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이 찾아올 때,

사실은 그 순간이 인생에 있어 사랑이 찾아올 때보다 더 귀한 시간이다.

쓴 외로움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따라 한 인간의 삶의 깊이,

삶의 우아한 형상들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 곽재구, <포구기행>중  -

 

 

살다보면 외로움이 찾아오는 시간이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대학때는 친구와 함께 술로 외로움을 달랬던 같습니다. <젊은날의 초상> 주인공들처럼 한 술집을 쩌그노트라 이름지어 매일 술을 마시기도 했지요.  조조의 시 <短歌行>(對酒當歌, 人生幾何?... 술을 대하고 노래를 하니, 인생이 얼마던가?...)을 뇌까며 감상에 젖어 동동주잔을 기울이기도 했습니다.

 

졸업후 유학을 갔었는데, 공부에도 지치고, 사람이 그리울때는 그냥 밖에 나가 뛰거나 잠을 잤습니다. 그러다가 언젠부턴가 레코드방과 BMG 웹사이트등을 기웃기웃 거리며 CD 수집을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건, 거금을 들여 번스타인의 말러전집을 사들고 눈을 맞으며 뚜벅뚜벅 기숙사로 돌아가던 어느해 12월 31일의 밤입니다. 그리고는 근처에서 햄버거를 사와 5번 교향곡을 들으며 먹었죠. 얼마전 영화 <사이드웨이>에서 마일즈가 자신이 가장 아끼던 와인, 1961년산 슈발블랑을 햄버거와 함께 함께 들이키는 모습을 보고 그 때 생각이 났습니다.

 

직장생활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기가 있는 지금도 외로움이 배고픔처럼 찾아올 때가 있습니다. 대화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고, 운동도 하고, 영화도 보지만, 정 안되면, 역시 한잔 하게 되던군요.^^ 어제는 집에서 혼자 한잔 하면서 오랜만에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와 <서른즈음에>를 들었습니다. 아 여러잔의 술보다 가슴을 더 뜨겁게 만드는 광석이형의 저 슬픈 아우라...

 

그러고 보니 저는 외로울 때 조조의 싯구처럼 술과 음악을 가까이 해왔군요..^^

 

아침에 깨어나서 화장실에 앉아 책을 읽었습니다. 곽재구의 <포구기행>. 글머리에 적힌 저 문장을 보고는 잠시 멍해지던군요. 앞으로 남은 많은 날, 계속 찾아올 외로움을 난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것인가. 그러고 보니 제가 <칼의 노래>를 읽고 김훈에게 반한 이유도 이순신의 외로움과 그 삶의 깊이, 형상을 표현한 방식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또, 곽재구는 "친구 H는 외로울 때면 빵봉지와 사과상자를 들고 고아원과 양로원을 찾는 버릇이 있다. 실컷 사랑에 차 있어야 할 시절, 따뜻한 보호를 받아야 할 사람들의 시린 그림자 앞에서 속울음을 참고 한나절을 보내면 외로움이 잡힌다고 했다."고도 적었습니다. 저자에게 계몽적 태도는 눈꼽만큼도 찾아볼수 없었지만, 전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괴짜 경제학>에서 스티븐 레빗은 미국의 범죄율 감소가 낙태의 합법화때문이라고 것을 통계적 수치를 가지고 설득력있게 주장합니다. 즉 아이를 키울 여건이 안되는 엄마가 낙태를 선택함으로써 잠재적 범죄자가 덜 태어나게 되었다는 것이죠. 비정한 approach이지만 만약 이러한 발견이 어느정도 진실을 대변한다면 그 논리적 설득력에 경탄하고만 있을 일은 아닌 듯 합니다. 이미 태어났지만, 부모가 키울 여건이 안되는 많은 아이들에 대한 연민, 그리고 낮은 곳으로 임하려는 우리들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을 위해서도 그렇고 우리 자신을 위해서도 그렇습니다.

 

요즘 게시판이 투자의 스타일과 방식에 대한 의견으로 후끈한 것 같습니다. 변동성이 큰 장이래서도 그렇거니와, 투자라는 것이 변치않는 소신과 유연한 사고, 모두를 필요로 하는 것이라 볼때 어찌 당연한 현상이 아니겠습니까. 이곳에는 개인으로든, 회사에서든 투자를 업으로 하시는 분들이 꽤 있는 것 같은데, 주식투자자란 직업은 그 특성상 외로운 직업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외로움이 찾아올때 잘 받아들이셔서 깊이있고 우아한, 그리고 승리하는 투자자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