른 미국의 이자율 상승 조짐 등은 외국 펀드들의 아시아 시장과 해외주식 시장에 대한 전망을 바뀌게 만들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무엇보다도 미국 이자율 상승 가능성은 단기성 해외 주식투자자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즉, 미국 이자율이 상승되면 달러화 표시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증대되어 달러화가 강세가 되며(원화 가치는 하락), 한화로 표시된 자산에 투자한 외국투자자는 환차손을 보게 됩니다. 물론 장기적인 펀드의 경우 단기적인 환율변동이 큰 영향은 없지만 달러화를 차입하여 한국에 단기 투자했을 경우 달러화 강세는 투자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미국 금리 인상전에 투자 이익을 실현하여 투자금을 회수하려 할 것입니다.

또한, 중국의 경기속도 조절 논의는 외국 투자자들로 하여금 중국 시장에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등 아시아 증시에 대한 비중을 축소하게 만들었고, 유가상승은 세계경기 회복을 지연시켜 미국, 유럽등 선진국의 구매력 약화을 초래하고 한국과 같이 수출로 국가경제를 이끌어가는 수출중심 국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종합적으로 볼 때 이런 부정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어제의 증시 폭락을 초래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거의 50 point에 달하는 폭락을 초래할 정도로 폭발력을 가진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실제로 어제 외국인 매도량은 1000억 내외 수준으로 심각한 규모가 아니었음에도

아무도 주식을 살려고 하는 주체가 없었기 때문에 폭락했습니다. 사실 기관이나 개인들은 작년부터 주식을 팔거나 보유수준에 그쳤지 올해 900선까지 주가지수를 끌여올린 것은 외국인이었으니 1000억대의 매물에도 이를 받아줄 국내투자자가 없었기 때문에 힘없이 무너저 내렸습니다. 결국 어제의 폭락은 한국 기업의 생산성, 매출 및 수익전망의 악화에 기인한 것이기 보다는 수급의 논리에 따라 이루어진 것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외국인의 매도추세가 여러가지 요인을 감안할 때 단시일내 매수 추세로 바뀌지 않을 것이란 것입니다. 이미 아시아 시장에 대한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섰으므로 시장의 반등을 보아가면서 시장에 지나친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선물과 연계하여 야금야금 팔고 나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제의 하락은 과도한 측면이 있으므로 일정수준 회복은 하겠지만 외국인들은 조금씩 팔면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나갈 공산이 큽니다.

그러나, 중장기 투자자라면 크게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수급의 논리로 무너진 시장은 때가 되면 다시 회복되기 마련입니다. 911테러때에도 하늘이 무너질 것 처럼 난리를 쳤지만 그때도 삼성전자는 계속 돌아갔고, 대한항공은 운항을 계속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수익성이 높고, 업황을 고려할 때 꾸준한 성장이 기대되는 회사를 발굴해서 싸게 사서 기다리는 자세입니다.

다만, 기다리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배당수익이 은행이자보다 높고, 외인들의 지분율이 낮고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주식을 사는 것이 올해 1년을 볼때는 좋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더 인내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국민은행, 삼성전자 등 한국 대표주식과 LCD 관련 대표주를 주식을 값이 더 내릴때까지 기다렸다가 2-3년 보유하는 것이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 어떤 분야를 얼마에 살 것인가는 개인의 판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