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장이 광분하고 있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KOSPI는 100포인트 넘게 올랐고,

어제는 53포인트의 상승을 기록했습니다.

KOSPI가 53포인트 오른 것은 오랜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매일 뉴스에 '주가 사상최고치 달성'이란 소식이 하도 자주 나와

이제는 식상할 정도이고, 어떻게 알았는지 어제는 다른 나라에서

선배가 전화를 걸어와 무슨 종목을 사면 좋은지 제게 물어보더군요.

요즘 시장은 돈 있으면 아무 종목이나 사도 오를 지경이니

저도 매일 아침 일어나면 주식이 얼마 올랐나 보는 것이 하루의 시작이

되고 있습니다. (제가 있는 곳은 새벽시간에 한국주식시장이 개장하기 때문에

출근 전까지만 주식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주식시장이 개장하는 5:30분만 되면 아무리 피곤해도 눈이 자동으로 떠지고

몽유병 환자처럼 모니터 앞으로 가게 됩니다. 보유한 주식이 많이 오르게 되면

회사에 가서도 확인하고 싶어지고.  특히 어제처럼 KOSPI는 엄청 올랐는데 내 보유종목은 오르지 않았거나

itooza에서 상반기 수익이 100%, 300% 올린 글을 보면

내 포트폴리오가 잘못되었나? 조바심이 나서

좋은 종목을 서둘러 팔게 되거나 이종목 저종목 집적거리게 됩니다.

또한, 모든 경제현상을 관련 회사와 연결시키면서

자나깨나 주식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고

장이 열리지 않는 주말이나 휴일이 되면 왠지 허전하여

방황하고 있는 제 모습을 보면 '주식쟁이' '중증 주식병 환자'입니다.

몇 년전 상영되었던 '반지의 제왕'이란 영화에 보면

악의 세력이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반지를 만듭니다.

반지를 차지하면 엄청난 능력을 가질 수 있기에

평소에 멀쩡한 사람도 그 반지를 보게 되면 욕심과 시기심이 생기고

반지를 가지려고 눈이 멀어 친구도, 가족도 버리고

살인까지 저지르는 모습이 나옵니다.

주식도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욕망의 반지와 같은 것이 아닌가 합니다.

반지가 소유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끊임없이 일으켜 정신을 혼미하게 하듯이

주식도 부자가 되고 싶은 저의 욕망을 끊임없이 자극시켜

평온했던 저의 일상의 흐름을 깨뜨리고, 가족과 보낼 시간을 컴퓨터 모니터 앞에

있게 만듭니다. 그리고, 주가가 오르면 기분이 좋았다가 떨어지면 우울해지도록

감정마저 주가에 따라 춤을 추는 것 같습니다.

코스톨라니의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라는 책 제목처럼

나와 가족의 삶을 윤택하게 해 줄 수 있는 돈을 벌기 위해서

종목을 열심히 분석하고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나

돈에 너무 집착해서 직장에서, 집에서 수시로 모니터를 보면서

온 신경을 주식시장에 둔다면 나의 시간, 직장생활, 가족과의 관계를

돈을 벌기위해 모두 희생하는 바보같이 일을 저지르게 되겠지요.

‘돈을 뜨겁게 사랑하면서’ 동시에 '돈을 차갑게 다루는' 수양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주식으로 돈을 버는 것과

주식으로 부자가 된다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주식 시장이 좋을 때는 매일 매일 주식에 몰두하면 돈은 벌 수는 있겠지만

조금 오르면 떨어질까 전전 긍긍하고, 조금 내리면 못 참고 팔아버린다면

친구들과 술 한잔 마실수 있는 돈을 벌 수 있을지 모르지만

주식으로 부자가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종목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장세의 흐름에 좌우되지 않을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할 필요가 있겠지요.

그리고 매일 매일 주식을 사고 파는 것이

좋은 종목을 꼭 쥐고 직장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보다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알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