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현동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상 속도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 가운데, 금리 인상으로 인해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미국 기업들이 순이익을 늘리기 위해 자신의 본업보다는 소매금융같은 돈 장사에 열을 올렸고, 금리 인상은 이들의 금융부문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업순익의 30%가 금융부문에서 발생

미국 연방정부 통계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의 순익의 30%가 금융부문에서 발생했다. 10년전에는 21%에 머물렀다. 금융부문에서 발생한 순익이라고 하면 은행이나 여타 금융기관들의 영업활동을 쉽게 떠올리겠지만, 실은 제조업체들과 소매업체들이 금융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이다.

농기계 장비제조업체인 디어&컴퍼니 순이익의 4분의 1이 금융부문에서 발생한다. 소매 유통업체인 타깃은 신용카드 사업부문에서 벌어들인 돈이 순이익의 15%를 차지한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 회사 제너럴모터스(GM)는 자동차 판매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모기지 회사인 디테크닷컴(ditech.com)에서는 짭짤한 수익을 내고 있다. 지난해 GM이 금융사업부문에서 벌어들인 돈은 29억달러. GM의 올해 실적이 개선된다면 금융부문의 영업이 잘 됐기 때문일 것이다.

◇연방금리 인상의 3가지 후유증

미국 기업의 실적이 금융부문에 크게 좌우된다면, 금리 인상은 확실히 부정적이다. 이는 지난해 6월 FRB가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소매금융업체들은 대출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조달하는 자금에 높은 금리를 지급했다. 그렇지만 금리 인상 속도만큼 장기 대출상품 금리를 올리지는 못했다. 결국 FRB가 금리를 올리면 올릴수록 이들의 순익이 깎이게 된다.

더구나 저금리에 따른 대출경쟁으로 소매금융업체들의 대출관련 리스크도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금융감독당국의 회계관련 규정 강화로 인해 실적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도 금융부문의 실적을 기대하는 기업들에게는 우려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모기지 회사인 패니매와 보험회사인 MBIA, 르네상스리 홀딩스 등은 모두 결산내역 감사 결과 회계부정 파문에 휩싸였다.

메릴린치의 북미지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회계 규정 강화로 인해) 미국 기업들의 실적 성장세가 크게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질 낮은` 순익의 증가

S&P도 S&P 500 지수 편입 금융서비스업체들의 순익이 올해 6%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03년 S&P 500 지수 편입 금융서비스업체들의 순익은 27%나 성장했었다.

제조업체와 소매업체들의 금융부문을 제외한 금융업종은 S&P 500 편입 기업들의 순익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지난해만 해도 순익의 28%를 차지했다. 헬스케어와 정보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2%, 11%에 그치고 있다. 제조업은 10%에 불과하다. 10년 전만 해도 금융업의 비중은 19%였다.

금융업의 비중 확대와 함께 주목할 만한 부분은 제조업체들의 순익에서 금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늘어났다는 점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 금융 및 보험부문은 지난해 전체 순익 166억달러의 49%를 차지했다. 조세·금융자문 서비스업체인 H&R 블록은 지난해 모기지 상품 판매로 6억7800만달러의 세전 순익을 기록했다.

금융부문의 순익 기여도가 높다는 것은 주식시장에서는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수익의 질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금융부문에서 벌어들인 돈이 얼마인지 공개를 꺼린다. 가전 소매업체인 서킷 서티 스토어는 가전제품을 팔면서 판매하는 워런트(사후수리 보장서)를 통한 매출이 얼마인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워런트 판매가 없었더라면, 2월 결산법인인 서킷 시티가 2003회계년도(2003.3~2004.2)에 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스프레드의 위협`

장단기 금리차인 스프레드가 축소되는 시점에서 금융중심의 순익 증가는 역효과를 맞을 수 있다. 지난해 4월 2.4%포인트로 늘어났던 2년만기 미국 국채와 10년만기 미국 국채간 스프레드가 이제 0.8%포인트로 축소됐다. 스프레드 축소는 대출기관 입장에서는 이익감소로 이어진다.

웰스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제임스 폴슨은 "금융기관들은 머지 않아 (스프레드가 축소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금융기관들은 금리 리스크를 파생상품을 통해 헤지할 수 있다. 그렇지만 스프레드 축소는 `캐리 트레이드`를 위축시키고 이는 수수료 감소로 이어진다.

금리 인상에 따른 주택금융시장의 급변동을 노리고 있는 헤지펀드인 클라리움캐피탈 매니지먼트 사장 피터 시엘은 스프레드 축소로 인해 모기지 금리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인상은 금융기관에게도 충격이다. 대출경쟁으로 인한 무분별한 대출로 인해 부실여신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무디스의 신용 애널리스트들은 지난달 2.5%였던 부실채권 부도율이 내년에는 3.2%로 0.7%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향후 3년간 부실채권의 만기가 집중적으로 도래하면서 기업부도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가계의 모기지 부채는 지난 4년간 집 값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금리인상과 부도율 상승이 금융부문을 위협하는 리스크의 전부가 아니다. 지난해 말 발생한 패니매의 회계부정 파문에 더해 그린버그의 사임으로까지 이어진 AIG의 회계조작 사태 등은 기업들의 보수적인 결산을 보다 강화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비즈니스위크는 소비가 살아날 경우 예대마진 축소·대출리스크·회계규정 강화라는 금리인상의 3중 리스크를 피할 수도 있겠지만, 금융 중심 경제에서 이 위협은 두려울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03.19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