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는 잘 보내고 계신지요.

저는 실제 투자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글을 자주 올리는데

주식투자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외로운 작업이고

주위에 사실대로 말하기도 그렇고 해서

하고 싶은 말들을 인터넷 게시판에 써 놓곤 합니다.

 

저도 초창기에는 주식투자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떠들고 다녔더랬습니다.

실제로 주식시장이 한창 좋을 때는 하루에 얼마를 벌었는지 자주 계산하면서

흐뭇해하곤 주식이 오른날은 하루에 얼마 벌었네, 소나타 한대 벌었네 하고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직장에서 주식투자를 한다는 것을 밝혀서 좋은 것은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주식투자해서 돈을 벌었다고 하면 상대방의 일차적인 반응은 '밥 좀 사'이지요.

그러나 가까운 동료에게 밥을 사주어도 그 다음 말도 그리 곱지 않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 회사에는 'oo가 주식으로 돈 벌었데. 회사일은 부업인가봐'라는

말이 돌고 나중에 소문의 진원지를 찾아보면 가까운 사람들이 퍼뜨린 경우가 많습니다.

'사돈이 논을 사면 배아프다'고 누가 주식해서 돈 벌었다고 이야기를 들으면 부러운 마음도

있지만 '나는 왜 그렇게 못할까?'하는 상대적 박탈감이 생기고 돈 번 동료에게 좋은 이야기를

하지 않게되는 것이 인지상정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느 때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회사에서 주식투자한다는 이야기를 전혀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회사에서 주식이야기 하면 내손으로 무덤파는 거다'라고 제 자신에게

여러번 강조하면서 꾹 참았습니다.

 

대신 집이나 부모님 형제들에게는 돈 번 이야기를 자유롭게 했고

주식투자하지 않는 형제에게는 좋은 주식을 추천해 주기고 했고

친척들도 제 조언으로 좀 돈을 벌기도 했지요.

 

하지만 여기에서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부모님, 형제들이 제 조언을 따라서 팔고 사는 시점까지 그대로 따라하면

얼마 수익이라도 올렸습니다만 사람마음이 간사한 것인지

나도 혼자힘으로 저만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몇 달 지나보면 제 조언대로 하지 않고 소위 말하는 잡주에 손을 대거나

무리하게 레버리지를 써서 결과적으로는 손해를 보는 일이 많았습니다.

저는 꾸준히 수익을 올려왔지만 가족 전체적으로 보면

형제나 부모가 시장에서 잃은 돈을 제가 번 결과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다음 부터는 부모형제에게도 자세한 주식이야기는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특히 일년에 얼마 벌었네 이야기는 절대하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이야기 했다가

생각지도 않은 피해를 입히기 싫었기 때문입니다.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습니까. 미운 놈있으면 '주식을 가르펴주고', 더 미운놈 있으면 '경마장에 데려가라고'.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주식시장은 사람을 물질주의에 물들게하고 정신적으로 공허하게 하는 속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는 주식이야기는 가끔씩 집사람에게만 했었는데

여기에도 문제가 있더군요. 여편네가 주식으로 돈 번 것을 알면

핸드백이나 옷을 사달라고 하거나 살림살이 규모가 커져서

부부간에 불필요한 갈등이 생기곤 했으니까요.

 

왜 어린애들 보면 그렇쟎아요. 장난감 가게를 그냥지나치지 못하고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눈이 반짝반짝하고 그 물건을 만지작 만지작하면서

그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것. 마찬가지로 여자들도 핸드백이나 구두, 옷, 좋은 물건을 보면

정신 못차리고 잠자리에 누워서도 생각이 난다고 하지요.

결국 물질주의의 막강한 힘으로 부터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집사람이나 애들에게도 주식으로 얼마 벌었는지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가족의 평화를 위해서 좋은 것 같습니다.

 

이번 설에 친척들을 만나면서 아마 주식시장 이야기가 주요 안주거리의

하나가 되었을 것 같군요. 그러나 형제자매가 가치투자자의 자세로서

주식을 배우고 싶은 생각이 없다면 주식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즉, 주식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고,

이야기를 하더라도 묻는말에만 대강 대답하고,

돈 벌었다는 이야기는 절대하지 않는 겁니다.

 

글을 쓰다보니 잡설이 길어졌네요.

휴일도 얼마남지 않았는데

가족들이랑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아래 글은 2006년 아이투자에 쓴 글인데

생각이 나서 올려봤습니다.

 

평안한 연휴보내시기 바랍니다. 

 

 

 

2006년 8월 8일

 

주식시장이 여름 날씨 처럼 축축 늘어지면서

지겨운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럴때는 여름휴가나 떠나는 것이

상책인데. 특별히 어디갈 때도 없는 저로서는 최근 시간이 많이 나는 것이

오히려 괴롭습니다.

 

직장인으로서 주식을 한다는 것은 매우 외로운 작업입니다.

 

우선 주식을 한다는 것이 남들에게 알려지면 한국 정서상 자신의 커리어에

별로 좋지 않습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주식=투기=패가망신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영화나 드라마가 그리는 주식투자자는 잠깐 주식이

올라 우쭐하다가 결국 패가망신하는 것으로 그려지거나, 크게 반성하고 다시는

주식시장에 얼씬거리지도 않고 '바른 새삶'을 사는 것으로 그려지곤 합니다.

 

주식투자자가 결코 직장에서 hts를 켜거나 주식과 관련된 것으로 1분이라도

허비하지 않고 직장일만 한다하더라도 직장상사의 귀에 주식을 한다는 소리가

들어가게 되면 '저 친구는 본업에는 관심이 없고 쓸데없는 생각만 해'하는

말을 듣기 쉽상입니다. 

 

직장 동료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식하다가 돈 벌었다는 소리를 들으면

대개 첫번째 반응이 '한턱 내'입니다. 그러다가 그사람이 없는 자리에서는

'저 친구는 일에는 관심없고 돈버는 데만 밝아' '돈 많으니 노후는 보장되었겠다 승진은 천천히 해도 되겠네'라고

험담하기 쉽상입니다.

 

만약에 돈을 잃었다는 소문이라도 나면, 부동산을 투자한 동료와 비교되어 안주거리가 됩니다.

'야 A는 강남 재건축사서 앉아서 *억 벌었데. 그런데말야 B는 주식투기하다가 첨엔 잘되는 듯 하더니 지금 다 날렸데 허허.

역시 주식투자는 할 것이 못돼.' 아직도 우리나라는 부동산의 경우 토지나 일부를 제외하고는

투자행위지만 주식은 여전히 '투기'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식투자를 위해 남들이 놀고, 집에서 쉴때 책도 많이 읽고 열심히 노력해서

그야말로 피땀흘려 노력해서 수익을 올렸을지라도 아직도 주식투자는 투기로

인식되곤 합니다.

 

저도 처음에 멋모르고 주위사람에게 주식을 한다는 이야기를 했었다가

이러한 반응을 접하고 이젠 입을 닫아버렸습니다. 누군가 '자네 주식하지.

작년에 돈 좀 벌었겠네?'라고 물어보면 손사래를 칩니다.

 

'돈 벌긴요?'

'조금 버는듯하더니 올해초에 다 날리고 크게 반성하고나서 이젠 않합니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조금 했었는데 역시 직장인이 할게 못되더라구요'

'요즘은 용돈 아껴 부지런히 주택마련장기적금 붓고 있어요. 어려운 형편이지만

 헛된 욕심을 부리는 것보다 아끼면서 사는 것이 최고더라구요' 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면 상대방의 '따뜻한' 시선이 다시돌아오곤 합니다.

 

그리곤 집에 돌아와 밤에 아이투자에 '몇월의 주식투자'하고 글을 올리곤

합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아이투자가 제게는 해우소 기능도 합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 처럼 마음에 두고 직장에서는 못하는 말들을 여기에

적곤 합니다.

 

요즘 아이투자 회원님들끼리 off-line으로 만남이 많이 생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주식은 본질적으로 '외로운' 작업이니 같은 관심사를 가진 분들을 만날수

있다는 것이 큰 행복중 하나이겠지요. 부러운 마음입니다.

저도 기회가 닿으면 끼고 싶군요.  외로운 사람들끼리 의지가 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