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인과의 대화

 

개인적으로 알고지내는 포항제철의 철강대리점을 경영하고 있는 D 철강 대표 K 사장님과의 대화입니다.  그는 98년 IMF 때 구조조정으로 20여년 간 일하던 포항제철에서 명예 퇴직하고, 포항제철 대리점을 시작해서 지금에 이르고 있는 분입니다. 그 동안 주식투자를 하면서 궁금했던 철강업에 대해 몇 가지 물어 보았던 것을 정리해 봅니다. (그전에는 그냥 흘려듣던 것인데 주식투자를 하니 달라집니다)

 

"사장님 작년에 돈 많이 버셨겠습니다."

 

" 많이 벌었지, (누가 물어봐주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작년에 혼자서 100억원을 팔았어, 이익은 2개월 외상거래라 아직 수금을 해야 알겠지만, 10억정도는 번 것 같아. 엄청나게 좋았지,  작년은..."

 

"철강경기가 언제까지 좋을 것 같습니까?"

 

" 올 상반기 까지는 괜찮을 것 같다는 것이 중론이야,  하반기에는 그동안의

증설된 설비가 가동을 시작하니 물량공급이 증가해서 단가가 좋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이지, 원래 철강이 경기를 선행하거든."

 

"100억원어치를 팔았는데 왜 이익이 10억원 정도지요? "

 

"원래 철강도매는 6%장사야,  하지만 나는 종업원없이 혼자서 핸드폰으로만 장사하거든, 일종의 딜러인 셈이지. 포항제철에서 강관제조업체로 바로 운송하니까 나는 수금만 관리해. 종업원이 없으니까 10% 장사지.. 실제 창고에다 물건

쌓아놓고 하면 마진은 좀 낮아져.  게다가 외상, 어음장사다 보니 떼이는 경우도

많고, 금융비용도 만만치 않아. 대손없이 물량을 꾸준히 공급할 고정 거래처가

있으면 돈 벌기는 쉽지만, 대기업 고정거래처는 연줄이 있어야 해"

 

"포항제철은 직접 팔면되고 업체는 직접사면 싸게 살 텐데, 왜 굳이  사장님 같은 대리점은 왜 두지요?"

 

" 모든 거래처를 다 챙길수가 없거든 조그만 거래처는 나같은 대리점이 처리하게

되는 거야. 게다가 포항제철이 아무 거래처나  외상으로 물건주나?  다 부동산담보, 보증보험으로 담보잡고 물건 주는 거야. 나 같은 우수거래처도 절대 신용으로 물건 안주거든. 독점이 그래서 좋은 거지..."

 

"철판을 가공해서 팔면 이익이 좀 더 나지 않나요?"

 

"문배철강,부국철강처럼 철판을 자르는  슬리팅기를 두고 잘라서 팔면  마진이 한 15% 정도되지, 소량판매인 소매인 경우는 더 좋고... 하지만 공장과 창고도 커야하고 종업원도 둬야 하니까 많이 남지는 않아... 거래처가 많고 부실하다 보면 부실채권도 많이 생기고, 관리인원도 많아지게 되니까.., 못하는 거지... 요즘 같이 철강경기 좋을 때는 좋지만 경기가 나빠질 때는 아찔해"

 

"버신 돈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 사실 번 것 만큼 세금으로 내는 것이 정당한데, 다 내기는 아깝잖아, 그래서 투자도 할 겸해서 당진에다 창고겸 공장부지를 살려고 해, 여건이 되면 공장도 지어 매입부가세도 환급받고, 법인세도 대출이자로 좀 줄이고 말야.( 음... 소액

주주인 우리와  경영주는 다른 생각을 합니다. 그들은 이익을 많이 날때는 역으로 이익을 줄이려고 자산을 취득하고 그 동안 쌓아두었던 악성채무를 대손처리하고 비용을 지출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나도 강관제조도 할려고 해. 당진쪽에 거래처도 있고, 공장부지로도 투자 가치가 있거든... 은행대출 싸잖아 요즘,, 기껏해야 대출이율이 5-6%야,  예전 생각하면 공짜야...

 이익이 많이 날 때 고정자산을 사 두면 이익도 줄이고 나중에 땅값이 오르면 일석이조거든. 너도 땅좀 사놓아 이 참에... 당진중에서도 바닷가 쪽은 많이 올라서 안되지만 내륙쪽으로는 아직 괜찮아.."

 

"제가 뭐 돈이 있나요?  그런데 강관제조는 현대하이스코, 세아제강도 있는데 사장님이 어떻게 그들을 이기려 하시나요?"

 

" 다 생각이 있지. 나야 대기업이 생산하지 않는 구경의 파이프를 만들려고 하거든,  소량 다품종 생산인 셈이지, 중소 강관업체는 다 그렇게 먹고 사는 거야"

 

" 가지고 계신 부동산도 꽤 오르지 않았나요?'

 

" 뭐 포항제철에 부동산 담보로 제공하기위해 아파트 2채하고 오피스텔을 사놓았는데 이게 또 많이 올랐지... 그래서 예금담보 안 넣고 부동산 담보로 하는 거야

인플레이션과 같이 움직이거든"

 

" 사장님은 포항제철과 거래를 하고 있고, 일반 공장들도 거래를 하고 있으니까

주식투자를 하면 돈도 더 벌 수 있지 않나요? "

 

" 예전에 포항강판 15,000원 정도면 사라고 했는데 사 놓았나? 내말 들었으면

돈 좀 벌었을 텐데... 사실 주식 사 놓으면 돈 벌 것 같아도 나 같은 업자들은

운전자금이 묶이거든... 게다가 오르면 다행인데 떨어지면 낭패야...

본업에 충실해야지 자꾸 한눈 팔면 망하기 쉬워, 내 사업의 리스크도 관리 못할

정도인데 어떻게 남의 리스크 까지 가지고 가나... 분수를 알아야 해,

사업시작하면 10개중에서 1개가 10년뒤에 남을 정도로 어려운 것이 사업이거든

정신 차리지 않으면 거지되는거야 거지..."

 

"거래처 리스크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사실 6% 장사인데 10 에 1만 부도를

당하면 손실 아닌가요? "

 

" 그러니까 나도 아무리 값을 잘 준다해도 절대 외상거래는 아무와 하지 않아,

오래전부터 거래하던 업체와 현찰 장사만 하거나. 다른 사람이 배서한 어음만

받아.  거래처가 직접 발행한 자수어음은 절대 안 받거든,  그리고 거래를 시작하기전에 나름대로 신용을 철저하게 체크해 보고 거래를 시작해...잘 될때 안 될때를 대비해야지... 앞으로는  매출과 이익이 떨어져도  우량  거래처로 선별해서 거래할려고 해..."

 

 

요즘 철강업체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철강업체에 대한 투자를 하실때 조그마한 도움이 되면 하는 바람에서 글 올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