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수출실적은 247억 달러로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 증가율도 18.7%를 기록하여 올해 들어서는 가장 높은 실적이다. 특히, 환율은 지난해 9월에 비해 올해 9월에는 10.4%나 떨어졌는데(지난해 9월 평균 환율은 1,148원, 올해 9월 평균 환율은 1,029원), 다시 말해서 원화가치는 11.6%가 올랐고 그만큼 수출가격도 올라야 했는데, 수출이 이처럼 호조를 보였다는 사실은 아무리 높게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올해 9월까지의 총 수출실적도 2,079억 달러를 기록하여,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4%나 증가했다. 그런데 올해 수출증가율은 월별로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2월에는 6.6%, 4월에 6.5%, 6월에는 9.5% 등을 기록하여 한 자리수의 비교적 낮은 수출증가율을 기록한 데에 비해, 다른 달에는 두 자리 수의 비교적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왜 이처럼 수출증가율이 들쭉날쭉 이었을까?

‘제 논에 물대기’일 수도 있겠지만, 비관적인 분위기가 짙어지면 수출마저 부진해지곤 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실제로 이런 사례가 명백하게 드러난 때가 있었다. 최초로 비관적인 보도가 쏟아졌던 2000년 하반기의 경우, 9월까지는 월평균 수출증가율이 무려 25%를 넘었지만, 10월에는 13.4%로 떨어졌고, 11월에 5.6%, 12월에는 0.1% 등을 기록했으며, 이 추세는 2001년 초반까지 이어졌다. 이런 면에 있어서도 비관적인 분위기의 조성은 국가경제의 가장 큰 해악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건 그렇고 ......, 환율이 올해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여전히 높은 증가율을 보이면서 호조를 지속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이것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측면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해야 한다.

그 하나는, 국제경쟁력이 몰라보게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다면 환율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즉 수출가격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지금처럼 호조를 보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월평균 환율은 2001년 9월 1,294원에서 올해 9월에는 1,029원으로 떨어져, 원화가치가 불과 4년 사이에 무려 25.8%나 올랐지만 수출은 그 동안에 두 배나 증가했다. 국제경쟁력이 높아지지 않고는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고 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 수출품은 이제 가격의 영향력에서 많이 벗어났다는 사실이다. 가격이 올라도 수출이 증가하는 현실은 우리나라 수출품도 이제는 품질의 영향력이 훨씬 더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가격을 올려가야 품질이 향상되었다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줄 수 있고, 그래야 수출은 더욱 호조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책당국은 이런 사실을 아직까지 외면하고 있다. 이것은 국가경제의 장래를 위해서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제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수립되고 집행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정책실패가 벌어진 적이 있었다. 2001년의 경우가 그것이다.

당시에 경기가 부진해지자 정책당국은 수출을 촉진하여 경기를 부양시키려 기도했고, 이를 위해 환율을 2000년 연평균 1,131원에서 2001년에는 1,291원까지 올렸다. 원화가치를 이렇게 12.4%나 떨어뜨렸지만, 수출실적은 오히려 무려 12.7%가 줄어드는 결과를 빚었다.

그밖에도, 아래 표에서 보듯이, 외환위기 후에는 환율이 떨어질 때 즉 원화가치가 오를 때에는 대체적으로 수출이 증가하거나 호조를 보였으며, 환율이 오를 때 즉 원화가치가 내릴 때에는 수출이 오히려 감소하거나 부진을 보이곤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