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신드롬(제임스 B. 트위첼/미래의 창/2003) 의 p332 ~ p334중에서

  시시한 것도 아니고 대단한 것도 아닌 그저 그런 물건이 산 넘고 물
건너 호사품의 세계로 진입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플로렌스 자치 도시
국가에서는 교회의 수도회나 명망 있는 집안 사람들이 모여 앉아 물건
을 서로 차지하려고 값을 올려 부르고는 했다. 자, 오늘은 어떤 겁니까?
지오토, 미켈란젤로, 다빈치? 우리 시대라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자,
오늘은 뮙니까? 펜디 핸드백? 에르메스 스카프? 포르쉐? 아르마니 정
장? 유사이래 네델란드에서 처음으로 개인이 혹은 여럿이 힘을 합쳐 원
래는 아무 것도 아니었던 물건들을 인위적으로 호사품의 영역에 편입
시킬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하였다.

 &간혹 어떤 물건이 날개돋친 듯 팔릴 때 그 이유를 캐 보면 그 물건을
다른 식으로 보게 하고 새로운 뒷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그 물건에 어울
리는 새로운 환겨을 설정해 줌으로써 가능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현대의 대중적인 소비지향 잡지를 넘겨 보면 똑같은 과정이 되풀이되
고 있다. 자동차, 핸드백, 디자이너 의류, 생수 등 여러 가지가 정물화처
럼 자태들을 뽐낸다. 지어낸 이야기가 그럴 듯하면 할수록 물건은 새로
운 미학의 대상이 되고 돈줄리 된다. 여기저기가 떠들썩해지고 사람들
이 줄을 늘어서서 마침내 물건에는 날개가 돋친다.

 
  17세기 초에 튤립이라는 꽃이 어떤 의미를 갖는 꽃이었는지를 알아
보면 여기서 현대인들이 앓는 호사열병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 새로
부자가 되어 사회적 지위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소비라는 행위에 처음
으로 역동성을 부여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튤립 이후에 수백 가지의
물건들이 똑같은 과정을 거쳐 호사품 대열에 진입하였지만 이 물건 이
전에 그런 식으로 호사품이 된 물건들이라고는 그리스, 로마, 중국의 미
술품들과 중세 교회의 성인들의 유해뿐이었다. 미학에 대해서는 생각
하지 말자. 프랜체스코 성인의 손가락 마디뼈가 소장하고 싶은 물건이
되었던 것은 그것이 틀림없는 그 성인의 뼈라고 과학적으로 입증되었
기 때문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간직하고 싶어했기 때문에 귀중
한 것이 된 것이다.

  (중략)

  오늘을 사는 우리의 눈으로 보면 당시 사람들이 왜 그만한 일에 그토
록 집착했는지 이해가 안갈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다이아몬드를 사
기 위해 쇼핑몰에 가서 진지한 대화를 나눈다. 색상과 커팅, 무게, 무게
도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어떠한 카르텔에 의해 시장 상황이 조작
되지 않았더라면 다이아몬드라는 것이 그저 돌맹이에 불과했을지도 모
른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런 일이 없었더라면 다이아몬드는 자동차
배터리 한 개 값, 아니 어쩌면 손전등에 들어가는 배터리 값으로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