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버펫의 투자 도움말

반더빌트대 경영대학원 강연 요약
이명헌, 2005-2-25
   
워렌 버핏은 2005년 1월 28일 반더빌트 대학 비즈니스 스쿨(Owen Graduate School of Business)에서 인터뷰 형식의 강연을 했습니다. 강연 내용 중 투자 철학에 관한 부분을 정리, 논평합니다.

버핏은 읽는다
버핏은 투자자이자 경영자가 되지 않았다면 재무 관련 저널리스트가 되었을 것이라는 얘기를 한 적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The National Commission on Writing for America's Families, Schools and Colleges"라는 곳으로부터 문학에 큰 공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사업보고서에 쓴 글을 통해 그런 명예를 얻었다는 것만으로도 버핏의 글쓰기가 어떠하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는데요. 훌륭한 글쓰기는 당연히 방대한 독서로 뒷받침되어 있습니다.

버핏은 아침 6시 45분에 일어나서 주식시장이 개장할 때 쯤 출근한다고 합니다. 그는 하루 시간의 80%-90%를 무엇인가를 읽는 데 사용합니다. 퇴근할 때도 집에 가서 읽을 자료를 갖고 갑니다. 버핏의 전기를 읽어 보면, 집에서도 자기 방에 들어 가서 매일 몇 시간씩 사업보고서와 경제 기사 등을 읽는 일을 수십 년 이상 해 왔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는 계속 읽습니다.

버핏은 매일 여러 회사들의 분기보고서, 연차보고서 등의 사업보고서와 5개의 일간지를 읽습니다. 책은 벤자민 그래함(Benjamin Graham)의 책과 필립 피셔(Philip Fisher)의 책 외에 그다지 읽을 만한 책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사업보고서를 가능한 많이 읽을 것을 권했으며 한 페이지도 빼지 말고 숙독하라고 했습니다. 사업보고서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처음 투자를 시작하려는 사람은 자신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읽는 데 투자하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인터뷰를 통해 가급적 일차자료(source data)를 읽어라는 말도 했습니다. 통계 자료, 사업보고서, CEO의 육성으로 밝힌 인터뷰 등이 일차자료일 것입니다. 투자도 그렇지만 다른 영역에서도 대체로 일차자료 읽는 것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건 바람직하지도 않고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예컨데, 버핏의 투자철학에 대해 이해해 보고 싶다면 버핏이 직접 쓴 글을 읽는 게 최상입니다. 버핏에 '대해서' 써놓은 글을 읽고 그의 철학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힘듭니다. 마찬가지로, 어떤 기업에 투자하려면 그 기업의 사업보고서와 CEO 인터뷰, 직원들이 밝힌 얘기들을 읽는 게 제일 좋습니다. 그 기업에 대해서 다른 사람이(예컨데 애널리스트, 신문기자) 한 얘기는 그 다음입니다. 

밸류에이션에 관해서
과거 PER가 2-3배에 불과하던 시절에는 어떤 회사를 구입할 것인가 아닌가를 결정하는데 하루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버핏은, 좋은 투자결정을 내렸다면 그 회사에 왜 투자했는지를 다른 사람에게 쉽고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고 얘기했군요. 피터 린치도 똑같은 말을 했습니다. 나는 왜 이 회사에 투자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몇 줄 내로 설명할 수 있다면 괜챦은 투자 결정일 가능성이 큽니다.

버핏은 DCF 밸류에이션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I don't do DCF.”) 대략적인 값을 암산할 뿐, 애널리스트가 하는 것처럼 FCF를 추정해서 거의 확정적인 값을 계산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는 할인율로 장기 국채 이율을 사용하며 비즈니스별로 다른 할인율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변수가 늘어 나기 때문입니다. 투자 결정은 가격과 가치라는 두 가지 숫자만 고려하면 됩니다. 여기에 비즈니스별 할인율을 끌어 들이면 변수가 또 하나 늘어 납니다. 버핏은 어떤 회사를 완전히 인수하기 전까지는 그 기업의 자본비용을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리스크란 예측한 미래 현금흐름 시나리오가 실제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지 자본비용이 아닙니다.

버핏은 리스크를 할인율에서 반영하지 않고 미래 현금흐름에 반영합니다. 할인율은 똑같이 장기 국공채 할인율을 사용하되, 미래 현금흐름을 가급적 정확히 예측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 기준을 잘 지키면 좋은 비즈니스를 장기투자할 수밖에 없습니다. 몇 년 뒤의 현금흐름을 크게 어긋나지 않게 예측할 수 있을 만한 비즈니스가 몇 개나 될까요?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과 강력한 Moat이 없는 비즈니스는 자연히 투자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리스크를 미래 현금흐름에서 반영하겠다는 기준을 지키면 자연스럽게 '확실한' 비즈니스에만 투자하게 됩니다. 삼성전자의 5년 뒤 현금흐름을 어느 정도 확실성을 갖고 예측할 수 있습니까? 10년 뒤는요?

투자에 관하여
투자 아이디어에 관해서 버핏은 오랜 시간 동안 지식이 누적되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란 얘기를 했습니다. 많이 읽고, 잘 관찰하다 보면 어느날 경영진이 실수를 한다든지 하는 일이 생겨서 좋은 투자기회가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내심을 강조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는 한데 뭉쳐지는 경우가 많고, 그건 불규칙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읽고 관찰하라는 것입니다.

관찰을 할 때는, 자신이 잘 아는 영역(circle of competence)에 집중해야 합니다. 버핏은 자기 영역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했습니다. 자기 영역 안에서만 투자해도 훌륭한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 영역 안에만 머무르는 것이 '최고(paramount)'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관찰을 할 때, 조급한 마음을 갖지 말고 꾸준히 지켜 보라고 얘기합니다. 절대 포기하지 말고 계속 관찰하면 뭔가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제 투자를 시작하려는 사람에게는 가급적 많이 읽고,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라는 조언을 했군요. 실패로부터 '너무 많이' 배우지 말라고 얘기했습니다. 어떤 종류의 투자에서 한 번 실패하면 그 투자를 비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그렇게 해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모든 투자안은 다 각기 장점과 단점이 있습니다. 나쁜 투자안은 거의 없습니다. 나쁜 투자자가 있을 뿐입니다. 한 번 실패했다면 다음에는 그 투자에서 저지를 수 있는 실수를 더 잘 피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단, '치명적인' 게임은 하지 말라는 얘기를 덧붙였습니다. 이와 정반대로 하는 사람도 있지요. 어떤 투자를 했다가 실패하면 그 투자는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잘 모르는 다른 투자안에 거의 모든 것을 걸며 막연한 희망을 품는 것입니다.

버핏은 투자하기 전에 다음 질문을 던져 보라고 합니다.

경영진에게: "경쟁 회사 주식 중 한 가지를 산다면 어떤 회사를 사겠습니까?"
이것은 피터 린치도 했던 말입니다. 피터 린치도 기업 탐방을 할 때 "경쟁 회사 중 어떤 회사가 가장 위협적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바로 그 회사를 사야 합니다. 
"이 경영자는 일을 사랑하는가, 돈을 사랑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어렵지 않게 알아 낼 수 있습니다. 
기술적분석에 관해서 그는, 아주 어렸을 때 기술적분석을 바탕으로 투자를 해 보았지만 전혀 돈을 벌 수 없었다는 얘기를 하면서,

'챠트를 뒤집어 놓고 보았을 때도 똑같은 답이 나오는 것을 보고 기술적분석이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라고 얘기했습니다. 기술적분석이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고 나서 그래함 쪽으로 스윗치를 했고, 그래함의 철학은 합리적이었으며,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버핏은 1주일에 6-8시간을 투자와 관련해서 사용할 수 있다면 직접 투자를 하는 것도 좋고, 그렇지 않다면 인덱스펀드를 적립식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다고 했습니다. 이외에도 은행에 투자하는 것에 관해서, 위안화, 유로 등의 외환과 달러에 관해서, 상품 투자에 관해서도 재미있는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한 번 직접 읽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