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도 굶어 죽는다는 초유의 불경기에도 해외 여행객의 증가추세는 식을 줄 모른다. 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6 월 한 달 동안 해외 여행자수는 지난 해 같은 달에 비해 46 % 나 늘어났다고도 하고 올해 누적 여행자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9 % 나 증가했다고 한다.
요즘은 누구를 만나도 모두 '죽겠다' 는 말을 달고 다니는 마당에 인천 공항은 늘 북새통이라고 하니 인천 공항의 터가 좋은 것인지 아니면 죽는 놈만 죽겠다고 하는 것인지 몰겠다만.. 분명한 것은..
우리의 소비패턴이(일본 애들이 그랬던 것처럼) 평상시 아끼고, 쓸 때 굵게 쓰자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굵게 쓴다는 대상에 해외 여행이 제 자리를 따악 잡고 있는 분위기다. 왜 일본 아이들 그러지 않던가, 주유소에서 열라 일해서 몇 달 월급 받으면 해외여행이든, 스노보드 장비든 한 큐에 날려 버리는 행동.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이제 여행이라는 것이 경제 하락에 가장 예민한 아이템이 아닌 마치 의식주처럼 생필품적 경기 둔감 지수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인데.. 한 마디로 여행 산업 전망에 꽃망울이 팡팡 터진다 할 수 있겠다.
덕분에 올 여름 입 찢어진 여행사들 부지기수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정보 공유가 일반화 되어지고, 여행도 이제는 셀프라며 자유 여행객들이 콩나물 자라듯 늘어나는 것 같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여행사 의존도는 높기만 하고 패키지 여행은 여전히 한국 여행 시장의 대세적 트렌드임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패키지 여행은 여전히 숱한 문제점을 드러내놓고 있다. 덤핑과 옵션, 팁에의 강요와 무한 가격 경쟁속에서 추락하는 막가파 서비스 등은 잊혀질만 하면 아홉시 뉴스를 장식하는 고정 레파토리다. 사람들의 여행 기대치는 점점 더 개별화되고 고급화 되는데 상품을 뽑아내는 여행사는 여전히 먼지 풀풀 나는 재래식 공장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 그로 인해 패키지 여행객수는 늘어나지만 패키지 여행에의 만족도는 비례해서 올라가지 못하는 현실이 대한민국 여행문화의 현 상황이다.
게다가 한 여행 전문 신문에서 발표한 통계치가 눈길을 끄는데, 작년 해외로 출국하는 사람 10 명 중 4.8 명은 관광목적으로 나간 여행객이며, 이 중 1.8 명은 30 개 상위 패키지 여행사를 통해 출국했다는 보도다. 여행사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더 노골화 되어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데 그 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곳은 단연 <하나투어>라는 여행사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상품 판매를 하는 곳이 아니라 여행사들에게 여행 상품을 공급하는 이른 바 도매 여행업이라는 특수한 형태를 띈 하나투어의 성장은 마치 폭주기관차를 연상케 한다.
홈페이지에서 쎄벼온 하나투어의 찬란한 기록들.
96년 창립 이후 내국인 송출 실적 및 항공권 판매 실적에서 6년 연속 부동의 1위
2000년도 업계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
동남아 미국 유럽 대양주 등 12개 현지 법인
직원 1,043(국내 770, 해외법인 200 명, 자회사 70 명)
자본금 41억여, 2002 년 매출 584 억 여, 영업이익 83 억, 경상이익 102 억 여, 당기 순이익 70 억 원
수치로 보이는 기록만 가지고도 하나투어가 한국의 여행사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고 할 만 하겠다. 이른바 규모의 경제라는 것을 실현함으로써 항공사, 여행사, 랜드사로 분화 되었던 여행 업계의 구도와 기능을 하나투어라는 포털화된 고유명사로 통폐합을 시킨 것도 하나투어이니 이 큰 회사에서 기침을 하면 한국 여행 시장이 감기에 들 정도라고 해도 그다지 오버된 표현은 아닌 듯 하다.
그간 관광청 이너뷰, 여행을 다루면서도 여행업 인물을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이상한 짓거리를 해왔드랬다. 사는 것이 여행이라고 떠들며 그간 시인을 만났고, 가수를 만났고, 여행인이라고 해야 한비야 언니를 만난 것이 전부다.
그러기에 본 이너뷰의 주인공인 하나투어 박상환 사장은 관광청 이너뷰 최초의 여행업 인물이 될 것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뜬금없이, 안하던 짓을 하냐고 물어본다면, 한국 최대의 패키지 여행사를 경영하는 하나투어의 CEO는 미래의 여행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가 갑자기 궁금해져 버렸기 때문이다. 더불어 오프라인을 위주로 펼쳐지는 패키지 여행과 온라인을 위주로 확산되는 자유여행의 정서적 간극을 그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도 궁금해져 버렸고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아있는 패키지 상품의 질 낮음과 일부 소비자들에게 분명히 남아있는 여행사에 대한 불신에 대해 하나투어는 어떤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지 등등까지 마구 궁금증이 솟구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8 월 초 인사동 한식집 방안에서 하나투어 CEO이자 업계 전문지가 선정한 '한국 여행산업을 이끄는 영향력 있는 인물'의 3 년 연속 캡짱을 먹은 박상환 사장을 만났다. 본 수다 접선이 대체적으로 그러하듯 술이 중간에 놓여졌고 막무가내 좌충우돌식, 전문용어로 말해 <꼴림의 역학법칙>대로 질문이 쏟아졌고 답변이 터져 나왔다.
일단 한잔 마시고 시작
딴: 본지 이너뷰가 조금 특이해서 다른 매체에서 많이 하는 짜고치는 고스톱식 질문 답변에는 별 관심이 없다. 딴지에서만 볼 수 있는 내용들이 나와줘야 하는데 어떠신가?
박: (웃음) 다른 데서 하지 못할 이야기라면 나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미 하나투어라는 회사가 개인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내가 하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때때로 직원에게, 주주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딴: 그렇다고 밤에 어떤 체위로 성생활을 하는지를 묻겠다는 것은 아니다.
박: 차라리 그런 것을 물어라. 그런 것은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 (웃음)
딴: 먼저 많은 사람들이 하나투어의 성공요인을 궁금해 하는데 이 부분을 잠깐 이야기 하는 것이 폼도 나고 좋을 듯하다. 98 년 IMF 때 하나투어는 전체 내국인 해외 송객 실적 1 위를 달성했다. 창립 2 년만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IMF 가 하나투어 성장의 좋은 호기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보통 당시에는 경영자들이 인원 감축을 하는 쪽에 열을 올리고 있을 텐데 오히려 직원을 더 채용하면서 거꾸로 나갔다.
박: 그건 지금 생각해봐도 순리였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보자. 1 달러가 800 원에서 자고 일어나니 2,000 원이 되었다. 이건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 것이다. 다만 내가 확신한 것은 다른 나라의 사례였다. 이전에 출장으로 러시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이스라엘 등을 여행했었는데 그들이 모두 외환위기를 맞이한 나라들이다. 그 나라들 중 외환위기를 수습한 나라는 이스라엘이 유일했다. 알다시피 이스라엘은 교육열도 높고 교육수준도 중남미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아주 높은 나라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나라는 IMF 를 쉽게 극복할 것으로 확신했다. 게다가 그때는 잃어버릴 것도 없었다. 모든 것이 비상의 상황에서 가진 거라곤 불알 두 짝밖에 없었고 급여를 감축하면서 회사의 모든 살림살이, 월급 및 경비 등을 직원들에게 오픈 했으니 축소하고 감축하고 할 이유도 없었다
딴: 하기사 그런 상황이라면 직원들에도 열심히 하는 것외에는 선택의 여지도 없었겠다는 생각도 든다. 또한 오히려 그런 상황이 경영자에게는 자신의 경영 스타일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겠다.
박: 그렇다. 그것은 사스 때도 마찬가지였다. 사스가 터지면서 여행시장이 완전히 얼어버렸다. 나는 그 시점을 내부 조직을 더 단단히 하고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는 기회로 생각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어떻게 경비절감을 해야 하는지를 주지시켰다. 사스 이전, 회사가 큰 어려움 없이 성장하니까 방만해질 수 있었는데 오히려 사스로 인하여 직원들이 '마른 수건을 더 짜자' 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스스로 만들 정도였으니 비용절감이라는 효과 외에도 의식적인 부분에서 어떤 위기감을 공유할 수 있었던 아주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딴: 말은 그렇다 하더라도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듯 하다.
박: 이것도 신뢰경영, 정도경영의 일종이다. 환경적으로 위험한 상황이 오면 다른 회사는 감원을 하고 구조조정을 하는데 우리는 그런 것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직원들은 매출이 50 프로씩 늘다가 50 프로가 줄어들어 버린 것을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었다. 그때 경영자는 직원들에게 월급은 주겠는데 어떻게 경비를 절감할지를 고민하자는 말을 던져주는 것이고 임직원 전체가 이 고민을 가지고 함께 해결하려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딴: 처음부터 우리사주라는 독특한 형태로 시작을 해서 전임직원이 일정한 몫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형식을 유지했다. 결국 그런 시스템이 이런 위기 속에서도 전직원을 한 방향으로 향하게 하면서 성장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아니었을까?
박: 물론 지금이야 상장회사니까 우리사주라는 개념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초기부터 지금까지 모든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은 당장 이익이 된다고 해서 그걸 가지고 가는 것이 아니라 기업 가치를 키워서 파이를 키워 먹자는 것이었다.
1996 년 3 억 5 천만원의 자본금을 가지고 시작한 회사가 10 년도 안된 지금 시가 총액 1천3백억대의 회사로 성장했다. 그 3 억 5 천도 이 직원이 500 만원, 저 직원이 1 천만원을 투자하는 식으로 만들어진 회사다.
우리 사주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장점 중 대표적인 것은 직원들이 가질 수 있는 높은 주인 의식이다. 누구의 회사가 아닌 내 회사라는 생각. 엄청난 자본도, 대대적인 마케팅도 , 그렇다고 특별한 기술력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하나투어가 이른바 '주홍 유니폼의 신화'를 일으킬 수 있었던 것에 우리 사주 시스템이 어느 정도 원인을 제공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물론 우리 사주라는 시스템이 파이를 함께 나누는 만큼 고통과 희생도 직원들이 함께 가져가야 한다는 점에서 자칫 신종 노동 착취라는 약은 경영 수법으로 오용되어질 소지도 있지만 하나투어의 경우 결과론적으로 본다면 이 우리 사주 시스템을 다방면에서 아주 적절하게 잘 활용한 사례로 꼽을 수 있겠다.
이쯤에서 <원스어펀어타임인 하나투어>는 마감을 하고 박상환 사장이 보는 미래 여행 시장을 함께 들어보자.
딴: 수년 전 박상환 사장은 여행의 흐름을 예측하면서 홀 세일과 리테일만 살아남는다, 즉 대형 여행사는 더 대형화되고 소형 여행사는 대형 여행사를 중심으로 전문화 된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예측이 거의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박: 대형 여행사와 소형 여행사의 역할이 나뉘어져 있고, 서로 협조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구조로 가고 있다. 이른 바 선진국 형태를 우리가 갖게 된 것이다.
딴: 그렇다면 이후 여행업은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 그리고 이에 대해 여행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해달라.
박: 온라인 시대에 과연 여행업은 어떻게 바뀔까를 지금 많이 생각하고 있다. 온라인 시대는 가격 경쟁이다. 누가 얼마나 방대한 컨텐츠를 구축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가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또 하나 상품의 다양화다. 이것은 전문화된 상품 아웃소싱이 그 해법이다.
드디어 등장한 규모의 경제. 인터뷰 중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이자 하나투어의 성공 키워드인 바로 그 단어, 규모의 경제.
아이스깨끼 한 개를 만드는 회사보다 아이스깨끼 만 개를 만드는 회사가 훨씬 더 싸게 만들고 싸게 팔 수 있는 효과가 있다는 이 경제이론은 박상환 사장의 변하지 않는 하나투어 일굼의 신념이다. 여행 역시 한 달에 100 명을 송출하는 회사와 100 만명을 송출하는 회사가 또 다른 공급업체인 항공사, 호텔 등에 받는 가격이 더 저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이것은 그대로 판매가와 여행기회로 이어져 소비자들은 하나투어를 통해 좋은 가격으로, 출발에 대한 확실한 보장감을 가지고 여행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딴 : 전문화된 상품 아웃소싱은 미래 여행사의 포지셔닝과도 관련이 있는 것인가?
박 : 물론이다. 홀세일 도매 여행사는 상품 기획의 전문성을 가진 리테일 소매 여행사를 집중 지원하고 판매 필드를 제공해야 한다. 어떤 여행사 사장이 미술을 전공하고 고호에 대해 전문적인 공부를 했다고 가정하자. 그 사람이 고호의 작품 등을 배경으로 여행 상품을 만든다면 아주 잘 만들 것이다. 그런데 이걸 신문에 광고해봐야 광고비만 많이 들지 효과를 제대로 얻을 수 없다. 그러나 하나투어와 같이 홀세일 여행사가 이 상품을 시장에 유통시켜준다면 소비자는 전문적 상품을 만나서 좋고, 상품 기획자는 별도 마케팅 비용이 들지 않아 좋고, 홀세일 여행사는 판매 상품을 다양화 시킬 수 있어 좋은 모두가 만족할 방법이 될 것이다. 산악인 엄흥길과 함께 하는 트래킹 상품 등 전문 상품의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앞으로 50 만 가지, 100 만 가지의 패키지가 만들어져야 하고 그럴 때 소매여행사들이 이런 전문 상품을 만드는 기획 여행사의 역할을 해야 한다.
딴 : 본 관광청에서도 인증여행사라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데 초기 마케팅 비용을 딴지가 부담하고 지역 전문여행사를 키우자는 것이 목적이었다. 즉 소비자가 키운 여행사는 소비자에게 충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 제도의 근거였었다.
박 : 같은 논리다. 아무리 그 여행사들이 전문성을 가지고 있더라도 소비자가 그걸 모르면 소용이 없다. 마케팅 비용이 수익보다 큰 구조에서는 광고도 제대로 못하니 답이 나올 수 없다. 하나투어와 같은 규모 경제형 구조에서는 비용에 있어 광고가 차지하는 비율은 극히 미미하다. 그리고 똑 같은 광고를 해도 하나투어가 하는 것과 소규모 여행사가 하는 것은 광고 효과도 다를 수밖에 없다. 즉 이런 마케팅을 대형 도매 여행사가 하겠다는 것이다.
딴 : 그런데 과연 하나투어가 생각하는 만큼 소위 소매 여행사들이 전문화된 기획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 이론대로 한다면 소형 여행사는 전문성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것인데 직원 3-4 명 데리고 있는 여행사에서 대형 여행사의 입맛을 당겨줄 만큼의 특화된 상품을 기획한다는 것이 과연 쉬운 일일까?
박 : 물론 모든 여행사가 다 전문적인 기획 여행업체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두 개의 길이 있다고 본다. 하나는 위에 말한 전문성을 가진 여행사가 되느냐, 아니면 하나투어와 같이 엄청난 컨텐츠를 가진 대형 여행사의 상품을 상담 판매하는 대리점이 되느냐의 하나를 소형 여행사는 판단하고 선택해야 한다. 즉 아웃소서로 살아남느냐, 컨설턴트로 살아남느냐의 기로에 서게 되는 것이다.
사장의 미래 예측은 너무나 명료하다. 하나투어가 판매할 수 있을 만한 전문적 상품을 만드는 '기획 여행사' 될래? 아니면 하나투어 상품을 판매하는 '상담 여행사' 가 될래? 그 시장 예측의 정확성을 떠나, 혹 이 부분을 불편해 할 소형 여행사의 거부감적 정서와는 상관없이 여기서 분명한 것은, 한국 여행 시장에 아웃소서냐, 컨설턴트냐의 주사위를 던질 수 있을 만큼 하나투어는 강한 존재가 되었다는 점이 다.
이쯤에서 박상환 사장이 예민해 할 만한 질문들을 따발총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딴 : 얼마 전부터 TV 광고도 하시던데 이 정도 브랜드라고 하면 여행사에 수수료를 지급하면서 판매 가격을 상승 시키는 도매업이 아니라 직접 소비자와 거래하는 방식도 생각할 만 할 텐데. 유혹이 많을 듯 하다. <
일부에서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하는 하나투어 직판영업에 대한 의혹을 박상환 사장은, 바로 자신들을 위해서라도 하나투어는 직판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딴: 본 인터뷰를 하기 위해 몇몇 여행사 사장과 직원들에게 하나투어에 대한 의견을 모니터링 해보니 하나투어 미래에 대해서는 낙관적 전망을 공통적으로 내놓고 있으나 하나투어의 시장 독점에 대해 한 목소리로 우려를 표하더라.
박 : ( 차분했던 박사장의 어조가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 그건 독점으로 보면 안된다. 우리나라 시장이 외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힘을 합치지 않으면 안된다. 일본 최대의 여행사 JTB 가 한국에 들어온다면 우리나라 여행시장을 다 죽이면서 들어오는 것이다. 결국 그들과 경쟁하려면 힘을 합칠 수밖에 없다. 독점은 대리점을 다 죽이는 것이 독점이지 더불어 살자는 것이 취지인데 왜 독점이냐? 내가 하나투어 경영자로 남는 한 여행사들과 공생을 한다는 입장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딴 : 그래도 대리점 입장에서라면 하나투어 같은 여행사가 몇 개 있어서 대리점에 서비스 경쟁도 하고, 수수료 많이 주기 경쟁도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박 : 물론 그러면 좋겠지. 그리고 하나투어를 견재할 수 있는 여행사가 있다면 내가 받아들여야지. 그러나 하나투어가 1 등일 때 2등 여행사는 하나투어 실적의 반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서로 힘을 합쳐서 공통의 적을 만들어 움직이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나 싶다.
딴 : 공통의 적이라고 하면 일본 여행사인가?
박 : 그렇다.
딴 : 일부에서는 하나투어의 성장이 도대체 한국 여행사에 끼친 긍정적인 요소가 뭐냐고 반문하면서 전세기 경쟁이나 가열시키는 등의 악영향만을 끼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하나투어가 주식 시장에 상장한 것은 결국 혼자만의 잔치가 아니냐는 비난도 있다. 이런 상태에서 여행사들이 연대하여 공통의 적을 설정하자는 하나투어의 주장이 여행사들에게 쉽게 다가가지는 않을 텐데.
박 : ( 본격 흥분 모드 ) 하나투어가 상장 안됐으면 사회적으로 여행사의 위상 자체가 한낱 날라리만의 집합소로 평가될 수밖에 없었다. 산업으로 평가 받아야 하는데, 하나투어의 상장은 그런 면에서 기여를 했다. 우리가 여행사 상장할 때 “여행사도 상장해 ?” 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우리가 지금 코스닥 상위 업체 ( 건전도, 회사 시가 총액 등 성장성, 투명 정책 등의 종합 평가에 있어 주요 50위 안을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여행사가 그럴 수 있다는 것, 그 위상을 높여준 것은 하나투어다. 제 2, 제 3 의 여행사가 코스닥에 진입하는 단초를 하나투어가 만든 것이다.
우리가 전세기를 띄워서 상품을 다양하게 해주는 것이 우리만의 이익이냐? 대리점에게 팔 것을 많이 제공한 측면은 왜 무시하느냐? 대형 직판 여행사는 자기 밥벌이를 하나투어가 줄여가고 있다고 비난할 수 있으나 나는 5 천 개 여행사에게 팔 거리를 제공했다. 엄격히 따지면 그들 대형 직판사도 우리와 함께 힘을 합치면 전세기 상품을 판매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기 여행사 상품만 판매하겠다는 자존심과 고집이 오히려 자사 수익을 떨어뜨리고 있다.
딴 : 사실 견제는 여행사에서만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하나투어가 커지면서 항공사 밑에 여행사라는 오래된 등식이 흔들리고 있다. 항공사 역시 하나투어가 너무 커지는 것을 견제하는 눈치가 많이 보인다. 기분이 어떤가?
박 : 항공사의 견제는 당연한 것이다. 그건 시장논리다. 대형 백화점에서 좋은 상품을 가진 납품 업체는 큰 소리 치면서 자기 상품을 납품한다. 샤넬은 입지가 좋지 않으면 백화점에 들어오지도 낳는다. 그걸 백화점에서 기분 나쁘다고 샤넬을 거부하면 백화점 매출이 뚝 떨어진다. 좋은 상품은 공급자 입장에서 큰 소리를 칠 수 있는 것이고 하나투어는 항공사 입장에서는 이제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이다. 우리는 싸게 항공권을 팔려는 것이고 항공사는 그럴 수 없는 것이니 서로 견제하고 또 어느 부분에서 상부 상조할 수밖에 없다. 이건 공급 업체끼리 어쩔 수없이 가질 수밖에 없는 유통업의 생리다.
헌대 자동차에서 외국 기업과의 경쟁을 위해 한국 내 자동차 산업을 헌대 자동차 중심으로 재편하자고 주장 한다면 경쟁 업체도 코웃음을 칠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역시 크게 와닿는 주장일 수는 없을 것이다. 온라인 시대에는 공급자에게도 국경이 의미가 없듯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국 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소비자의 정서는 좋은 가격에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앞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박상환 사장이 이야기 한 공통의 적이라는 비장성은 과연 소비자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 것인지 의문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여행자들에게 더 큰 관심사는 하나투어가 최대가 아닌 최고의 여행사로 가고 있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딴 : 홈페이지에서 2010년 안에 세계 10대 여행사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읽었다. 실현 가능한 것인가?
박 충분히 현실 가능한 비전이다. 그래서 내가 하나투어의 홀세일 정책이 한국 시장만을 염두에 두고 내린 결정이 아니라고 한 것이다. 일본 최대의 여행사는 JTB다. 현재 하나투어와 비교해보면 외형에 있어 JTB가 하나투어보다 8배 크다. 조만간 일본과 한국이 자유 시장 체계가 되면 일본 대형 여행사가 한국 시장에 진입할 것이다. 그러나 향후 5 년 내에는 쉽게 들어오지 못한다.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반일 감정이 일본의 진입을 지연시킬 것이다. 우리는 그 만큼 시간을 벌게 되므로 하나투어 입장에서는 다행이다. 나는 2010 년까지 JTB 와 충분히 경쟁할 힘을 키울 것이다.
딴: 그 자신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박: 내가 처음 여행업에 입문했던 80년대 초에 JTB 는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거대한 성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하나투어는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있고 또 빠르게 성장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온라인 시대다. 온라인 시대에 국경은 의미가 없다. 일본여행사든 중국 여행사든 미국 여행사든 결국 지역을 초월해 최고의 컨텐츠를 가지고 있는 곳이 이길 수밖에 없다. 결국 하나투어가 할 일은 홀세일 정책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발생시키고 그 수익의 많은 부분을 고객 위주의 전산 시스템 구축 등에 쏟아야 한다. 몇 천억이든 몇 백억이든 투자를 해야 한다.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고 있는 만큼 이 부분을 현실화 할 수 있는 힘은 충분하다.
딴 : 고객 위주의 온라인 시스템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달라.
박 : 정보 부분에 있어 동영상을 구축할 것이다. 이제는 가상여행 체험시대가 온다. 사이버 시대에는 가상 체험 여행을 구축하느냐 못하느냐가 살아남는 여행사의 관건이 될 것이다
딴 : 정보에 대한 동영상 서비스는 비록 소규모긴 하지만 일부 여행사에서도 이미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구축을 위한 비용과 노력에 비해 썩 성공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은 듯하다. 어찌 보면 그것은 공급자의 욕심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현대인들은 일단 바쁘다. 여행에의 욕구는 높다고 하지만 그 바쁜 사람들이 여행 한 번 가기 위해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보며 여행지 정보를 동영상으로 보고 있을 여유가 과연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박 :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여행객은 여행 가기 전에 갈 곳을 미리 보고 체험하기를 원한다. 부대시설이나 그런 것이 희망한 대로 되어 있는지를 보려고 한다. 클럽메드는 호텔 자체는 안 좋다. 일부러 TV 설치도 안 한다. 그러나 부대시설은 좋다. 사람마다 취향은 다르다. 객실을 중요하게 보는 사람도 있고 부대시설을 더 중요하게 보는 사람도 있다. 증권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은 객실에 전화조차 없는 호텔을 선호한다. 그런 것들을 소비자는 여행 전에 정보를 통해 판단하고 취사 선택하려는 욕구가 분명히 있다. 소비자의 기호 패턴을 리드해가야 하는 것이 리딩 여행사의 몫이다.
딴 : 지금 가상여행 시스템이 자유여행객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냐, 아니면 패키지를 선택하는 사람들을 위한 부가 서비스냐?
박 : 자유여행이냐 패키지 여행이냐를 구분하는 것은 모호한 것이다. 물론 자유여행이란 것이 자기가 모든 것을 다 처리하는 모험여행이라면 성격이 다르나 패키지 성 자유여행의 경우는 그 대상이 아주 넓다. 내가 원하는 것만 선택해서 가는 여행, 혼자서 하는 여행, 주문형 여행 같은 것은 패키지가 다 커버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문제는 지금 여행사들이 그런 상품들을 다양하게 공급하지 못한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다양한 상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딴: 아까 이야기 한 대리점을 통한 전문적 상품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면 상품의 다양화는 이루어질 수 있겠다.
박 : 바로 그거다. 그렇다면 이제는 그런 상품을 얼마나 싼 가격에 내놓을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보자. 미국 가는 항공료가 200 만원인데 패키지 미국 상품의 경우 식사와 관광 등을 다 포함해도 200 만원이 되지 않는다면 누가 개별 자유여행을 가겠는가? 경제성이 없기 때문에 항공 따로 호텔 따로 식의 자유여행은 안 갈 것이다. 그러나 여행사가 최대한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상품을 만들어서 단체 패키지 가격과 비등하게 출시한다면 사람들은 여행사를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딴 : 미래야 어찌 됐든 현실에 있어서는 동남아를 중심으로 여행사 패키지 상품에 의존하지 않는 자유여행객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박 : 그러나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다. 우리는 항공사에 좌석 블록을 대량으로 싼 값에 사거나 아예 전세기를 띄운다. 이럴 경우 항공료가 아주 싸진다. 호텔도 마찬가지다. 개인이 한두 번 이용하는 호텔 요금과 월 몇 만 명이 이용하는 호텔요금이 같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일단 이런 규모의 경제가 확보 되었으니 이제부터 컨텐츠를 다양하게 구성한다는 것이다. 맞춤형이든, 에어텔이든, 에어텔에 교통 서비스만 넣던 그것을 마치 퍼즐처럼 다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다 보니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본 이너뷰의 주제인 패키지와 자유여행에 대한 부분으로 시나브로 넘어와 버렸다. 마저 진도나가기.
딴: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심리에는 경제적인 측면뿐이 아닌 여행사 불신이라는 정서적인 측면도 분명히 있다. 즉 여행사가 자신의 여행에 개입되는 그 자체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박: 그건 여행사가 싫은 것이 아니라 여행사가 일방적으로 만든 일정대로 움직이는 것이 싫다는 것이다. 상품을 다양화 하게 되면 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그리고 점점 더 여행사가 개입돼야만 싸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알게 될 것이다.
딴: 여행사가 싫은 것이 아니라는 것에는 동의할 수가 없다. 인터넷 상에는 안티 패키지 세력이 만만치 않게 등장하고 많은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기류가 더 노골적이다.
박: 패키지를 싫어하는 안티 패키지보다 패키지를 선호하는 프로 패키지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딴: 패키지를 선호하기 때문에 패키지로 가는 것이 아니라 달리 방법이 없으니 여행사 패키지를 이용하는 사람도 많다. 어찌 됐든 안티패키지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사람들은 왜 안티 패키지를 한다고 생각하는가?
박: 사람들마다 기호가 다르므로 그런다고 생각한다. 계속 말하지만 다양한 수요에 대한 상품의 공급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NEED 를 리드할 수 있다면 이 문제는 해소된다. 일본의 JTB 는 그런 능력이 된다. 일본에서는 안티 패키지를 한국 만큼 갖지 않는다.
딴: 패키지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로 보지는 않는가?
박 : 너무 앞서간다. 시장이 성숙되면 자연히 해결된다. 안티 패키지라는 말 자체가 우습다.
성급한 판단일 수도 있겠으나 박상환 사장이 바라보는 시장은 상당부분 경제적 시각으로 고정되어 있는 듯하다. 또한 자유 여행을 패키지 여행의 부분 집합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도 보이는 듯 하다. 그리고 몰개성, 모르는 사람과의 여행 등의 본질적 한계를 내포한 패키지 여행 상품에 대한 지나친 관대함까지.
능력 있는 여행사가 보다 좋은 가격에 모든 자유 여행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상품을 판매한다면 사실 박상환 사장의 논리는 그다지 틀린 부분이 없다. 그러나 과연 공급자가 무한한 변수를 가진 개인들의 여행 취향을 개별적으로 최적화시킬 수 있는 것이 가능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빈 소주병이 늘어나니 서로 집중력도 떨어지고해서 좀 편안한 주제를 꺼내들었다.
딴 : 천 명이 넘는 직원들을 관리한다는 것이 참 어려울 것 같다. 직원들이 내 맘 같지 않다던가, 왜 저들은 저렇게 밖에 생각하지 못하나라는 이른바 CEO의 절대적인 고독감이 들 것 같은데...?
박 : 그런 것은 CEO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씩 가지고 있는 것들이고 그런 과정에서 내가 생각하는 것은 직원들에게 비젼을 주고 함께 항해를 하는 의식을 끊임없이 심어줘야 한다는 것인데 아무리 좋은 비젼이라도 현실에 뿌리를 내리지 않는 비젼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현실에 대한 보상은 확실히 해주고 그것을 미래와 연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스톡옵션 같은 경우가 그런 것이다. 그리고 나는 하나투어를 경영하면서 회사 수익의 10%는 사회환원, 30%는 직원, 30%는 투자자, 30%는 회사발전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는 분배 원칙을 가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자본의 논리를 이야기 하며 투자자를 직원보다 더 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고 말하지만 나는 직원이 없다면 투자자에게 제대로 수익 분배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딴 : 하나투어의 경우 직원 교육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육 부분에 대해서도 한 말씀 해달라.
박 : 여행업에서 중요한 건 사람이고 사람이 중요한 만큼 교육에의 투자가 필요하다. 우린 교육 팀이 따로 있고 팀장 이하 총 3 명이 운영된다. 대리점 직원을 상대로 한 서비스 교육은 물론 신입사원 교육도 1주일 동안 합숙 교육을 할 정도다. 국내 타 여행사에 비해 교육 프로그램이나 투자가 앞서고 있다고 자신한다.
온라인 교육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하느냐도 관심거리다. 소위 많은 기업들이 돈을 모으면 부동산에 투자를 하는 것을 정석처럼 받아들이는데 온라인 시대에 본사가 서울 시내에 있을 필요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 차라리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젝웰치 센터와 같은 개념으로 서울 외곽에 호텔식 숙소 및 교육장을 만들고 본사 전산 시스템을 설치 후 하나투어 자회사 및 전 직원을 거기서 교육을 시키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곳이 본사가 되야 할 것이다. 그만큼 나는 교육을 중요시하게 생각한다
딴 : 신입사원 채용시 관광학과 출신을 우선시 했던 것으로 아는데 그 정책은 여전한가?
박 : 그렇다. 관광학과 출신이라고 한다면 4년 동안 관광업에 몸을 담겠다고 한 사람인데 일찍부터 그런 직업의식을 가진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면접 볼 때도 관광학과는 선호한다. 보통 타 전공자의 경우 토익 800점 이하는 서류에서 탈락하는데 관광학과 출신자는 토익 점수가 조금 미달되더라도 면접 기회를 준다.
딴 : 스스로 경영자로서 이건 정말 나의 판단미스였다고 생각하는 건 구체적으로 어느 경우인가?
박 : 많다. 솔직히 하나투어는 내 능력 밖으로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딴 : 하나투어라는 거대 여행사를 경영하는 것이 인간적으로 부담스럽지 않나?
박 : 왜 부담스럽지 않겠나. 잠을 못 잘 정도다. 하루 3시간 이상 잠이 오지 않는다.
딴: 개인적으로 그런 삶이 과연 행복한 것일까? 좀 편하게 살아도 되지 않나?
박 : 물론 지금 내가 다 집어치우고 나만을 위해 살 수도 있다. 경제적으로도 그렇게 살 수 있는 여유는 충분히 있다. 그러나 그런 삶에 있어 나를 주저하게 만드는 것은 과연 내가 죽으면서 내 자식에게 떳떳할 것인가라는 자문이다. 몇 번의 인생 기로에서 일종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나의 삶을 살게 했던 동기는 나중에 떳떳한 아빠, 당당한 남편으로 남고 싶다는 내 다짐이기도 했다.
딴 : 기득권을 포기했다는 것은?
박 : 하나투어 설립 전 다니던 회사에선 나는 배당을 1 년에 5 천만원씩 받으며 연봉 1 억이 넘는 수입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내가 가지고 있던 목표가 너무 선명했기에 그것을 다 포기했었다. 지금도 나는 그런 중요한 순간마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를 전적으로 지원해준 와이프에게 너무 감사하고 또 감사함을 느낀다.
딴 : 이거 너무 부인을 의식한 정치적인 발언 아니냐?
박 : (웃음) 아니다. 정말 나는 내 와이프를 너무나 사랑한다.
딴 : 인터뷰 내내 그런 것을 많이 느꼈다. 이분은 좌뇌와 우뇌의 비율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룬 분이다 라는. 충분히 감성적이면서도 정치적 감각과 이성적 표현 능력이 뛰어나다 라는. 어느 한 순간, 어느 한 마디의 발언에 있어서도 앞뒤를 다 염두에 두고, 자신의 논리를 흐트럼 없이 피력하는 모습이나, 가벼운 질문에도 정치적 제스츄어를 쓰는 모습에서 그런 것을 느꼈다. 보통 이런 류의 뇌 구조를 가진 분들은 자기 컨트롤과 자기 관리를 잘하지만 또 자기만의 외로움이 있다. 맞나?
박 : 그런 것은 못 느낀다. 외로움을 느껴본 적이 없다. 가끔씩 혼자 있는 시간을 갖고 싶기도 하다. 물론 와이프랑 있는 시간이 더 좋기는 하지만 어쩌다 혼자 있어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왜냐 하면 혼자 있는 시간에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으니, 어차피 해야 할 것이 정해져 있다면 그것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삶이 행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내가 비록 미세하지만 내 능력을 통해 이런 정도의 역할을 하고 죽는구나 라는 것을 느낀다면 행복한 것이 아니겠나. 그러니 외로울 틈이 어디 있겠나. 시간만 나면 끊임없이 연구하고 생각해야지.
딴 : 사람이 로봇도 아니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박 : 잠을 설치는 이유도 그거다. 깨어있을 때는 항상 생각한다. 내 회사는 어떻게 끌고 가야 하나, 그러나 그 자체가 내가 보람되고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니까 외로울 기회가 없다.
잽이 툭툭 던져지고 알콜 지수가 높아지면서 자세는 분명 흐트러지건만 당췌 흔들림이 없는 저 견고함에 대해 좀더 노골적인 질문을 던져보기로 했다.
딴 : 이거 레코딩을 하고 있으니 술맛도 안나고 후딱 후딱 끝내고 본격적으로 술을 마시자. 박사장님은 특히 여행업을 하는 일부에게나, 앞으로 여행업을 할 사람들에게 우상일 수 있다. 우상은 어느 정도 완벽성을 조건으로 한다. 그러나 콤플렉스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박사장님의 콤플렉스는 뭔지 듣고 싶다.
박 : (잠시 생각하다) 공부란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거다. 늘 좀더 공부를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콤플렉스라면 콤플렉스다.
딴: 이른바 학력 콤플렉스인가? 나보다 더 많이 공부한 사람, 더 좋은 학벌을 가진 사람에게 열등감을 느끼나?
박 : 딱 맞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것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남들만큼은 공부를 한 경영자이고 정주영도 초등학교 밖에 안 나오고 꿈을 키웠으니 사회는 어떤 면에서는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남들보다 앞서서 생각을 키운다면 뭐든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CEO 의 입장에서는 좀더 많이 준비되고 충분히 공부한 상태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늘 있다.
딴 : 그렇다면 하나투어의 콤플레스는 뭐냐?
박 : 일본 JTB만큼 큰 회사가 아니라는 것이 콤플렉스다. 국내 최고지만 나는 세계 최고이고 싶다. 물론 나는 JTB를 따라 잡을 수 있다. 이번에 신설한 전략 기획팀도 장기적으로는 JTB를 따라 잡겠다는 포석이다.
딴 : 부인 말고 다른 여자에게 로맨스를 느낀 경험이 있나? 솔직히 말씀하면 보도 안한다.
박 : 없다. 와이프 외에 더 좋은 여자를 본 적도 없고 시간적인 여유도 없으며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도 없다.
딴 : 너무 바른 생활 답변에 몸둘 바를 모르겠다. 좋다. 조금만 양보해서 길거리 지나가다 깜짝 설레는 적은 있으신가? 제발 있다고 말해달라.
박 : (웃음) 남자인데 그런 것이 왜 없냐? 단지 실행에 안 옮길 뿐이다.
딴: 출장을 갔는데 의도하지 않게 운명적인 여자를 만났다. 3 박 4 일 동안 시간이 있다. 일종의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와 같은 설정이다. 자, 이제 운명을 받아들일 것인가?
박: 집요하다. 아까 나를 정치적인 사람이라고 했는데 난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이성적인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라면... 글쎄,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왜냐 하면 나는 내 마누라가 너무 예쁘기 때문이다.
박: 사랑과 명예
딴: 이제 하나를 버리시라
박: 어렵네.
딴: 돈과 권력은 명예와 함께 오는 것이라서 쉽게 버릴 수 있었나?
박: 내가 생각하는 명예는 내가 죽을 때 내 삶의 가치를 의미 있게 부여하는 것이다. 내가 죽을 때 내가 가치 있게 살았다고 하는 정도가 나의 명예다. 돈과 권력은 별거 아니다. 그래서 사랑과 명예 중 하나를 선택하기는 참 어렵다.
딴: 새벽 4 시까지 술을 마셨는데 아침에 아주 중요한 조찬 약속이 7 시에 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박: 중요한 약속이라면 전날 안 마신다.
딴: 부득이 마셨다면 잠을 아예 안자고 조찬 약속 때까지 버티시나?
박: 왜 잠을 안 자나. 3 시간 동안 자고 반드시 일어난다. 나는 그건 철저하다. 시계를 몇 개 맞춰놓고라도 꼭 한다.
딴: 오늘 국내 최대의 여행사 대빵님의 가장 약한 모습을 들춰내고 싶었으나 결국 실패했다. 본인 스스로 체력이 달려서 안되겠다. 녹음기 끄고 본격적으로 한 잔!!
박: 수고했다. 자, 건배!
저녁 5 시에 시작한 술자리가 2 차를 거쳐 자정 무렵에 끝이 났다. 개인적으로 6 년만의 만남이었기에 일을 떠나 묻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말도 많았는지 모른다.
인터뷰를 마치고 놀라웠던 것은 6 년 전의 박상환 사장이 말한 6 년 내 시장 분석과 전망, 그리고 하나투어의 방향이 지금 거의 큰 오차 없이 실현되고 있다는 점이고, 오늘 인터뷰에서의 말들도 6 년전 그때의 말들과 비교해 거의 변함없는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즉 하나투어의 CEO는 일관성 있게 미래를 설계하고 그 설계에 맞춰 벽돌을 계획대로 쌓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본 청장 스스로 최소한 기업의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하나투어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예견할 수 있다면 그 이유에 있어서 바로 위에 언급한 일관성에 더해 박상환 사장이 가지고 있는 여행업에 대한 전문성을 꼭 추가하고 싶다. 본좌 여태까지 박상환 사장만큼 소름끼칠 만큼의 명료한 자기 논리와 현실 감각을 가진 여행업계 CEO를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다.
주 5 일 근무 및 여행의 생활화 등의 환경 변화가 여행업 전망을 어느 때보다 밝게 하는 시대다. 고기가 많으면 낚시꾼들이 모여들 것이고, 어떤 이들은 투망을 들고, 혹은 대형 어선을 타고 고기를 잡으러 올 것이다. 그러나 이후 거대 자본을 가진 대기업이 여행업에 진출을 하거나, 외국 여행사가 진입한다 하더라도 박상환이라는 낚시꾼이 가지고 있는 무기를 쉽게 공략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여행업의 정통을 몸으로 습득하고, 여행업을 단지 '돈이 되는 산업'으로서가 아닌 '꿈을 파는 산업'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 이 무기는 하루 아침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투어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많이 남아있다. '최대 규모' 의 여행사가 아닌 '최고 서비스' 의 여행사로 소비자에게 굳건히 자리 매김하는 일, 그럼으로써 한국의 여행 문화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 올려주는 일, 그것은 진정한 리딩 패키지 업체의 당위이자 과제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