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중순 이후 코스피지수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현상의 일등공신으로 단연 프로그램 매수세를 꼽을 수 있다.
 
지난 7월 18일 이후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거래를 통해서만 2조원이 넘는 매수가
유입됐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1500억원의 주식을 내다 팔았지만 지수는 활발한 프로그램 매수에 힘입어 꿋꿋한 계단식
상승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96년
증권거래소에 코스피200 지수 선물이 상장되고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프로그램 매매가 ‘제4의
매매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 동안 주식시장의 매매주체는 크게 개인과 기관, 외국인 투자자로 분류돼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뚜렷한 매수·매도주체가 없는 가운데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 대비 15% 수준까지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프로그램
매매가 지수의 등락을 주도하고 있다.
 
■ 기관 전산시스템만이 움직이는 거래 ■
 
프로그램 매매는 주식을 대량으로 거래하는 기관투자자들이 일정한 전산 프로그램에 따라 수십 종목씩 주식을 묶어서(바스켓)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증시흐름에 따라 매도나 매수에 대한 의사결정은 매매자가 하지만 나머지 모든 과정은 시스템이 알아서 하는
식이다.
 
프로그램 매매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시장베이시스와 백워데이션(Backwardation),
콘탱고(Contango) 등의 낯선 용어들을 알아야 한다.
 
시장베이시스란 선물과 현물의 가격차이(선물가격-현물가격)를 말한다.
 
이때 선물가격은 선물지수 현재가를, 현물가격은 코스피200 지수를 활용한다.
 
만약 베이시스값이 플러스가 됐다면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높다는 의미다.
 
이를 콘탱고(Contango)라 부른다.
 
반대로 마이너스이면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낮다는 것으로 백워데이션(Backwardation)이라고
한다.
 
엄밀히 말해 이런 용어들이 선물 고평가·저평가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편의상 콘탱고일 때는 선물 고평가로, 백워데이션일 때는 선물
저평가로 기억해 두면 된다.
 
프로그램 매매는 비정상적인 현물과 선물가격 사이의 관계가 정상으로 돌아갈 것을 가정해 현물과 선물을 동시에 매매함으로써 위험을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차익거래와 선물시장 동향과 무관하게 현물 바스켓을 매수(또는 매도)하는 비차익 거래로
분류된다.
 
비차익 거래는 주로 펀드 설정이나 해지를 위한 대량의 주식매수(매도)에서
일어난다.
 
차익거래는 현물을 사고 선물을 파는 매수차익거래와 반대로 현물을 팔고 선물을 사는 매도차익거래로
나눠진다.
 
차익거래를 실행하는 기본구조는 현물과 선물 양쪽을 다른 방향으로 동시에 매매하는
것이다.
 
즉 상대적으로 고평가된 상품을 매도하고 저평가된 상품을 매수힌다.
 
선물은 시장에서 매매하면 된다.
 
그렇다면 현물매매는 어떻게 이뤄질까? 현물은 인덱스펀드로 운용한다.
 
인덱스펀드는 시장지수 수익률을 따라가는 펀드로 코스피200 편입종목 중에서 70~150개 종목으로
구성된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100번째를 넘어가는 종목들은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고 종목이 늘어나면 여러 가지 관리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대부분 70~100개 종목으로 구성한다.
 
■ 선물 만기 1주일 전 영향 커져 ■
 
선물가격이 고평가되면 지수선물을 매도하고 현물을 매수하는 매수차익거래의 기회가
발생한다.
 
지수선물이 고평가되는 것은 대부분 향후 시장에 대한 참여자들의 낙관적 전망이 지배적일
때다.
 
결론적으로 향후 시장을 강세장으로 예상할 때 매수차익거래의 기회가 발생하며, 이때 현물매수가 프로그램 매수로 이뤄지기 때문에 지수의
추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상승장에 프로그램 매수가 어우러져 주가상승을 더욱 확대시키는 셈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현재 현물지수가 100, 선물가격이 105(이론가 102)라고 하면 지수선물이 이론가 대비 고평가됐기
때문에 선물을 매도하고 현물을 매수하는 차익거래가 발생한다.
 
만기시에 청산을 가정한다면 만기일 종가의 지수와는 무관하게 투자자는 5포인트(105-100)의 이익을 남기게
된다.
 
그러나 차익거래 이익은 주식매수에 들어간 자금의 기회비용, 즉 이자를 차감해야 하기 때문에 현물매수에 따른 이자비용
2포인트(102-100)를 차감한 3포인트(5-2)가 실질적인 매매이익이 된다.
 
매도차익거래는 이론적으로는 매수차익거래와 상반된 매매형태를 갖는다.
 
그러나 매도차익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매도할 주식을 빌려오는 대차를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인덱스펀드를 대차하는 것이 쉽지 않아
운용에 제한을 받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매도차익거래는 연기금의 인덱스펀드가
대부분이다.
 
보통 선물 만기일 일주일 전에 프로그램 매매 영향력은 더 커지는데 매물의 50% 정도가 이 기간에
정산된다.
 
이때 매수차익거래로 사들인 현물 바스켓을 매수차익잔고, 반대로 팔아놓은 현물 바스켓을 매도차익거래잔고라고
한다.
 
선물 만기일이 되면 매수차익거래잔고는 다시 매도되고(프로그램 매도 발생) 반면에 매도차익거래잔고는 다시 거둬들이게 되는데 이때는
프로그램 매수가 발생한다.
 
현재와 같이 매도차익잔고보다 매수차익잔고가 많을 경우 이론적으로는 9월 만기일 이전에 프로그램 매도를 통한 지수의 하락 압력이
증가하게 된다.
 
■ 주가 고평가·저평가 만들기도 ■
 
일반적으로 향후 주식시장 전망이 밝을 때 프로그램 매매는 주가상승을 확대시킬 수도 있으며, 반대로 향후 시황이 어두울 땐 지수폭락의
주범이 되기도 한다.
 
시나리오는 대강 이렇다.
 
선물시장 참가자들이 낙관적인 증시전망으로 인해 대거 선물을 매수한다.
 
이 때 선물가격이 상승하면서 콘탱고가 심화되고 매수차익거래가 겹쳐 주가가
상승한다.
 
이에 다시 선물을 매수하게 되고 매수차익거래가 증폭되면서 주가 상승폭은
확대된다.
 
매도차익거래를 통한 지수급락은 매수차익거래와 역(逆) 메커니즘이 작용한다.
 
이러한 이유로 연초 이후 조정과 상승과정에서 프로그램 매매와 코스피지수가 높은 연동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요즘 프로그램 매수에 의한 주가상승이 한계에 이른 모습이다.
 
매수차익잔고가 2조원을 넘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9월 중순 만기가 얼마 남지 않아 매수·매도차익잔고의 청산압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가 상승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프로그램 물량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유가증권시장에서의 새로운 매수주체가 등장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