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자에게 현금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어떤 이들에게 현금은 불필요한 낭비로 간주되기도 합니다. 경영학에서 말하는 가치사슬내의 가치창출극대화의 저해요소처럼 그 자체로는 아무런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골치거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들에게는 현금이란 하루 빨리 적절한 투자처로 이동해야 할 중간단계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 정도까지 생각하지 않더라도 대다수의 주식투자자들에게 현금은 단지 주식을 사기 위한 수단정도밖에 안 됩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눈 앞에 펼쳐진 너무나도 매력적인 주식들을 내것으로 만들기위해 자신의 조강치처와 같은 현금을 기꺼이 포기합니다. 물론 이런 단순한 생각이 아니라 확실한 분석에 의해 안정적 수익에 자신있는 분들이라면 굳이 현금을 보유하지 않고 주식을 보유하더라도 안정적 수익을 내실 수 있기에 현금의 최소화가 의미있을 수 있지만 대다수의 투자자들에게는 현금부족은 큰 후회를 초래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주식에 대해서 별다른 관심도 없다가 작년 3월부터 부모님의 퇴직금을 강요하다 싶이 주식에 투자하자고 해서 장세의 호황으로 나름대로 승승장구하던 올 4월초까지는 저도 현금에 대해서 위와 같은 생각을 가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 때까지 현금을 가지고 있으면 하루 빨리 주식으로 바꾸었다가 어느정도 이익을 실현하면 팔아서 다시 현금으로 바꾸고 새 주식을 사는 식이었죠. 그래서 현금의 보유비중은 거의 10%미만이었고 그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식을 하는 것은 수익을 내는 것이 목적이지 본전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하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런데 4월의 급락장을 만나면서 저의 이런 생각은 크게 바뀌었습니다. 보유종목수를 늘리며 나름대로 위험을 헤지했다고 생각했는데 시장 전반적인 급락분위기에서는 이러한 노력은 무의미했습니다. 비이성적인 시장의 급락으로 가지고 있는 주식의 평가손실이 늘어난 것도 문제였지만, 더욱 안타까웠던 것은 눈에 보이는 바겐세일주식들을 잡을 기회를 놓쳤다는 점이었습니다.

   결국 요즘에 제가 생각하게 된 현금이란 가치투자자에게 매력적인 투자종목이라는 점입니다. 현금은 인플레이션 비용이나 기회비용정도의 손실만을 야기하는 안정적 자산입니다. 따라서 손실을 그 누구보다 싫어하는 보수적인 가치투자자라면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포함시켜야 할 종목입니다. 또한 현금은 일반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높은 수익을 보장해주기도 합니다. 가끔씩 나타나는 비이성적인 급락장에서 단지 KODEX200만을 사는 것만으로도 불과 몇개월사이에 몇년치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급락장에서 유망한 주식을 매수해 나타난 수익의 상당부분은 그 주식의 가치보다는 그 이전에 가지고 있던 현금의 가치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하지만 현금을 모두 가치고 있는 것은 잘못된 투자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좋은 투자종목이라도 한 종목에 몰빵을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집중투자를 강조하던 워렌버펫도 한종목만을 가지고 있었던 적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현금은 얼마나 보유해야 하는가? 이에 대해서는 사람의 성향마다 다르겠지만 제 생각으로는 정말 비이성적으로 급락하는 시장이라고 판단해 주식을 매수한 직후가 아니라면 자신이 선호하는 상위권 종목주식의 보유비율정도는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기준으로 본다면 최소한 10%이상은 되어야 겠지요. 그런데 요즘에는 저자신도 이러한 기준을 종종 깨뜨리곤 합니다. 물론 제가 직접 거래를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10%정도의 현금비율을 가지는 것처럼 어려운 것도 없습니다. 마치 흡연자가 담배의 유혹을 찾지 못하는 것처럼 현금을 주식으로 바꾸려는 욕망에 종종 굴복하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