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3월 22일) 한국은행이 지난 1년 동안의 경제성적표라고 할 수 있는 ‘2004년도 국민계정’을 발표했는데, 그 안에는 과연 무엇이 담겨있고, 그 내용들은 어떤 특징을 가졌고, 그 특징들은 또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경제전문가들이 현실과는 너무 거리가 먼 주장들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첫째로 주목할 점은, 아무래도 성장률일 것이다. 지난해 성장률은 4.6%를 기록했는데, 이건 그 전년도 성장률인 3.1%보다는 분명히 1.5% 포인트나 향상된 성적이다. 비유를 들자면, 국내경기가 31층에서 46층으로 올라간 것이다. 그렇다면 경기도 분명히 상승했다고 진단해야 옳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마치 큰 위기에 처한 것처럼 떠들었고, 국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이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설령 경제가 위기에 처했더라도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경제전문가의 할 일이라고 해야 한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물론 성장률이 4.6%면 좀 낮은 수준인 것이 사실이다. 정부가 목표로 내세운 ‘5% 성장률’보다도 낮다. 그러나 국내 경제연구소들이 그동안 추정해온 잠재성장률인 3-4%보다는 훨씬 높다. 그렇다면 국내경제연구소들은 국내경기가 과열을 보였다고 말했어야 한다. 그러나 경기가 극심한 침체에 빠졌다고 떠들었다. 결국 그들은 자가당착에 빠진 셈이다.

지난해 4.6%의 성장률을 기록했어도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부진한 것이 사실이므로, 우리나라 성장잠재력은 최소한 5%는 넘는다고 봐야 한다. 반복하거니와, 내가 추정한 잠재성장률은 최소한 7%는 넘는 수준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지난해에 경기가 부진했다고 느낀 것이다. 그만큼 우리 경제의 미래는 밝은 셈이다. 언제든지 7% 이상 성장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우리 경제가 지표상으로는 괜찮은 성적을 기록했다고는 하지만, 경쟁국인 대만이나 싱가폴보다 성장률이 낮았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지난해에 경제위기설이 난무했던 것이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켰고, 그래서 우리 성장률이 경쟁국보다 낮아졌던 것이다.

따라서 경제위기설을 유포한 국내 경제전문가들은 아무리 심한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말았으면 좋겠다.

세 번째로 주목할 점은,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이 6천8백억 달러를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경제규모가 이제 드디어 세계10위권에 들어선 것이다. 인구가 1억이 넘는 멕시코와 브라질을 추월한 것은 물론이고, 인구는 10억이 넘고 지금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인도까지 추월했다. 이제 우리도 경제대국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내가 가장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은 경제전문가들이 우리나라를 ‘소규모 개방형 경제’라고 부른다는 점이다. 이 세상에는 2백여 개 나라가 있는데,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을 어떻게 소규모 경제라고 부를 수 있을까? 제발 이제는 우리나라도 경제대국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네 번째로,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1만4천 달러를 넘어섰다. 아직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지만, 머지않아 2만 달러 시대를 열 수도 있을 것이다.

잘만 하면, 참여정부 임기 내에도 이건 가능하다. 3년 동안에 40% 이상 성장한다는 것이 의심스럽게 여겨질지도 모르겠지만, 성장률이 매년 6.5%를 넘고, 원화가치도 매년 이 정도씩만 높아지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혹자는 성장률은 가능할 것 같은데, 환율은 어렵다고 보기도 한다. 지금도 환율이 너무 떨어졌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환율은 벌써 많이 떨어졌다. 지난해 연평균 환율이 1,145원이었는데, 지금은 천원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앞으로 3년 동안에 64원만 더 떨어지면 국민소득 2만 달러가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환율이 매년 20원 정도 떨어지는 정도라면 경제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을 것이다. 이미 2003년까지도 매년 50원 이상 떨어졌으니까 말이다.

여러 차례 반복한 얘기지만,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선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드디어 선진국에 들어선다는 것을 뜻한다. 세계적으로 선진국 대우를 받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 국민들도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건 얼마나 경사스런 일이겠는가!

참여정부가 출범할 때, 나는 국민소득 2만 달러를 국정목표로 설정하자고 제안했었다(정확하게는 10년 안에 4만 달러였다). 그러나 입 달린 사람들은 모두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했고, 결국은 장기과제로 넘겨지고 말았다. 이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것이 부끄러운지 내놓고는 말하지 못하지만, 그들도 속으로는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마침 경기도 살아나고 있으므로, 그 기대가 더욱 커진 듯하다.

물론, 그 과정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기회만 있으면 비관론을 퍼뜨리려는 염세주의자들의 암약을 막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하다. 올해도 경기가 상승하는 듯하자, 벌써 ‘4월 징크스’라고 떠들기도 한다. 지난해 4월에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져 국내경기가 하강했다는 것이 그 논거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고유가, 미국 금리인상, 중국 경기진정책 등의 삼각파도가 한국경제호를 난파시킬지 모른다”는 소리가 횡행하면서 우리 경제에 비관적인 분위기를 조성했고, 이것이 경기를 하강시킨 바 있다. 그런데 올해에는 고유가, 미국의 금리인상, 환율하락 등이 경기회복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게 과연 사실일까? 지난해의 경우를 한번 따져보자. 석유가격 급등은 세계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또한 경기진정책의 당사자인 중국이나, 금리를 인상한 미국 등도 경기가 여전히 호조를 지속했다. 그런데 당사국도 아닌 우리나라만 엉뚱하게 비관적인 분위기가 짙어지면서 경기가 부진해지는 결과를 빚었다. 이건 얼마나 어이없는 일인가?

올해도 마찬가지다. 우선, 석유가격 상승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는 경로는 두 가지다. 하나의 경로는, 세계경제가 부진해지면서 우리 수출이 타격을 입고, 이것이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다. 그러나 석유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가 부진해지리라고 전망하는 다른 나라 경제전문가를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

다른 하나의 경로는, 우리나라 물가가 급등하여 소득감소 효과가 나타나고, 이에 따라 소비가 줄어들면서 경기가 부진해지는 경우다. 그러나 아직까지 물가가 급등할 조짐은 어디에서도 찾기 어렵다. 그렇다면 석유가격 상승이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을 주지는 못할 것으로 봐야 한다. 무엇보다, 올해의 석유가격 상승률은 지난해와 비교할 바가 아니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미국의 금리인상이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해야 한다. 이미 몇 차례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 연방금리가 6.5%에 달했던 2000년의 경우에도 우리나라는 8.5%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었다. 지금은 미국 연방금리가 2.5%에 불과하므로, 너무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해야 한다.

끝으로, 환율하락도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2001년 말의 환율은 달러당 1,326원이었는데, 2002년에는 연평균 1,251원으로, 2003년에는 1,192원으로, 2004년에는 1,145원으로 떨어졌지만, 수출은 오히려 근래에 보기 드문 대단한 호조를 이어왔다.

물론 지난해 하반기에는 그 속도가 너무 빨랐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우리 수출은 여전히 호조를 지속했다. 다만, 내수경기가 살아나면, 수출증가율이 다소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내수경기가 나빠서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시장을 찾았고, 그 바람에 수출이 예전에 쉽게 볼 수 없었던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제 비관주의를 벗어 던져버리자. 상습적인 염세주의자들이 더 이상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자. 그래야 우리 경제의 미래가 더 밝아질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신임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취임 뒤 바로 주식시장을 방문한 것이나, 은행장들이 우리 주가지수가 1,000은 넘을 것으로 본다는 뉴스가 나온 것이나, 최근 일부 비관론이 대두하자마자 재경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자세 등은 높이 평가해줄 만하다. 다만, 이헌재와 같은 카리스마가 아직 형성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