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통한 2년 만의 해후, 젊은 경제학자의 계속된 도전

아마도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03년의 일이라고 생각된다. 필자의 홈페이지에 한 재미있는 경제학자를 소개하는 정성스런 소개 글이 올라왔다. 필자의 친구가 게시판에 자신이 재학하고 있는 시카고 대학 경제학과의 젊고 재미있는 교수를 뉴욕 타임즈의 기사와 함께 올렸는데, 바로 그 교수가 이 책의 저자인 스티븐 레빗이다.
경제학은 과거부터 일반인들에게 상당히 난해한 학문으로 인식되어 왔다. 특히 최근 들어 어려운 수학과 통계학 방법론이 경제학에 지속적으로 도입되면서 사회과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부생들마저도 경제학을 깊이 공부하는 데 상당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경제학을 아주 쉽고 친근하게 설명하는 젊은 경제학자를 보는 것은 생각만 해도 흥미진진하고 신나는 일이다. 하버드 경제학과를 최우수로 졸업하고 2003년 ‘예비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John Bates Clark Medal)을 받은 흥미로운 도전자, 스티븐 레빗. 그는 2003년 포춘지 선정 ‘40세 미만의 혁신가 10인’에 선정될 정도로 독창적인 연구의 달인이다. 특히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에 대해서 본인 스스로가 기존의 경제학과는 전혀 다르다는 의미로, ‘Freakonomics(괴짜경제학)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이제 소개할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그는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치밀한 통찰력과 과학적인 논증을 통하여 일상의 숨겨진 진실에 대해 유쾌하게 파헤친다. 또한 이 책의 백미는 그의 천재적인 상상력이 유감없이 발휘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은 가짜”라고 외치는 저자, 과연 그의 눈에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

그의 논거에 따르면 사회적 현상이야말로 경제학적 원리를 살펴보는 훌륭한 교재이며, 실제로 원인과 결과를 입증할 수 있는 경제학의 대상이다. 그는 사회적인 현상을 통해 사회 통념과 상식을 철저하게 파괴하고 있다. “범죄학자는 왜 범죄율이 줄어드는 것을 설명하지 못하고 부동산 중개업자는 왜 부동산을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을까?” “교사의 일부는 왜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돈은 왜 선거의 승패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까?” 등 그의 기발한 질문들은 일상에 근거한다. 그리고 일상에서 일어나는 현상의 본질과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 생각 하에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그는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 실제로 일어나는 현실의 차이는 우리 인간들이 경제적 잣대가 아닌 도덕적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제목에서부터 엉뚱함이 느껴지는 이 책에 ‘경제학’하면 연상되는 복잡한 수식과 그래프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책에는 그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경제학의 진수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는 각종 사회현상을 분석하는 데 경제학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위 ‘우리 주변의 일상의 일’을 경제적 잣대로 보는 것, 그리고 사실이라고 여기는 상식을 넘어서 숨겨진 이면들을 경제적 시각으로 분석하는 것, 바로 그것이 저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괴짜경제학’이라는 유쾌하고 짜릿한 학문적 세계인 것이다.

사실 저자의 연구주제는 그간 경제학자들이 연구한 주제들과 비교해 보면 참 황당하고 생뚱맞다. 그러나 그의 주제들은 사회경제학의 경계를 오가며 삶의 오묘한 원리들을 ‘괴짜경제학’이라는 프리즘으로 다양하게 비춘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그가 복잡한 수치와 공식으로 가득한 이론보다 개인적인 호기심과 직관을 먼저 믿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경제학이란 해답을 얻는 데 유용한 도구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흥미로운 질문은 심각할 정도로 부족한 학문’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본인이 제시하는 것처럼 사소하지만 그 근저에 경제 문제에 대한 탐구가 있다면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책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시험성적을 속이는 선생님 적발하기’, ‘승리가 전부는 아니다 : 스모 경기에서의 부패’, 그리고 ‘마약 판매상의 재정분석’등 경제학 논문들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주제들에 대한 그만의 경제학적 답변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도 치밀한 통찰력과 과학적 논증을 더해서 말이다.

현실 세계를 움직이게 만드는 진짜 힘은 경제학의 기본인 인센티브

그렇다면 저자가 주장하는 괴짜경제학의 진실은 무엇일까? 그 흥미로운 주제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인센티브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벽히 뒤집어 놓는다.
인센티브란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많이 하고 나쁜 일을 적게 하도록 설득하는 수단이다. 그런데 그는 이 인센티브의 힘을 빌려 스모선수와 교사의 공통점을 찾아내고 분석하는 시도를 꾀한다. 그 둘의 공통점은 ‘그들도 부정행위를 한다’는 것이다. 시카고 공립학교에서는 1년에 5% 정도의 성적조작이 일어나고, 스모 선수들은 서로 져주기 경기를 하는 등 예상치 못한 부정행위가 발생한다. 도덕과 규율이 생명인 그들이 왜 부정행위를 하는 것일까? 저자는 그 부정행위의 원인을 인센티브에서 찾는다. 시카고 공립학교에서는 일정 수준의 점수를 넘어야만 진급할 수 있는 자격시험이 치르는데 학생들의 성적이 나쁘면 교사는 비난을 받거나 불이익을 받는다. 반대로 학생들의 성적이 좋으면 그들은 승진도 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인센티브는 교사들로 하여금 학생들에게 답안지를 작성할 시간을 더 준다거나 시험 전 미리 예상문제를 뽑아 주기도 하고 오답을 정답으로 고치는 나쁜 일을 저지를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데 스모선수들 사이에서도 금품이 오가거나 다른 인간적인 유대감을 이유로 승부를 조작하는 부정행위가 똑같이 일어난다. 스모선수에게 순위는 ‘인생의 전부’이다. 만일 대회의 마지막 날, 8승을 목표로 하지만 7승 7패의 전적을 기록한 선수는 8승 6패를 기록하고 있는 선수에 비해 훨씬 절박한 심정이 되는데, 이런 경우 강력한 ‘인센티브’의 힘이 발휘된다. 7승 7패 선수가 과거의 시합에서 8승 6패 선수를 이길 확률은 48.7%이지만 실제 대회의 마지막 날에 이길 확률은 79.6%나 된다는 분석 결과가 이를 그대로 반증한다. 하지만 이런 행위는 분명 비난을 받아야 마땅한 일이다.

그의 책 세 번째 장에서 ‘마약 판매상이 부모와 함께 사는 이유’도 이런 논리로 간단히 설명된다. 그들이 동거하는 이유 간단한다. 대다수의 마약판매상은 돈이 없다. 저자가 뽑은 통계에 따르면 200명으로 이루어진 시카고 지역 한 갱단의 조직원들의 경우, 살해당할 확률은 약 25%이며, 미국의 최저임금(시간 당 5.15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급 3.3달러라는 적은 급여를 받는 상당히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이 그 직종에서 일을 하는 까닭은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만 있다면 엄청난 부를 손에 쥘 수 있는 인센티브 덕분이다. 즉 서열 100위 안에 드는 중간 보스가 되면 연봉 10만 달러를 받고(물론 여기에는 세금부과도 없다.) 서열 20위 안에 드는 보스가 되면 연봉 50만 달러를 벌 수 있다는 꿈이 그들에게는 확고한 인센티브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마약판매 조직은 자본주의 회사와 비슷하다.

낙태의 합법화가 범죄율을 감소시킨다?

다음으로 눈에 띄는 흥미로운 연구는 범죄율 감소에 대한 저자의 괴짜다운 해석이다. 1990년대 미국의 범죄율이 뚝 떨어지자 범죄학자들은 원인분석에 나섰다. “그 많던 범죄자들이 다 어디로 갔을까?”란 질문에 저자가 획기적인 답을 제시하는 것이다. 1980년대 말 정점에 달했던 미국의 범죄율이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극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하였다. 혁신적인 치안정책, 징역형 증가, 인구고령화, 건실한 경제, 경찰인력 증가, 사형 구형 증가, 마약시장 변화 등 온갖 가설이 제시되었지만 경찰인력의 증가와 징역형 증가를 제외하면 대부분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근거 없는 설명들 중 하나를 예로 들자면 이렇다. 당시 미국 언론들은 혁신적인 치안정책이야말로 범죄율을 감소시킨 가장 큰 요인이라고 분석하고 뉴욕시를 예로 들었다, 1994년 뉴욕시장에 취임한 줄리아니가 “작은 범죄를 없애면 큰 범죄의 불길을 키우는 데 필요한 산소 공급을 차단할 수 있다.”며 이전에는 눈감아주던 사소한 범법 행위를 대대적으로 단속한 결과 실제로 살인과 폭력범죄가 급격하게 줄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분석은 허점투성이였다. 우선 뉴욕시의 범죄율 감소는 줄리아니 시장이 취임하기 몇 년 전부터 시작되었던 일이었다. 1993년 말, 이미 강력범죄가 그 이전에 비해 20%나 감소하였던 것이다. 더구나 같은 시기 별다른 정책변화가 없었던 다른 도시들도 뉴욕과 마찬가지로 급격한 범죄율 감소를 경험하였다. 이에 대해 저자는 범죄자로 전락하기 쉬운 사회의 극빈층에서 ‘낙태 금지’로 무제한적으로 낳던 아이를 적절히 조정할 수 있던 것이 결국 ‘잠재적 범죄자’ 혹은 ‘범죄자’를 감소시켰다는 통계를 제시한다. 저자는 편부모 슬하에서 자란 아이는 커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경우의 두 배라고 주장하며 모친의 낮은 교육 수준과 성장기의 가난은 자녀가 범죄를 저지르는 데 영향을 끼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낙태의 합법화로 인하여 낙태비용이 대폭 하락하면서 10대 임신부, 미혼모, 그리고 가난한 여성들이 원치 않은 임신을 한 경우 낙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아이들은 태어나지 않게 되었고 1990년대 이들이 10대 후반인 청소년의 범죄성향이 가장 높은 시기에 이르면서 자연스럽게 범죄율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즉 그는 원하지 않은 임신이었다면 낙태를 하는 게 미래 범죄자를 줄인다며 낙태가 범죄를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한다. 원치 않은 출산은 범죄율을 높이지만 반대로 낙태의 합법화는 범죄율을 낮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는 두 요소에 대해 의문점을 가지고 추적을 한 결과 1990년대 범죄율 감소라는 대중의 의문점을 해결한 것이다.

잘난 부모와 못난 부모 그리고 이름과 인생의 경제학

그렇다면 이름이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저자는 부모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름’에서 찾는다. 이름에는 재산과 교양의 정도가 반영된다. 따라서 특정 이름을 가진 집단은 다른 집단보다 훨씬 윤택한 삶을 산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부유층 가정에서 가장 흔한 여자아이 이름은 알렉산드라, 로렌, 캐서린이고 빈곤층의 경우에는 앰버, 헤더, 게일라이다. 그러므로 앰버보다는 알렉산드라가 나중에는 잘 살 것으로 추정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과거 부유층이 사용하던 이름은 점차 빈곤층으로 확산되며 부유층은 또 새 이름을 택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저자는 최상층, 중상층, 그리고 빈민층의 흑인과 백인가정 아이들의 이름이 범죄 연루성이나 성공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통계도 내놓았다. 가령 어머니가 정확한 철자나 뜻을 모르고 여자아이에게 Temptress(요부)라든지 무심하게 병원응급실 약자를 딴 암처라는 이름을 가진 흑인 소년은 범죄에 연루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설명한다. 가령 어머니에게 버림 받고 아버지에게 구타당했으며 10대 때 폭력조직에 소속되기도 했던 롤랜드 G 프라이어 주니어는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로 흑인사회 연구에 나서고 있는 반면, 중산층 가정에서 최상의 혜택을 받고 하버드 대학에 진학한 테드 카진스키는 폭탄테러로 17년간 미국사회를 경악시킨 일명 ‘유나버머’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이름과 교육혜택 등의 통계가 일상적인 것 같지만 결론적으로는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노력은 실상은 허구’라는 다른 측면도 제시한다. 즉 저자는 이처럼 통계와 숫자를 동원해 통념을 증명하기도, 뒤엎기도, 또는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논리로 통념을 뒤엎는 천재 경제학자의 독특한 해법

저자는 이 외에도 ‘축구에서의 페널티킥: 복합 전략균형의 시험’, ‘사기 치는 선생들 잡기’, ‘범죄의 경제적 모델 시험하기: 국가 하키경기의 두 심판 실험’ 등 일반인의 눈길을 사로잡는 많은 논문들을 발표하여 경제학계의 신성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책의 말미에도 서술했듯이 그는 ‘데이터의 신뢰성과 삶의 무작위성’을 적절히 해석하고 싶어 ‘괴짜경제학’에 몰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도무지 경제 논리와는 상관이 없어 보이는 현상 속에서 경제 논리를 찾아내는 그의 분석력에 감탄하면서 명탐정이 등장하는 스릴러물을 보는 착각에 혀를 내두르곤 한다. 그만큼 이 책은 경제학 전공자인 필자가 읽었음에도 신선하고 새롭다. 이 책은 전 세계적으로 단연 큰 화두이다. 물론 논쟁의 여지도 많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통념을 뒤엎는 저자의 매력과 천재 경제학자에 대한 독자들의 믿음이 이 책을 돋보이게 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