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이님
투자 잘 하고 계시죠

제가 볼 때 정민이님 나이에 지금 패턴이면 대단한 투자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를 알면 두 셋 이상은 알아채니 머리도 비상하고요


지금 이런 생각이 난 김에 몇 자 적고 갈께요

경북대학교 다니니 드리는 말씀인데 경북대가 하나 좋은 게 있어요 도서관에 책이 많습니다

제 경우 책을 많이 본 시기가 어릴 적입니다
취학 전과 초등학교 시절 아마 이 때 본 책들이 지금껏 본 책들 중 반이 넘을 것 같습니다 이 때 벌써 각종 고전과 역사 등 해서 책을 많이 봤죠 (어릴 때 책을 많이 보면 초, 중, 고 다니면서 혹 주입될 지도 모를 제도권의 방식과 기존 시스템의 사고에 물들지 않는다는 결정적 장점이 있어요)
두번째는 대학교 다닐 때였습니다
저는 중, 고, 대 해서 공부를 거의 안 했습니다
시험때만 대충 어찌 해서 성적만 겨우 맞춘 거죠
(오히려 학교를 다 나오고 나서 공부를 더하게 되더군요)

누가 물으면 그래요 그 때 학교 공부를 안 해서 머리가 흰 캔버스에다 유연해져서 더 잘 됐다고
그리고 대학 와서는 책을 많이 봤어요 도서관에
책 이름 대면 어디쯤 있다 정도는 다 알았을 정도니

그런데 그 책이란 게 또 그래요
목적을 갖고 보면 덮고 나서 다 잊어요
그런데 목적을 가지지 않고 그냥 보면 그게 다 남죠

여기에 어린이가 무서운 이유가 있죠 애들은 목적을 가지질 않고 뭔가를 하죠 제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게 이 대목입니다 목적을 가지지 않고, 그리고 어린이에 가까운 것 이 두 가지는 강력한 파워를 줄 겁니다

필요에 의해 책을 보지 말고 그냥 호기심에 정말 재미로 책을 보는 것

이건 우선 보면 미친 놈 같고 효과가 없이 보입니다 남들 다들 자격증, 영어 뭐 이런 공부할 때라면 더더욱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그게 아니거든요 전혀 도움되지 않을 것 같아보였던 책 그게 실제로는 도움을 주는 겁니다

제 경우 투자에 가장 큰 도움을 주는 건 아무래도 역사 관련 서적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가 책을 보는 건 지식을 얻기 위함이 아닙니다 왜냐 지식 그거 아무것도 아니에요 생각이 안 난다 그러면 책 찾아보면 되거든요 (제 경우에는 투자 관련 스크랩이 전혀 없습니다 정리도 안 해요 정리를 하면 힘이 더 떨어지는데다 그 길과 흐름을 파악해두면 되거든요 그리고 이 수치나 주요내용이란 것도 생활화해서 가져가면 머릿속에 다 입력이 됩니다)
책을 읽는 진정한 이유는 지식의 습득이 아니라 로직과 사고체계 등을 만드는 겁니다 생각하는 힘 말이죠

여기서 응용력, 창조성이 나옵니다 특히 역사를 알면 사관, 가치관의 힘으로 세상을 보는 지혜를 갖게 되는 거죠 누가 몇년에 뭘 했다 이런 것 전혀 의미없어요 그래서 제가 제일 우습게 여기는 게 그런 식의 퀴즈 문제입니다 (물론 책을 많이 보면 지식도 당연히 습득이 되기는 되죠) 허나 지식을 알기 위해 책을 본다면 본질이 뒤바뀐 거겠죠

정리하자면 책을 많이 읽는 게 좋다 그리고 그 책은 재미로 봐야한다 (책을 읽는 속도가 빠르다는 건 엄청난 경쟁력입니다 어떤 사람은 가벼운 소설책 보는데 이 삼일 잡고 있는데 그러면 힘들어요 가벼운 소설책은 두 시간 정도면 넘어가줘야 좋습니다)

그리고 노력하지 마라 절대 노력하지 마라
노력하는 것은 이미 그게 자기와 어울리는 게 아니다
노력은 억지로 뭘 하는 거겠죠
이에 반대되는 게 열정이겠죠
누군가 전에 물었다죠 이창호에게(확실한지는 모르겠는데 맥락을 이해해 주세요)
바둑을 얼마나 연구하나고 그러니 그랬습니다
이창호가 두 시까지 어떨 땐 밤을 샐 때도 있다고
그러니 기자가 그랬어요 노력을 엄청나게 하는군요
그러니 이창호는 '노력 아닌데요. 그저 재미있어서 하는데요'

그래요.

이창호는 본질을 알고 있는 거죠...

- 코스버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