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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소보원] 이동통신요금 인하경쟁을 촉진하라
2005.3.28. 월요일
문제 하나 내겠다. 국내 시장에서 가장 많은 소비자들이 이용하고 있는 단일 서비스는 무얼까요? 정답,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자만 3사 합쳐서 3천6백2십4만 명. 전체 국민의 75%가 이용하고 있다. 전체 매출액은 20조원. 그럼 두 번째 문제. 오로지 국내시장만으로 제한 했을 때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회사는? SK 텔레콤. 2004년 매출액은 9조7천만36억원. 세 번째. 2004년 주주들에게 가장 많이 현금배당을 한 업체가 어딜까요? 씨바, 당연히 답은 SKT 아니냐 할 독자제위들 있겠다. 아니다. 1위는 삼성. 삼성은 2004년 총 매출액이 57조원이고 시가 배당율 2.3%였다. 2위가 SKT. 배당총액은 삼성에 밀린 2위였으나 시가 배당율은 5.2%. SKT 주주들은 좋았다. 현금배당에 중간배당까지. 몇 달 전 본지에서 올린 휴대폰 요금 기사에, 웃기지 마라 여기 외국보다는 싸다, 아니다 비싸다 등 많은 논쟁이 있었다. 이에 이통사들은 소비자들이 전화 많이 사용해서 요금이 많이 나오는 건데 왜 그걸 이통사들이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말하냐 볼멘소리들을 한다. 그러나 반대편에선 원가계산 함 해보자, 이건 폭리라고 맞받아친다. 하지만 당사자 아닌 외부에서 아무리 주산 튕겨봐도 원가가 과연 얼만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오로지 국내시장에서만 먹고 노는 SKT가 약 1,500만명의 가입자를 갖고 사상 최대 흑자에 현금배당잔치에 직원들 상여금 잔치를 하는걸 보면 소비자들이 내는 이동통신 요금이 적정한 지 반문할 여지는 충분하다. 과연, 요금은 적정한가.
총리 직속 규제개혁위원회가 정통부의 SKT 요금인가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현재 통신요금 중에서 유선인 KT 시내전화요금과 무선인 SKT의 기본통화료는 정통부 장관령에 의해 사전인가를 받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나머지 이통사들의 요금은 신고만 하면 되도록 되어 있다. 그럼 왜 정통부가 사전에 요금을 허가하도록 되었는가? 정통부의 설명은 이러하다. SKT가 선발사업자로서 강한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금력을 동원하여 요금을 급격히 내릴 경우, (이를 약탈적 요금 정책이라고 한다) 후발사업체인 KTF나 LGT가 경쟁이 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여 그러지 못하도록 요금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정통부는 <유효경쟁정책>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정통부의 <요금인가제>에 대해 규제개혁위원회가 딴지를 건 것이다. 과연 타당한가? 물론 명분은 기업활동에 대한 정부의 쓸데없는 규제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에서 시작된 거다. 그런 거 하라고 있는 곳이 규제개혁위원회니까.
정통부는 현재의 통신시장을 이렇게 본다. 현재 시장상황이 SKT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며 KTF와 LGT가 시장점유율을 높이지 못하는 과점상태임을 볼 때, 국민부담을 완화하고 소비자후생을 증대시키며, 지배적 사업자의 반경쟁적, 약탈적 요금설정 등을 방지하기 위해 요금인가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또 하나는 정통부가 그나마 SKT의 요금에 대한 결정권이 있었기 때문에 98년 전기통신사업법 시행 이후 핸펀 요금은 꾸준히 인하되어 36.2%의 경이로운 수치까지 떨어뜨릴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뭐든 OECD와 비교해야 객관성이 확보될 것이라 여기는 공무원들의 특유의 논리 획득 방식을 여실히 드러내며 OECD국가들의 76% 수준임을 주장한다. 하지만 넓디 넓은 땅덩어리에 때론 집 한 채 찾으려면 몇 시간 차를 달려야 하는 미국 같은 나라와 서울, 수도권에서만 전체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 코딱지 만한 우리나라를 과연 숫자만 놓고 동등하게 비교가 가능한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정통부의 주장처럼 엄청난 인하율을 기록했다고는 하지만 여기에 부가서비스 요금은 포함되지 않았다. 즉 전체 이통 요금은 이미 OECD국가 평균을 능가하고 있다. 더욱이, 핸펀 가입자 한 사람 당 얼마의 매출을 올리느냐 하는 가입자당 매출액(ARPU) 기준을 놓고 볼 때 OECD의 흐름과 한국은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 OECD 평균은 확실히 줄어드는 추세이나 우리나라는 약간 줄어드는 척 하다 다시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이통사들이 가입자들로부터 훨씬 많은 돈을 뽑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요금인가제만 갖고 유효경쟁시장을 유도하는 것은 아니다. 이통사 시장의 대지각 변동을 예고했지만 온갖 불법과 탈법으로 얼룩지고 결국 정통부의 과징금 장사만 성공한 번호이동제도가 좋은 예이다.(정통부가 1년 동안 번호 이동성 위반 과징금만으로 벌어 들린 돈이 200억 원이다) 상호접속, 무선인터넷 개방이나 차등적인 전파사용료 등을 통해 SKT의 과점을 해소해 보겠다고는 하지만, 문제는 시장에서 이용자들의 선택이 따라주질 않고 있으면 SKT의 과점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이미 SKT와 KTF의 순수익은 4배 이상 차이 나고 있다. 결국 시장이 움직이지 않으면서 정통부의 야심만만했던 제도들도 그 빛을 볼 수 없다는 건 매우 간단한 로직이다.
SKT는 자신들의 요금제가 정부의 인가사항이기 때문에 요금경쟁에 나서고 싶어도 자유롭게 할 수 없다는 수동적인 자세로 일관한다. 그럼 KTF와 LGT가 이 기회를 활용해 처음엔 손해 보더라고 공격적으로 요금을 인하하여 소비자를 끌이 들이면 되지 않을까? 실제론 어떠냐. 이들 2회사는 이 제도가 시행된 지 9년 동안 한번도 획기적인 요금인하로 소비자를 유혹했던 적이 없다. 번호이동제도가 시행되었을 때 LGT가 '40% 요금할인'이나 '무제한 정액요금제'를 시행했지만 모두가 일부 요금구간에 해당되거나 소수 소비자들에게만 유효했을 뿐, 대다수 소비자들에게는 별 영향이 없는 그야말로 공갈빵 이벤트로 그쳤다. 그럼 왜 이들은 요금경쟁을 통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지 않는 것일까? SKT야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이라 치더라도, KTF와 LGT야 KT와 LG에서 자금 밀어주면 어렵지만은 않았을 터인데 말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본다면 정통부의 이통사에 대한 <요금인가제>는 요금 인상폭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요금 인하 폭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작용되어 왔다. 정통부는 후발사업자들과의 경쟁환경을 조정하기 위한다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거꾸로 후발사업자의 요금 인상을 적정 수준에서 보장하는 방식으로 적용되어 왔다는 것이다. LGT와 KTF가 SKT요금을 기준으로 약간씩 하향 조정시키는 수준에서 일종의 가격담합과 유사한 결과를 만들어 왔던 것이다. 그러니까 서로 소비자 뺏기 위해 가격인하 경쟁을 벌이는 대신, 3사 모두가 이윤을 볼 수 있는 최대한 적절한 가격폭을 형성하여 시장에서 가격인하경쟁으로 인한 상호 출혈 경쟁을 서로가 피하는, 정말이지 해피한 정책이었던 것이다. 물론 손해는 소비자가 본다.
정통부는 이동통신시장이 공정한 경쟁이 되는 시점에서 요금인가제를 폐지하겠다고 주장한다. 그럼 공정한 경쟁의 기준은 뭔가. SKT와 LGT와 KTF가 각각 33.3%씩 시장을 나눠 갖는 그 날? 물론 그런 날은 절대 오지 않는다. 오히려 <요금인가제>를 실시한지 9년이 지났지만 SKT의 독점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요금은 오히려 OECD의 방향과 반대로 가고 있다. 모든 것이 고착화 될 뿐이다. 시장에서 후발사업자를 도와야 한다는 취지에서의 <요금인가제> 효과는 미미하다 못해 오히려 3사를 비가격 마케팅에만 주력하도록 만들었다. 이동통신산업은 전세계적으로 독점화 되어 가는 양상을 띈다. 그래서 정부의 강력한 공정경쟁 규제를 하고 있다. 울 나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가격을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과하다. 어느 나라도 요금을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국가는 없다. 게다가 정통부가 요금을 규제하는 주체가 되는 것도 모호하다. 향후 수 조원 대의 시장이 될 CDMA나 IT839사업에 SKT뿐 아니라 KTF와 LGT를 뛰어들게 하기 위해 그들의 덩치를 키우는데 정통부가 사실은 도움을 주기 위해 요금을 이런 식으로 묶어 두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일각의 의혹까지 있다. 그러니까 애초부터 소비자들을 위한 정책은 없었던 게 아니냐 말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옥화영(경쟁촉진과장)과장은 "정통부의 요금인가제로 인해서 이통사들이 요금을 더 내린 것인지 아님 덜 내린 것인지 모르겠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시장에서 가격은 소비자의 몫이며 요금이 경쟁의 핵심이다. 가격경쟁이 없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해가 된다. 가격경쟁이야말로 공정경쟁시장의 기본이다."라 덧붙인다. SKT의 독점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전파사용료 차등부과나 접속요율 차등부과 정책과 같은 바람직한 비대칭적인 규제수단은 필요한 것이다.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식의 요금규제는 SKT의 독점은 그대로 고착화시키면서, 오히려 KTF나 LGT 등 후발사업자들의 이익까지 최소한 보호해주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일종의 '유치산업발전론'이다. 여기에, 소비자의 이익은 없다. 그 동안 3700만 명이나 되는 가입자들이 이통사들의 이익에 기여했다. 하지만 아직도 시장이 공정하지 않아서 요금의 본격적 인하 경쟁은 허용할 수 없단다. 그게 도대체 언제까지인가. KTF와 LGT가 SKT만큼 이익을 뽑을 수 있을 때까지인가. 정통부는 요금인가제를 폐지하라. 제대로 된 요금 인하 경쟁을 붙여라. 그래서 요금이 어디까지 내려갈 수 있을 지 함 보자. 자본주의 시장에서 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요금 가지고 경쟁하는 거 너무나 당연한 거다. 그거 이제 더 이상 막지 마시라. 우리 소비자, 이제 피부에 와 닿는 요금인하를 원한다. 더 이상 구라빨 가득한 공갈 인하는 싫다. 씨바들아.
딴지 소보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