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구슬이라도 상품가치를 갖게 만들어야 비로서 값어치를 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투자를 하면서 좋은 구슬을 만들 수 있는 능력에 대해서는 의미를 부여하나 ‘꿰는 능력’에 대해서는 왠지 하찮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꿰는 능력’은 왠지 누구나 모방할 수 있는 그런 불안하고 부족한 능력으로 취급하는 경향들이 있다. 그래서 더더욱 ‘구슬을 만드는 능력’이 기업에게 최고라는 생각에 경도된다. 특히 IT기업일수록 ‘구슬을 만드는 능력’에 대한 집착은 더 심해진다.

 

기업으로 치면 ‘구슬을 만드는 능력’이란 흔히 기술력을 말한다. 얼마나 좋은 기술을 갖고 있으며 그것을 얼마나 특허로 취득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기술특허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IBM이다. IBM은 매년 3,000개가 넘는 기술특허를 새로 취득하고 있으며 세계 최다의 기술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게다가 IBM은 미국의 10대 IT기업보다도 더 많은 기술특허를 새로 취득하고 있다. 그러나 IBM이 내는 이익은 삼성전자의 반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매년 3천여개의 기술을 새로 취득하는 기업이 매년 1천여개의 기술을 새로 취득하는 기업의 이익의 절반밖에 되지 못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다.

 

우리는 기업의 능력을 ‘기술력’이라는 너무 좁은 의미로 국한하는 경향들이 있다. 그래서 기술력이나 그것의 특허보유수가 적으면 왠지 기업의 미래가 불안하고 이익의 연속성이 불안정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우리가 식당을 차린다고 가정해 보자. 식당의 기본은 ‘음식의 맛’이다. 그러나 음식 맛으로만 식당이 잘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식당의 입지조건, 인테리어, 분위기, 마케팅 등의 다양한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상생활에서는 우리는 이미 ‘꿰는 능력’이 아주 중요함을 터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기업을 분석할 때는 현실과 다른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 바로 ‘구슬을 만드는 능력’인 ‘음식 맛’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는 협소한 생각이 그것이다. 

 

그럼 기업에게 필요한 능력은 무엇일까? 여기서 잠시 J.A.슘페터의 아이디어를 빌려와 보자. 그는 기업의 능력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능력,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 새로운 생산방식을 도입할 수 있는 능력,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능력, 시장독점의 능력 같은 것들을 들었다. 기업의 능력이란 협소한 의미로서는 ‘기술의 능력’이지만 광의의 의미로서는 ‘기술을 상품으로 포장하여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능력’이다. 그리고 슘페터는 이 같은 능력을 실행해 나갈 수 있는 기업을 최고의 기업으로 친 것이다.

 

‘음식 맛’이 식당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협소한 시각이 아니라,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능력, 새로운 메뉴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 새로운 조리방법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 신선한 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 받을 수 있는 능력, 상권을 독점할 수 있는 능력 같은 것들을 포괄적으로 보아야 한다.

 

세계에는 가치투자자들이 많으나 이상하게도 ‘월마트’란 주식에 투자한 가치투자자를 찾기는 힘들다. 왜 그럴까? 월마트는 ‘구슬을 만드는 능력’ 자체가 아예 없는 기업이다. 오로지 ‘구슬을 꿰는 능력만’으로 승부하는 기업이다. 그러다 보니 무엇인가 자신만의 독특한 능력도(기술도) 없는 것 같고 누구나 쉽게 진입할 수 있을 정도로 진입장벽도 낮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그러나 바꾸어 말하면 ‘구슬을 만드는 능력’ 자체가 없으며 오직 ‘구슬을 꿰는 능력만’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것이 월마트 최대의 진입 장벽인 것이다.

 

누군가 휴대폰의 획기적인 기술을 발견했다면 한번 삼성전자나 노키아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을 품을 것이다. 누군가 소프트웨어에서 획기적인 신기술을 개발했다면 한번 MS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을 품을 것이다. 그런데 월마트는 무엇을 갖고 있어야 한번 도전할 마음이나 품게 될까?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것만한 진입장벽이 또 있을까? 그만큼 ‘구슬을 꿰는 능력’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우리가 기업을 분석할 때, 우수한 기술력의 보유여부도 중요하지만 세계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능력, 새롭고 다양한 모델을 신속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 새로운 생산공장을 자유롭게 증설할 수 있는 능력,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능력,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는 능력 등의 것들, 즉 ‘구슬을 꿰는 능력’도 중요하게 보아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했을 때 우리는 그 기업의 능력을 총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기업의 능력을 무엇인가 특이하고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국한할 때 우리는 기업을 제대로 바라보기가 어려울 것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말이 있듯이 ‘구슬을 만드는 능력’ 뿐만이 아니라 ‘구슬을 꿰는 능력’에 대해서도 우리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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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솔노트]를 연재하시는 청솔님은 [이제는 가치투자다]란 저서와 [가치투자의 둥근해가 떴습니다]란 가치투자CD가 만들어 가치투자를 널리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청솔님은  ‘㈜한국기술평가’ 이사와 ‘㈜플러스게이트’ 이사를 지냈으며, 현재 팍스넷에 [가치투자베이스캠프(청솔클럽) (myclub.moneta.co.kr/91017243443)] 이란 동호회를 운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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