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송사의 PD인 A씨는 방송국에서 '주식투자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 라는 특집방송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게 됩니다. 그래서 기초자료를 확보하기 위하여 한 리써치 회사에 설문조사를 의뢰하게 됩니다.
첫번째 설문은 당신은 주식투자를 통해 몇%의 수익 또는 손실이 발생하였습니까?이며, 두번째 설문은 당신은 가치투자방법을 적용하였습니까? 아니면 기술적분석, 세력분석 등 머니게임으로 접근하였습니까? 였습니다. 조사대상자 1,000명 중에서 투자에 성공한 사람은 절반에 약간 못미치는 490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성공한 사람들의 투자방법을 살펴보니 가치투자를 적용한 사람은 불과 90명에 지나지 않았고, 나머지 400명은 머니게임으로 접근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특히 크게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머니게임으로 접근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라 A씨는 방송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주식투자를 성공하려면, 머니게임으로 접근하는 방법이 유리하다. 특히 큰 수익을 확보하려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다른 방송사의 PD인 B씨는 이 방송사의 특집방송이 영 석연치 않았습니다. 아무리 조사결과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머니게임을 부추키는 방송은 무언가 부적절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B씨는 반대로 '주식투자 이렇게 하면 실패한다'라는 테마로 접근해 보았습니다. 역시 한 리써치 회사에 설문조사를 의뢰하게 됩니다.
조사결과는 거의 똑같이 나왔다고 가정합니다. 그런데 B씨가 1,000명 중에서 실패한 510명의 투자방법을 살펴보니, 가치투자를 적용한 사람은 10명에 지나지 않았고, 나머지 500명은 머니게임으로 접근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특히 가치투자로 손해본 사람들은 그 손해액이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라서 B씨는 방송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주식투자를 실패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머니게임으로 접근한다. 그러므로 머니게임을 해서는 곤란하다"
정말 이상하지 않습니까? 동일한 조사 결과를 두고 A씨와 B씨가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는 신기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하지만 이런 일은 우리가 주변에서 너무나 흔하게 벌어지는 상황입니다. 우리가 어떤 현상을 분석할 때, 흔히 성공한 케이스나 반대로 실패한 케이스만 따지지 않는지요. 예를 들면 수석입학 한 학생에게 공부비결을 묻는다든지, 폐암에 걸린 사람이 흡연을 했었다든지 하는 따위 말이죠. 너무나 당연시되는 다수결원리의 한계이기도 하죠.
또 다른 방송사에 근무하는 C씨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됩니다. C씨가 접근한 테마는 바로 이 것이죠.
'주식투자 이렇게 하면 실패하지 않는다'
부정을 부정하면 긍정이 되듯이, 실패하지 않는다면 성공하는 셈이지요.
그래서 C씨는 실패한 510명중에서 상대적으로 소수의 투자방법이 무엇인가에 주목하였습니다. 510명 중에서 단 10명만이 가치투자방법을 적용한 것이죠. 그러므로 C씨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주식투자를 실패하기 어려운 방법은 가치투자방법이다. 따라서 가치투자방법을 적용하는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도 높다"
조사대상자 1,000명 중에서 머니게임을 한 사람은 대다수인 900명이지만 이들의 성공확률은 44.5%였습니다. 반대로 1,000명 중에서 가치투자를 적용한 사람은 소수인 100명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성공확률은 90%였습니다. 이래도 여러분은 성공한 사람의 대다수가 접근한 머니게임을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물론 이 시나리오는 가상으로 설정해 본 것입니다.
가치투자는 대다수가 지지하는 인기있는 투자방법은 결코 아닙니다. 더구나 단기간에 큰 돈을 버는 화려한 대박의 가능성도 거의 없습니다. 외롭고 인내가 필요한 재미없는 투자방법입니다. 그렇지만 가치투자자들은 실패하지 않으려는 겸손한 자세에서 출발하여, 느리게 한 걸음씩 내딛을 뿐입니다. 그러다 보면 성공은 결과적인 산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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