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리를 빌어 유일하게 아마추어인데도 불구하고 초청해주신 조용준 선배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조용준 이사님께서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시고 대우증권 리서치센터를 거쳐 현재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맡고 계십니다. 얼마 전에 <한국에서 부자되기: 가치투자가 최고다>라는 책도 내셨는데, 이 날의 행사는 발간 기념을 겸한 자리였습니다.
참석하신 대가 분들 중에 기억나는 분들만 적어보면 하상주투자교실 하상주 대표이사, 유리자산운용 김준연 주식운용본부장, 에셋플러스투자자문 강방천 회장, 신영투자신탁운용 허남권 주식운용본부장, 한가람투자자문 박경민 대표이사, 한국밸류자산운용 이채원 전무, VIP투자자문 김민국 대표이사, 세이에셋자산운용 곽태선 대표이사, 삼성투자신탁운용 양정원 주식운용본부장.. 여튼 이름만 들어도 놀랄 만한 분들이 많이 오셨고 이런 분들께 직접 교육을 받는 펀드매니저들이 너무나 부러웠습니다.
교육을 다 마친 상태였고 송년회 명목의 자리였기 때문에 특별히 많은 공부를 하지는 못했지만 자리 자체가 뜻깊었습니다.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고 이것저것 잠깐이나마 좋은 얘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크게 느낀 것은 그야말로 '대가'라서 그런지 도를 깨우치셨달까? 초탈한 듯한 얘기가 많았는데.. 기업분석이나 가치투자에 기본은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다는 분위기였고 여유있고 크게 보는 눈, 포용과 인내의 마음, 사람과 자기에의 투자와 같은.. (지금 말로 표현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투자의 끝에 가면 종교, 철학, 역사 등이 있다는 것과 일맥상통하지 않을런지) 여튼 시각이 좁아져있던 저희에게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래는 행사장에서 간단히 말씀해주신 내용을 적겠습니다.
1. "가치투자는 느린 투자. 낮은 가격을 선택하고 시간에 투자하라." 신영투자신탁운용 허남권 상무이사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 신영증권 - 신영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 겸 신영마라톤/신영밸류고배당펀드 운용)
가치투자는 이론과 실제의 괴리때문에 어렵다. 나도 11년째 운용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어렵다. 특히 실제 펀드매니저로 장기간 성공하는 경우는 2~3%에 불과하며, 프로운동선수 다음으로 직업의 생명이 짧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같은 시장의 활황기에 업계에 입문하게 된 것은 불행일 수 있다. 입문과 은퇴 모두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가치투자가 무엇인가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해도 장기적, 지속적으로 이를 실천하지 않으면 별 소용이 없다. 특히 우리와 같은 업계의 펀드매니저는 분산투자의 조건을 충족시키면서 결과를 내야하기 때문에 더 어려운 법이다. 고객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올해도 종합주가지수가 40% 이상 상승했지만 가치주가 소외되는 바람에 심적으로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을 이겨내려면 가치투자자의 '고집'만으로는 안 된다. 우리에게도 균형감각과 새로운 시각을 갖는 자세가 필요하다.
결과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해 외부환경의 핑계를 대지 말라. 항상 자기 내부의 성찰을 하라.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 자주 등산을 한다. 그런데 항상 일요일 오후 2시 경 모두가 하산하는 시간대를 노린다.
가치투자의 진가는 하락장에서 펼쳐진다.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원칙을 세워라.
Q: 내년에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다면?
A: 주식시장이 예상한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
2. "가치를 논하기 전에 자신의 사회적 책무에 대해 생각하라." 에셋플러스투자자문 강방천 회장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정보학과 - 동부증권 리서치센터 - 쌍용투자증권 주식운용본부 - 에셋플러스투자자문 창립)
금융시장은 한정된 자본을 산업시장으로 배분하는 특별한 곳이다. 단순히 수익창출만이 아니라 올바른 자산배분에 신경을 써라.
주가는 가치에 의해 결정되는 종속변수라는 신념을 가져야 한다. 또 가치는 기업의 영업활동에서 이루어지고, 이는 소비자의 삶 속에 숨어 있다. 오래 쓸 것에 오래 투자하라.
Q: 현재 중국에 투자하는 것이 적절한가?
A: 결국 오를 주식은 아무리 고점이라도 오르고, 결국 떨어질 주식은 아무리 저점이라도 떨어진다. 중국이라는 거대 소비자가 생긴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위안화 절상도 새로운 투자기회를 줄 것이다.
Q: 항상 한 발 빠른 접근을 하는데, 지금 새로 관심을 가진 지역이나 분야는?
A: 현재는 아시아만으로 충분하다. 중국에서, 넓게는 동북아에서 국가의 성장의 엔진이 될 역동적 기업이 나타날 것이다. 이는 매력적인 유가증권의 등장이라고도 할 수 있다.
Q: 니프티피프티의 경우 결과적으로 주가가 낮은 상태였다는 것이 드러났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30년이 걸렸는데, 중국 시장도 그렇게 오래 기다릴 생각인가?
A: 좋은 주식에 장기투자한다는 원칙은 언제나 변함 없다. 다만 시장의 반응이 느리거나 투자자의 결정이 틀렸을 경우를 대비해 분산투자를 하는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 이후를 버블 붕괴 시점으로 보는 견해가 많은데 1등 기업에 투자한다면 구조조정 이후의 열매가 더 달콤할 것이다.
Q: 재미있는 투자 사례를 소개해달라.
A: 특별히 어떤 사례를 소개할 만한 것이 없을 정도로 항상 투자는 즐겁다. 다만 개인적으로 지난 투자를 복기하는 것은 시간낭비에 자기기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느니 새로운 기업을 찾고자 노력하겠다. 이런 내가 후회하는 투자 실패사례는 대부분 너무 일찍 팔아서 충분한 수익을 올리지 못한 경우이다.
Q: 훌륭한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공부가 필요한가?
A: 기업과 투자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5년에서 10년 정도에 걸쳐 선행되어야 한다. 그 이후에는 풍부한 상상력을 강조하고 싶다.
3. "가치투자는 절대 쉬운 것이 아니다." 한가람투자자문 박경민 대표이사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 노무라증권 - 대우투자자문 창립 - 세이에셋코리아 창립 - 한가람투자자문 창립)
벌써 23년이나 업계에 있었다. 길게 생존하려면 길게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가치투자의 개념을 잘 잡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의 진정한 가치를 보는 자신만의 시각을 가져라. 단편적인 지식쌓기보다는 폭넓은 공부, 창의력, 여행과 경험이 더 중요하다. 책도 마찬가지이다. 제대로 된 책을 고르는 작업이 필요하다. 워렌버핏은 큰 사이클을 보고 금융 등 대부분 서비스업에 투자했고, 못 사서 가장 억울한 기업도 월마트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어떤 책들은 워렌버핏과 전통적 가치주를 결부시키고자 한다.
우리가 지금 어디에 와있느냐에 대한 고찰해야 한다. 최근 주식시장이 건설, 조선, 철강 등의 글로벌 인프라와 관련하여 상승한 것도 한 예가 될 수 있다. 세계 성장축의 이동이나 글로벌 자금의 흐름과 같은 큰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나서 지금이 사이클의 어느 부분에 있는지, 그렇다면 어느 섹터가 유망한지, 그 중에서 어떤 기업이 1등인지 찾아야 한다. 하나의 팁을 주자면 직전에 호황한 섹터는 절대 다음 국면에 연속으로 호황이 될 수 없다.
종합주가지수가 2,000 선에 이르른 현재는 전통적인 가치주를 찾기가 어렵다. 지금의 사이클은 성장가치가 저평가된 종목을 찾을 때라고 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분명히 다시 전통적 가치주가 부활할 때가 올 것이다.
기업을 찾을 때는 좋은 사업모델을 갖고 있는지, 그 사업모델을 꾸준히 지켜낼 성장전략을 갖고 있는지, 그 성장전략을 추진할 훌륭한 CEO가 있는지의 순으로 하는 것이 좋다.
ETC.
매경이코노미 정광재 기자 (<한국에서 부자되기:가치투자가 최고다> 공저)
가치투자의 대가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느낀 공통점이 두 가지 있다. 자신의 철학에 대한 신념이 강하다. 그리고 그 철학을 타인에게 설득시킬 논리력으로 무장하고 있다.
한국밸류자산운용 이채원 전무이사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 운용)
지난 몇 년과 달리 올해는 가치투자자들이 고전했다. 이런 때가 되면 항상 가치투자의 이름 하에 다른 방법론들이 튀어나오곤 한다. 하지만 나는 내가 할 줄 아는 고전적 방법에 충실하겠다.
이외에도 주옥 같은 말씀들을 많이 들었습니다만 물리적 한계가 있어서.. 여기 아이투자에서 가치투자를 믿고 공부하시는 모든 분들께서 앞으로 '대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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