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8월 21일), 외환시장 문제와 관련하여 두 개의 언론보도를 보았다. 그중 하나는, 우리나라 외환보유고의 대GDP 비율은 중국 대만 홍콩 등에 비해 높은 편이 아니고, 금년에 증가한 규모도 경쟁국에 비해 큰 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그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한국은행까지 동원했다. 다른 하나는, 수출만이 우리나라가 살길이라는 것으로서 최중경 국장이 직접 해명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런 뉴스를 접하면서 솔직히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것은 끝까지 가보자는 것이나 마찬가지 반응이어서, 국가경제를 위해 내가 차마 입에 담지 못했던 내용까지 깊숙이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게 했기 때문이다. 개인 신분인 나는 참았었는데, 공직자인 그는 내가 그것을 밝히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어버렸다. 따라서 더 큰 경제적 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의 국가적 손실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음을 먼저 밝혀두는 바이다. 자 그럼 언론이 보도한 두 가지 문제를 한번 따져보자.

먼저, 내가 외환시장 문제를 제기한 것은 외환보유고가 적은가 많은가 또는 외환보유고 증가속도가 큰가 아닌가를 따지자는 목적이 아니었다. 오히려, 환율방어를 위한 비용이 환율방어에서 오는 효과나 이익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문제삼았던 것이다. 어떤 정책이든 효과나 이익보다도 비용이 더 크다면, 그 정책은 수정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이에, 다음과 같이 공개적으로 질의하고자 한다.

첫째, 환율방어는 당연한 국가정책이라는 점을 나도 잘 안다. 환율의 급등락이 불러오는 경제적 폐해 역시 자세하게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그래서 외국환평형기금이라는 제도를 법률로 규정했을 것이고, 외평기금채권을 발행하도록 허용했을 것이다. 바꿔 말해서, 환율방어는 법률이 규정한 바에 따라 외평기금의 범위 안에서만 해야 하는 것이 정부에게 주어진 책무라는 것이다. 국민들은 법률이 제한하지 않은 것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지만, 반면에 정부는 법률이 규정한 것만 할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의 공통적인 헌법정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중경 국장은 이런 헌법정신을 위배했다. 국채까지 발행하여 외환시장에 개입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최중경 국장의 해명을 듣고 싶다.

도대체 환율방어를 위해 발행한 국채의 총규모는 얼마나 될까? 현재 외평기금채권과 관련한 통계는 공개하는데,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와 관련한 통계는 발표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관계자들에게 물어도 정확한 규모를 밝히기를 꺼리고 있다. 그래서 언론의 보도도 제각각이다. 그 이유는 또 무엇일까? 무엇보다, 내년에는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를 얼마나 발행해야 하는지, 그 다음해에는 또 얼마나 발행해야 하는지, 계획하고 있는 규모를 밝히는 것이 정책당국으로서의 도리다. 그래야 환율방어를 지금처럼 할 것인지 아닌지를 국민들이 동의하거나 결정할 수 있다. 혹시 장기적인 계획조차 없이 무모하게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를 발행하는 것은 아닐까? 만약 장기계획이 있다면 그것도 밝혀야 할 것이다.

둘째, 지난해부터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까지 발행했어도 환율방어는 더욱 어려워졌고, 그러자 당국은 국민연금 등을 끌어들여 통화스왑거래(되사주겠다고 약속한 거래)라는 편법까지 동원하였다. 즉, 되사주겠다고 약속하고 외환을 국민연금 등에 팔았고, 이렇게 조성한 원화자금으로 환율방어에 나선 꼴이다. 이것은 재정경제부의 위력을 동원한 것으로서, 과연 정부가 해도 되는 짓인지 나는 모르겠다. 무엇보다, 이 스왑거래에서 발생한 손실을 어떻게 해결하려고 했는지 몹시 궁금하다. 외국인 주식매도 등이 환율을 잠시 상승시켜, 일시적으로는 큰 손실을 발생시키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이것은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그래서 묻고 싶다. 스왑거래를 한 규모는 정확하게 얼마인가? 그에 따른 손실규모는 또 얼마인가?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편법적인 자금동원을 지속할 것인지, 만약 그렇다면 그것의 연차별 규모는 얼마로 계획하고 있는가?

셋째, 국채발행과 스왑거래로도 환율방어가 어려워지자, 재정경제부는 NDF거래(차액정산 선물환거래)라는 도박까지 서슴없이 감행했다. 즉, 일정한 증거금(액면가액의 수%에 불과)만으로 대규모 선물환을 매수하여, 시장개입 효과를 극대화시킨 것인데, 이것은 투기꾼이나 도박꾼들이 할 짓이다. 정부가 할 짓은 결코 아니란 것이다. 만약 이 거래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그 손실규모가 동원한 자금의 수십배에서 수백배에 달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손실은 고스란히 국가재정과 국가경제는 물론이고 국민들에게 떠 안겨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가부채는 언젠가 국민세금으로 갚아야 하는데, 그 규모를 천문학적으로 키울 짓도 외환당국이 서슴없이 해치운 것이다. 이에, 다음과 같이 묻고 싶다.

NDF거래에 투입한 금액은 얼마안가? 액면가치로 따져서 그 총규모는 또 얼마인가? 지금까지 발생한 손실은 그 총규모가 얼마인가? 그리고 이런 거래를 언제까지 할 셈인가? 이와 함께 향후의 연차적인 계획도 밝혀야 할 것이며, 그 손실을 보전할 계획도 함께 밝혀야 할 것이다. 그래야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환당국은 손실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우길지 모르지만, 나는 시장에 저항하여 성공한 정책을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제발, 1997년 외환위기가 진행될 당시, 환율상승(원화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쏟아 부은 외환이 외환보유고의 고갈을 불렀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지금은 환율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국가자원(원화자금)을 쏟아 붓고 있는데, 이것은 엄청난 국가부채의 누적으로 결말지어졌고 앞으로는 더욱 커질 것임을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이쯤에서 일단 이 문제를 정리를 하고 넘어가자. 정책당국의 환율방어는 이미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외평기금으로만 방어해야 했지만, 이것은 여지없이 실패했다. 그래서 국채발행까지 하여 자금을 동원해야 했고, 이것도 실패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스왑거래와 NDF거래라는 도박까지 감행했지만, 지금도 환율은 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다음에는 어떤 대책을 내세울 셈인가? 제발 시장에 저항하지 말기 바란다. 만약 수출이 호조를 보이기 시작했던 2002년 하반기부터, 아니 지난해부터라도 환율을 점진적으로 하락시켰더라면, 지금과 같이 위험한 지경에 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장은 한없이 추락할 것 같지만 좀처럼 추락하지 않는 법이다. 외환시장도 마찬가지고 환율도 마찬가지다. 경제부총리는 스스로 시장주의자임을 여러 차례 천명한 바 있다. 시장을 믿는다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최중경 국장은 시장을 극도로 불신하고 있다. 오직 자신의 힘과 능력만 믿은 오만이 사태를 이 지경으로 몰고왔을 것이다. 어쩌면, 염세주의가 이 문제를 이렇게 키웠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그동안 동원했던 수단들이 빚어낼 손실을 줄이고 은폐하기 위해서라도, 외환시장에 지속적으로 그리고 더욱 과감하게 개입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지금 당장 손실규모를 정확하게 밝히고 그것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야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것이고, 환율변동도 정상을 되찾을 것이다. 시장이 정상화된 뒤에는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도 져야 한다. 그것이 공인으로서의 도리이다.

다음으로, 수출부양을 위해서는 환율안정이 필수적이라는 최중경 국장의 믿음에 대해서도 간단하게나마 한번 따져보자. 그 전에, 최 국장은 우리 국가경제를 '소규모 개방경제'라고 규정했는데, 이것은 지나친 겸손이다. 아니, 이것은 공인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우리 국가경제에 대한 지나친 비하다. 우리 국가경제의 규모는 세계 10∼12위권에 해당하는데, 이런 대규모 경제를 두고 '소규모 개방경제'라고 부를 사람은 외국에는 어디에도 없다. 최 국장은 지금 1960∼1970년대, 배고프고 헐벗던 시절의 발상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비판에 대해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이제, 본격적인 질의로 들어가 보자. 첫째, 우리나라 수출은 2002년부터 호조를 보이기 시작했다. 매월 20% 가까운 증가율을 기록하기 시작한 것인데, 이런 높은 증가율은 최근 20년 동안에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실적이었다. 그런데 환율은 2001년 말 달러당 1,326원에서 2002년 7월에는 평균 1,185원으로 떨어지던 때였다. 환율이 11.9%나 떨어진 것인데, 수출은 왜 이 달에 17.6%나 증가했을까? 그 이유를 먼저 밝히기 바란다. 그 이유를 밝히지 못하면, "환율안정이 수출을 늘렸다"는 최국장의 신념은 사이비종교의 헛된 믿음이나 다름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혹시 해외경기 타령일랑은 하지 말기 바란다. 당시는 이라크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으로서 세계경제의 장래가 지극히 불투명하던 때였다. 또한 환율의 시차효과를 언급할 생각도 말기 바란다. 그 시차효과가 6개월 이상에 이른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혹여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 공장을 새로 지어야 한다면 이 주장이 타당할지 모르지만, 그 전해의 수출실적이 12.7%나 감소하여 기존 시설로도 얼마든지 수출을 늘릴 수 있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2001년에는 수출이 감소하는 가운데 환율은 그 전해에 비해 14.2%나 상승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 수출은 환율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혹시, 최근 들어 수출실적이 매월 40% 가까이 증가한 것은 환율안정 때문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이번에도 그 원인을 잘못 짚었다. 나는 이미 오래 전부터 "국내 경기가 부진하여 기업들이 해외에서 살길을 찾을 수밖에 없고, 그래서 수출급증은 지속할 것"이라고 미래형으로 예고해둔 바 있다. 다른 전문가들처럼 과거를 돌아보면서 찾아낸 원인과, 나처럼 미래를 내다보면서 미리 밝혀둔 원인 중 어느 것이 올바른가는 굳이 따질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더욱이, 나는 2002년 7월부터 수출호조를 기록하기 시작한 원인도 미래형으로 일찌감치 예고해둔 바 있고, 이것도 현실에 실현된 바 있다. 그렇다고 나를 점쟁이로 몰지는 말기 바란다. 내 경제예측의 과학적인 근거를 이미 충분히 밝힌 바 있다. 혹시 의심이 나면 확인해보기 바란다.

무엇보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현재의 수출증가율은 지속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40여년 전인 1960년대에도 월평균 40%에 가까운 높은 증가율은 좀처럼 찾아보기가 어려웠었다. 따라서 수출증가율을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낮춰줄 필요가 있었고, 이를 위해서는 원화의 점진적인 평가절상이 필수적이었다. 혹시 이를 두고 논리의 이중성이라고 비판하지는 말기 바란다. 최근 우리 경제의 발전단계로 볼 때, 지금은 환율상승이 수출증가에 결정적으로 기여하지는 않지만, 일정한 수준 이상의 환율하락은 수출감소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마치, 중력은 아래로만 힘을 미치고, 위로는 힘을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끝으로, 한 가지만 덧붙이겠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환율방어를 위해 쏟아 부은 재정적 부담은 실로 엄청나다. 눈덩이 구르듯이 불어난 국가부채는 별도로 하더라도, 그 이자부담과 환차손 및 거래손 등만 따져도 최소한 10조원에서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규모의 재정을 공공사업에 쏟아 부었더라면, 환율방어로 수출이 증가하여 국내 경기를 부양시켰다고 주장하는 효과보다는 훨씬 컸을 것이다. 그래서 국내경기가 지금보다 훨씬 더 호조를 보였을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재정투자는 국민들에게 직접 혜택을 베푸는 시설로 남아 있을 터이지만, 환율방어를 위해 쏟은 재정부담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그래도 환율방어가 옳았다는 것인가? 참으로 답답한 심정이다. 제발 시장에 대한 신뢰를 먼저 갖기 바란다. 그리고 세상이 아무리 염세적이라고 하더라도 낙관적인 면도 함께 고려하기 바란다.

[펌]폴컴(http://www.polcom.co.kr/)의 "최용식의 21세기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